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동안 사업을 해왔다. 버틴 것과 경험은 꽤나 큰 자산이 되었다
법인 설립 10년이 지난 시점에 무언가 잘 못 되었다는 것을 느꼈다.
그동안 함께했던 수많은 동료들은 하나둘씩 떠나가기 시작했고, 변화되는 흐름 속에 안주하다 보니 실상 남은 건 텅 빈 잔고와 과거의 것들만 답습하는 모양일 뿐이다.
18년 차에 접어드는 사업가지만 언제나 흥하기만 할 수는 없나 보다. 그래서 다시금 재정비하기로 마음먹고 사무실도 옮기고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예전에도 글을 올렸는데, 무언가 막히는 순간에 나는 이동을 하는 편이다. 집도, 회사도 이동하고 그간 쌓아 올린 명성과 익숙함은 뒤로한 채 과감한 결단으로 빠르게 옮기는 중이다. 그렇기에 편안하고 평온했던 전망 좋은 서대문 사무실을 남에게 넘긴 후 지금 마포 어느 한 구석에 있는 텅 빈 사무실에 혼자 덩그러니 다음 스텝을 모색하고 있다.
그래도 10년 전과 비교하면 변화가 있는 편인데, 할 수 있는 게 더 많아졌고 맨땅헤딩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동안 이룬 것도 모아둔 것도 있기에 일단 다음 단계로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물론 고정비문제가 발목을 잡고는 있지만 그럼에도 하나둘씩 해결하고 있다. 밀린 비용도 처리하고 있으며, 못 받은 돈도 받아서 처리 중이다. 그러니까 아무것도 없던 옛날하고 비교하면 그나마 좀 더 나은 상황이랄까.
매번 좋은 점만, 잘되는 것만 올리고 보여주고 싶지만 실상 이러한 기록이 나중에 어떻게 보일까 생각하며 기록해 둔다. 지금은 그다지 유쾌한 상황은 아니어도 절망적인 건 아니다. 그리고 나름대로 나는 운이 좋은 편이라 어떻게든 문제는 해결된다고 믿고, 또 말하는 대로 되는 중이다.
흥미로운 프로젝트를 해보려고 한다. 제로베이스에서 어떻게 하면 다시 세팅하고 일어날 수 있는지 말이다. 물론 제로는 아니기에 현실적으로 지금 갖고 있는 조건들을 더해서 제로에서 다시 시작한다는 말이다. 운에 기대야 할 수 도 있고 조금 비루할 수도 있는데 그래도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
11월에 이사했으니 이제 12월부터 시작이다. 이사는 정말 007 작전처럼 긴박했다. 이사가 결정되고 나서 일주일밖에 시간이 없었고 여기에 맞춰서 지금 있는 사무실도 개조해야 했고 기존에 있던 사무실도 짐 빼고 철거해야 후 재시공해야 했다. 가장 먼저 이삿짐센터 견적을 받았고 가져갈 짐과 버릴 짐, 팔아버릴 짐을 구분해서 최대한 부피를 줄이는데 집중했다. 그럼에도 짐은 산더미 같았다. 그간 쌓인 허물 같았고 일부를 버릴 때는 아쉽지만 시원하기도 했다.
제로에서 다시 시작하기 위해 내가 선택한 작전은 다음과 같다.
1. 고정비 줄이기
현재 나가는 고정비를 정리해 봤다. 개인과 법인 지출, 개인의 경우 대출 이자 및 고정적으로 써야 하는 액수, 날짜를 나누었다. 법인의 경우 급여, 운영비, 임대료, 대출이자로 나누었다. 인력 조정을 시작했다. 우선 최소한의 직원으로 꾸린 뒤 스텝중심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그리고 인력별 고정 운영비를 점검했다. 불필요한 대여료 - 복사기/인터넷/소프트웨어사용료/자동이체되는 비용들을 정리했다. 가지고 있는 지식과 집기를 최대한 이용하는 쪽으로 단돈 몇십만 원이라도 정리했고 정리 중이다. 법인차도 일단 팔았다. 손해는 좀 봤지만 일단 그게 문제는 아니어서 앞으로의 미래를 위해 선택했다.
