[자몽서점] <공간의 미래, 유현준>를 읽고
안녕하세요. 자몽서점 김자몽입니다. 다시는 꺼내기 싫었던 자몽서점이라는 이름을 다시 이야기하는 건 실패를 거울삼아 계속해서 반복된 실패를 하지 않고 더 큰 성장을 이루고 싶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시간이 되는대로 제가 읽어본 책중에 좋은 책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오늘 이야기 할 책은 유현준 교수의 <공간의 미래>입니다. 책의 줄거리보다는 책을 읽고 느낀 점에 대해서 기록해보았으니, 참고 부탁드립니다. 참고로 유현준교수의 팬입니다. 저는 직접 만나 사인도 받았습니다. 성덕이죠 ㅎㅎ
유현준 교수는 조금 특별하다고 느껴집니다. 건축이라는 주제를 이분만큼 대중적으로 풀어내는 스토리텔러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우리 사회에 갑작스럽게 등장해서 해박한 지식을 뽐내고 있죠. 건축과 건축가를 좋아하는 저에게도 특별한 존재가 되었습니다. 저 역시 예전에는 공간 디자인을 하고 싶어서 유학도 준비해봤고, 건축가의 저서나 일대기는 참 많이 찾아보고 읽어봤죠.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는 루이스 설리반, 미국의 위대한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롱샹성당으로 유명하지만 실제 아파트의 아버지 르 코르뷔지에, 미스 반데로에 등 제가 참 좋아하는 건축가입니다. 김수근과 김중업 같은 분들도 빼놓을 수 없죠. 사실 더 공부하고 관심을 가져봐야 하지만 이 정도 수준까지만 알고 있습니다. 안도 타다오 같은 분은 제 스타일이고 한데, 어쨌든 탐구가 필요합니다.
유현준 교수가 특별하다고 느낀 건 그의 이야기는 언제나 모든 상황이 규격화되어 이야기가 전개되는 거죠. 예를 들면 건축으로 권력의 규모를 측정하기도 하고, 인간의 심리적 거리를 숫자로 표현하는 방법이 그렇습니다. 또한 우리가 이해하기 쉽게 모든 상황을 건축과 공간과 대비하여 이야기를 풀어내는데 이 책에서도 어김없이 그러한 스토리가 정렬되어있어서 읽기 수월했습니다.
유현준 교수의 이번 책의 특징은 크게 3가지입니다.
코로나가 사회에 끼친 영향은 너무나 지대해졌습니다. 아마 과거 페스트나 스페인 독감처럼 역사책에 나올 정도로 엄청난 사건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인간의 활동을 제약하고 공간의 구조를 바꿔버림으로써 사회의 변화를 촉진시켰는데, 이 사건을 그는 공간적 관점으로 해석합니다. 인간의 삶을 비대면과 개인화, 파편화, 디지털 변화를 가속화했고, 이를 기반으로 우리의 권력의 분산을 이야기하는 것이 인상 깊었습니다. 사람의 시선이 몰리는 곳에 권위가 생기는데, 비대면과 통제를 벗어난 상황에서는 과거처럼 권력의 집중이 아닌 분산이 만들어지고 이에 대해 선생의 권위나 기존 권력자의 중심체계가 변화하는 것을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종교의 권위 분석도 과거의 제사장과 예배시간을 빗대어 설명하는 것도 탁월했습니다. 모든 상황을 연계하여 이야기를 풀어내는 능력은 정말로 대단합니다.
기존의 공간적 해석뿐만 아니라 가상현실까지 연계해 변화될 사회에 대해 상황을 설명하고 이에 대한 문제를 제기합니다. 가령 가상현실과 비대면 사회에서 온라인 수업 비중에 따른 학생들의 공동체와 관계에 대한 경험은 어떻게 해결해야라는 질문을 던지고, 오프라인 대화가 많아져야 한다, 선생의 역할은 수업에만 국한된 것이 아닌 그를 뛰어넘는 대화하는 사람으로서 존재해야 한다 등의 해결방안을 제시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미래사회의 사도삼촌등의 4일은 도시에서, 3일은 지방에서 보내는 이야기도 제시하면서, 동시에 양극화로 인해 참여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차별적 상황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도 이야기합니다. 주제를 잘 던지고 나름대로 솔루션을 제안하는 기승전결이 있는 스토리텔러입니다.
