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은 복잡하고 절차는 까다롭다. 틀어지면 돌이키기 어려운 부동산 계약
진호야 요즘 적응 좀 잘하고 있어? 일은 어때?
성진이 형이 잘 꽂아준 덕분에 잘하고 있지! 생각보다 어려운데, 또 생각보다 쉬워!
그게 무슨 말이야! ㅋㅋ 어려운 거야 쉬운 거야?
아 그게 뭐냐면 내가 지금까지 했던 일들은 항상 머리 싸매고 머리 굴리고 하는 일들이 많았는데, 카페업무는 루틴 한 과정이 있다 보니까 익숙해지면 어느 정도 눈에 보인달까 매번 새로운 챌린지가 아니어서 괜찮다는 말이야.
아, 그렇지 나도 실은 그런 부분에서 서비스 비즈니스가 좋았어, 그런데 그래도 항상 고객지향적으로 생각하고 매 회 전략 짜고 실행하고 몸은 아마 백배는 더 써야 될 거야.
맞아 그래서 지금은 익숙해지려고 노력 중이고 어떻게 하면 커피 맛이 좋아질까, 수플레를 잘 구울까 이런 거 고민하고 있어.
그래 잘하고 있네!
형 이따가 잠깐 시간 되지? 나 물어볼 거 있는데
그래 그럼 쉬는 시간에 2층으로 올라와.
와 여기 진짜 뷰 끝내주네, 잔디밭하고 나무가 울창하게 보이는 게 진짜 숲뷰야 숲에 온 기분이 든다.
그렇지? 나도 처음엔 앙상한 나뭇가지만 보고 실망했다가, 봄, 여름 되니까 뷰가 너무 좋은 거야. 여기 계약하길 정말 잘했어.
형은 여기 계약하면서 어려운 게 없었어? 아니 지금 매장들 계약할 때 어떻게 한 거야? 나도 이제 하나하나 알아볼 건데 형 도움이 절실해.
흠... 카페를 오픈할 때 보통 사람들이 부동산에 대해서 목 좋고 사람 많은 곳 위주로 계약을 많이 해서 실은 문제 될 만한 게 별로 없는 상태로 시작하는데, 실제 계약과정 포함해서 행정업무가 정말 많다 보니까 신경 쓰고 챙겨야 할 게 정말 많아. 거기에 주변 환경과 분위기, 트래픽까지 신경 써야 하잖아. 그런 거 세세하게 체크해야 행정허가도 나오니까 처음엔 좀 고생할 거야.
그럼 카페 창업할 때 가장 먼저 알아야 할게 뭐야? 이거 모르면 엿 된다 이런 거 있잖아.
ㅋㅋ 장난 아니지, 정말 챙길게 한두 개가 아니야.
일단 가장 먼저 건물 상태를 봐야 해. 용도가 무엇인지 체크해야 하는데, 1종, 2종 근린생활시설이냐 이것부터 봐야 하지. 거의 근린생활시설만 나오긴 해서 실은 문제 될 건 없는데, 이중에서도 꼭 체크해야 할 부분이 정화조 부분이야. 부동산 중개사에게 정화조 용량 문제없는지 알아봐 달라고 하면 될 거야.
2층이나 지하에 오픈하는 경우라는 가급적 말리긴 하는데, 만약 하게 된다면 소방완비가 되어야 해. 소방완비필증을 제출해야 하는데 여기에도 조건이 있어, 가령 비상구가 두 개라던가 외부 출입 계단이 2개 이상 이어야 해. 거기에 근처 소방서에 소방완비증명서랑 방염필증등의 서류도 받아야 하는데 소방의무 시설이 갖춰줘야 허가가 나와.
형 근데 그 소방완비는 좀 어렵지 않아? 돈도 많이 들지?
맞아 소방완비시설은 일정 규모 이상에 해당하는데 일단 지하는 66제곱미터, 지상 2층이상은 100제곱미터 이상에 해당하지. 이건 나중에 기회 되면 자세히 설명할게.
응 알겠어, 그리고 또 뭐가 있어?
암튼 이런 조건에 부합하면, 그 이후에 영업신고를 해야 하는데, 사업자등록증을 받기 전에 영업신고부터 해야 하고 신고가 완료돼서 허가증이 나와야 사업자등록증을 받을 수 있어.
