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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enis Kunwoo Kim Mar 01. 2022

봄이 오기까지 너무 멀었다... 버티기에 힘들었다

위기가 아닌 적이 없었다 그러나 운을 믿어보기로 했다

봄이 되기 전 힘들지 않은 날이 없었다. 늘 위기의 연속이었고, 장대한 꿈을 위해 호기롭게 선언을 해도 잘 안 풀리면 쪼그라드는 일은 다반사였다. 그러다 보니 나는 1월과 2월에 병적으로 예민하 진다. 위기는 늘 겨울에 찾아왔고 봄이 되기 전까지 보릿고개를 항상 넘어야 했다. 


가장 위기였던 건 20년도 들어서면서 1~2월, 그때는 정말 망하는 줄 알았다. 모든 가산을 팔아야 했다. 차도 팔고 카드깡도 하고 마이너스통장도 뚫고. 호기롭게 좋아하는 일에 도전하는 건 너무나 큰 출혈이 따랐다. 그래도 기적적으로 공공기관 사업 수주하면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작년도 어려웠지만, 올 1~2월도 마찬가지로 역대급 리스크였다. 공공기관 사업에서 잔금이 묶여버리는 바람에 또 기약 없이 기다림의 연속이 이어졌다. 공공사업은 안전하게 돈이 들어온다고는 하지만 시간과 자금 흐름이 생명인 사업의 영역에선 의미 없는 내용이다. 


기적을 바라는 수밖에 없었다. 한 번도 급여를 밀리지 않았다는 자부심에 금이 갈 수도 있었다. 그렇게 하기는 싫어서 모든 자산 매각을 또다시 검토했다. 차를 팔려고 했고, 기존 운영하는 스튜디오도 매각을 고려했다. 


변화의 대가는 컸다.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으니, B2B 사업에 집중되어있는 포트폴리오를 재점검하려고 했다. 고객의 다변화는 필수적이었고 피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타이밍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변화를 올라타지 못한 건 아닌가 생각하면서, 실력이 부족하고 아직 인정받지 못한 것이라 생각했다. 


시간이 다가오면서 초조해졌다. 돈 나올 구멍은 보이지 않았고, 쓰나미는 멀리서 작은 점처럼 보이다 큰 파도가 되어서 다가오는데, 올라타느냐 덮쳐지느냐 기로에 서있는 상황이었다. 빠르게 자산매각을 검토하며 위기를 대응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럼에도 없는 살림에 광고 투자는 같이 병행했다. 이번 위기만 극복하면 일단 더 큰 성장과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밤이면 고통스러웠다. 작년 말 수술한 발목 통증은 아직 나을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매일매일 결제를 요청하는 서류와 거래처 입금 요청 등 현금 압박이 거세졌다. 이 정도로 숨 막히는 상황이 있었을까 돌이켜보니 2년 전 있긴 있었다. 


그렇지만 걱정하는 직원과 가족을 안심시키려 호기롭게 잘될 거라는 큰소리를 쳤다. 과거와 다르게 지금껏 쌓아온 것도 많고 사업에 관성이 있으니 위기는 극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지금은 느낌이 더 좋다고 했다. 그렇게 말은 했어도 속마음은 사실 그게 아니었다. 나도 걱정이 되었다. 실패의 두려움이 엄습했다. 부도라는 것이 드라마에서 나오는 단어가 아니라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단어 일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크게 다가왔다. 


이러한 걱정되는 상황과 숨죽이며 하루하루 보내는 나날들이어도 이상하게 믿는 구석이 있었다. 그게 무엇인지 잘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잘 풀릴 것 같은 믿음이었다. 큰소리로 잘될 거란 이야기를 해서 그런 건지 말하는 대로 이루어진다는 믿음인지 모르나, 여하튼 기분은 그리 심각하진 않았다. 내성이 생긴 거라 생각했다. 


결과적으로 위기는 극복했다. 없는 살림에도 투자한 광고 덕분에 새로운 프로젝트를 수주하고 계약금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상하게 잘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입금 전까지 방심하지 않고 노심초사했는데, 막상 계약금을 받고 나니 어지러운 마음과 불안감이 눈 녹듯 사라졌다. 그리고 잘될 것 같다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들었다. 


운을 믿어보기로 했던 나 자신에게도 감사했다. 난 역시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암시했다. 결국 나의 도전과 간절한 마음은 기적을 만들어냈다. 


나는 잘 될 것 같다. 10년 넘게 진흙탕을 기어가며 하루하루, 매년을 꾸역꾸역 버텼다. 누군가는 미숙하다고 평하고 누군가는 이기적이라고 욕하는 사람도 있었다. 조직의 규모와 성장이 더디다고 박하게 평가하는 사람도 많았다. 사업모델이 대표의 입맛에 따라 변한다고 말하는 이도 있었지만, 흐름에 기대어 도전하는 것이지 큰 맥락으로 나의 목표는 한 번도 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피드백에 대해서는 겸허하게 반영하고 개선하고 있다. 


위기를 극복하면 새로운 가능성이 열린다. 올해는 그런 해가 될 것이다. 아직 다가올 미래는 알 수 없으나, 변화는 나를 더 자극하고 성장하게 만들어준다. 여전히 겸손하게, 가볍지 않게 행동하고 노력해야겠다. 


미디어자몽 김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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