권력의 양을 풀이하는 방법도 흥미롭습니다. 앞서서 말한 대로 과거 권력자에 힘은 그 시대를 대표하는 건축의 부피와 연관 있다는 여러 강연에서도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여기서는 학교 선생님의 권위와 교장선생님의 권이도 숫자로 풀어서 이야기합니다. 권력이 모이는 시선의 양에 따라 그 힘을 풀어내는 방식도 흥미롭습니다. 이게 정확하다 아니 다를 넘어서 사회과학적 시선으로 이야기하는 과학자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또한 모든 상황을 실험과 숫자로 잘 풀어서 이야기하는데, 이러한 스토리가 책의 내용을 좀 더 명확하게 인지하게 만들면서 동시에 가독성을 높여줍니다. 이해하게 쉽게 만드는 특징이 있습니다. 가령 도입부에는 실험이나 상황을 제시합니다. 가령 얀갤의 실험처럼 벤치에 누가 더 많이 앉을까 라는 주제를 제시한 후에 그에 따른 인구 규모와 경쟁력을 시냅스를 꺼내어 이야기를 하며, 이에 과거 로마시대 공간 사례를 제시합니다. 도입부-전개부-사례부-주제부 가 잘 맞아떨어지면서 사람들로 하여금 어려운 주제도 쉽게 접근하도록 만드는 게 유교수의 이야기 특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우리 주변에 지금 벌어지고 있는 청년 주택문제, 물류이동 문제, 비대면으로 인한 상권 추락 문제, 그린벨트, 국토 균형발전 등 이야기를 건축가 입장에서 풀어내고 있는 것이 재밌습니다. 이러한 사례는 그가 방송과 유튜브, 여러 기고문에서도 동시에 다루었던 내용인데, 책에서는 좀 더 상세히 풀어냈습니다. 공원의 증가가 제한적일 경우 발코니를 제안하기도 하며, 경의선숲길처럼 용산공원의 선형으로 만들자는 활용도를 제안합니다. 그린벨트 문제도 나름 소신을 가지고 이야기합니다. 가장 현실적으로 파고드는 것도 잘합니다. 도시와 만나는 경계부만 개발하자는 논리도 그렇고 DMZ의 활용도 남북한의 융합전략으로 스토리텔링 합니다. 지금 주택난을 소규모 재개발로 풀어내기도 합니다.
전염병으로 인한 공간의 양극화도 문제라고 이야기합니다. 시장경제에 맡기는 것에 대한 우려로 정부의 개입을 제안하기도 합니다. 가령 온라인 가속화 시대에 오프라인이 더 부자들의 점유율이 될 테니, 정부가 양질의 오프라인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사회의 변화는 일순간 다가온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수많은 포스트 코로나 책이 있었지만 더욱 특별했던 건, 우리 삶에 직접적으로 맞닿아있는, 즉 건축과 공간을 통해 피부를 느끼는 지점이 바로 눈앞에 있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숫자로 표현된 상황과 사례의 인식 전환도 좋았고 이에 따라 상황을 바라보는 지점이 좀 더 명확해졌습니다.
하지만 조금 아쉬웠던 것은 재개발 이슈 및 건축법 등, 정부의 불합리하고 불필요한 행정 및 법규에 대해서 해결방안을 건축가로서, 학자로서 제안을 했지만 실제 우리 사회는 거대한 이해관계의 충돌이 만연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실제 양극화 끝 지점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좋은 공공시설과 제도가 얼마나 삶의 질을 개선하는데 해결방안이 될 수 있을까라고 생각되기도 했습니다. 그들에게 필요한 지원책에 대해서 동감하지만 실제로 땅의 가치와 1인 가구 증가, 인구 밀집도 상승으로 인해 공공시설의 필요보다 중요한 것들이 충돌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도 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저자의 상황에서 최적의 제안과 해결방안을 제시한 것이라 생각하고 저도 역시 동의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이분이 국토부 장관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볼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이 책은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이야기하지는 않는듯합니다. 책을 읽고 공감을 하는 사람은 어느 정도 식견과 경험이 있는 분들이며, 연령대 및 소득 수준에 따라 공감 하는데 차이가 좀 있을 것이라 판단되었습니다.
해박한 지식과 사례를 무장한 공간의 미래는, 앞으로 변화의 지침서가 될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책이니 시간을 내서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자몽서점 김자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