영업신고를 하기 위해서는 일단 대표자 본인이 식품위생교육 일반음식점으로 사전 교육을 받아야 해. 이건 온라인으로 가능하니까 찾아보면 쉽게 할 수 있을 거야. 그리고 보건증이라고 하는 서류도 필요해. 예전에는 보건증이라고 했고 지금은 건강진단결과서. 코로나 시기에는 외부 병원에서 받았어야 했는데, 지금은 보건소에서도 할 거야. 한 일주일정도 걸리니까 미리 받아두는 게 좋아. 아 영업신고할 때 2층이면 아까 말한 소방 관련 서류도 필요하니까 참고하고.
아 좋아, 이해가 쏙쏙 되는데? 너무 좋다!
그래서 일단 각 구청 보건소 위생과나 관련 부서 가서 준비된 서류를 가지고 제출한 다음 신청서 작성하고 제출하면 끝나. 여기에 상가 임대차계약서도 같이 가지고 가.
그리고 공간이나 환경에 따라서 서류도 좀 더 필요할 수 도 있는데, 가령 1층이라도 100제곱미터 이상이면 배상책임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있고 지하수 이용 시에는 수질검사성적표가 필요해. 근데 보통 수돗물 쓰니까 이건 패스하고 LPG 사용하면 액화석유가스 사용시설 검사필증도 있어야 해
와 엄청 복잡해 보이는데, 잘할 수 있을까...
내가 지금 몇 개 오픈해 보니까, 구청마다 영업허가에 대한 기준이 좀 달라서 정확히 하긴 좀 어려운데, 일부 구청의 경우에는 영업허가받을 때 현장사진이랑 도면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어. 현장사진에는 인테리어 하고 있는 모습보다는 인테리어가 되어 있는 상태를 요구했었는데, 막말로 다 해놨는데 허가 안 해주면 어떡할 거지?라는 생각도 했다니까. 구청이 좀 까다롭게 굴 때는 이유가 있더라고 그니까 너무 욕하기보다 최대한 준비해서 맞춰주면 될 듯.
형 완전 박사네 박사. 이건 그냥 책으로 써도 되겠는데?
야 나 박사야 인마. ㅋㅋㅋ 아 그런데 너 개인사업자로 할 거야 아님 법인으로 할 거야?
나 시작은 개인사업자로 할 거야. 지금은 사업자등록은 안 했어.
아 그럼 나중에 그것도 좀 얘기해 줄게, 그리고 휴게음식점이 있고 일반음식점이 있는데 가능한 일반음식점으로 허가받아야 해. 그래야 술을 팔 수 있어.
오! 몰랐네! 일반음식점으로 해야겠다.
부동산계약은 한 거야?
이제 슬슬 알아봐야지! 근데 지금 당장은 여기서 일하고 있으니까, 우선 많이 배워야 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래 일단 저렇게 계약과 관련해서 준비가 다 잘 되면 그다음 세무서에 가서 임대차계약서랑 영업신고증, 사업자등록증 발급 신청 혹은 업종추가해서 신규로 발급받으면 돼. 주류카드신청도 잊지 말고 같이 신청해.
우리나라가 일단 자영업에 대한 허가가 엄청 까다로운 건 아닌데, 일단 서류나 상황이 틀어지면 절차상 진행이 안 되는 경우가 많아. 그리고 만약 나중에 납품이나 온라인 판매 같은 것도 하려면 신경 쓸게 이만저만이 아니니까 지금부터 차근차근 준비하자.
응 알겠어. 아예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하려면 좀 어렵겠는데? 오우...
그밖에 더 내가 신경 쓸건 없어?
일단 행정허가 과정이 끝나면 운영 관련해서 알아야 할 게 좀 있는데...
김건우
개인적으로는 미디어와 콘텐츠 커뮤니케이션에 빠져 살고 있고, 음악을 좋아해 아이디는 20년째 위니스밴드입니다. 2017년 <1인미디어 당신의 콘텐츠를 캐스팅하라>를 집필했으며, 사회학 박사학위를 수료한 상태입니다. 최근까지 한양대학교 언론정보대학원에서 겸임교수로 조직의 울타리도 경험했습니다. 최근에는 F&B에 빠져있고, 도시와 공간을 좋아하기에 부동산도 같이 좋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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