상징적인 사업을 정리했다. 공유스튜디오 사업 1세대로, 아마 가장 먼저 스튜디오 설립과 렌털을 했을 텐데 어쨌든 사업부를 모두 정리했다. 저렴하게 권리금을 받고 본점을 넘겼고, 계약되어 있던 CGV와 롯데시네마 내 스튜디오도 종료했다. 고정비가 그리 큰 금액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과감하게 종료를 택했다.
가장 규모가 컸던 사무실을 이동하니 임대료가 세이브되었다. 다행히 사옥을 매입해 둔 터라 임차를 주고 여기서 나오는 임차료를 바탕으로 현재 나가는 이자와 월세를 충당할 수 있었다. 재작년 부동산 매입이 아무래도 든든한 버팀목이 되는 듯하다. 또한 기존의 저성과 매장도 정리했다. 아쉬움이 컸지만 상징성 있던 특수상권 매장도 적자 파악 후 과감하게 정리했다. 다시 입점하기는 힘들겠지만, 체력적으로도 그렇고 유지비가 많이 나오는 시점에서 감상적일 필요는 없었다. 솔직히 속상하고 아쉬움이 컸지만 다음 기회를 기약했다.
매출이 잘 나오는 매장도 넘겼다. 알짜배기 매장이었지만, 함께 일하던 동료에게 염가에 운영권을 넘겼다. 이것 역시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장기적인 관점으로 유지관리가 가능한 인력이 좋은 기회를 만나면 서로에게 좋은 시너지가 날 것을 기대했다.
우선 3월부터 시작된 고정비 줄이기는 12월이 돼서야 어느 정도 정리되는 모양새다. 10년 넘게 해온 것들이라 단기간에 정리하긴 쉽지 않았다.
2. 지출과 매입비 줄이기
지출과 매입비를 줄이기 시작했다. 인력 구조를 가장 타이트하게 설정했다. 사업별, 매장별 인력을 가장 극도로 효율적으로 구성하고 있다. 양해를 구하고 이에 대해 동참할 것을 요청했다. 기존 2명이서 할 일을 1명이서 하는 샘이지만 지금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동료들을 믿고 동참을 요청하는 수밖에. 더불어 매입구조도 바꾸는 중이다. 중복되는 매입, 정리가 안돼서 몰라서 구매했던 낭비들을 없애는 중이다. 발주관련해서도 구조를 바꾸고 있다. 매입비를 극도로 줄이니 조금은 살만한 상황이 되었다. 아직 재투자의 여력은 없어도 이러한 구주로 조금만 더 버티고 봄을 맞이하면 승산 있을 것이란 판단을 하게 되었다.
지출은 계획을 세워서 진행하고 있다. 월별/시즌별/사업별 최소 구매와 집행비용을 계획에 따라 운영하게 되었다. 가령 딸기 상품은 지금보다 12월 말부터 본격적으로 홍보해서 판매하되, 그간 사입했던 곳이 아닌 농장과 직접계약을 통해 진행할 계획이다.
생각보다 넓게 펼쳐져있던 지출의 늪을 조금씩 다듬고 줄이는 중이다. 사업은 매출도 중요하지만 운영비의 싸움이다.
3. 내가 가진 무기를 나열해 보자
우선 전장이라 생각하고 싸울 무기를 나열해 보았다. 돈을 벌 수 있는 무기를 점검하는 중이다. 가장 먼저 공간을 활용하는데 우선순위를 두었다. 이번에 새롭게 얻은 마포 사무실은 지하 1층부터 4층까지 통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지하 1층, 1층, 2층은 각각 35평 정도 되는데 일단 여기 활용 계획을 세우고 있다.
3층과 4층 역시 공간 활용계획을 세우는 중인데, 하나하나 정리될 때마다 공유해보려고 한다.
지금까지 했던 사업들과 하고 있는 사업 중 가장 효율적인 사업을 중심으로 재편하는 중이다. 리소스가 많이 투입되면서 의존도가 높고 내년을 기약할 수 없는 사업은 최하위로 두었다. 가령 나라장터 입찰을 위한 공공사업 같은 것들 말이다.
그동안 했던 것들과 경험은 물론 매우 유용하게 자리할 수 있을 듯싶다. 개인적으로 사업과 마케팅, 창업과 사회학, 로컬 분야에 대한 교육, 강의, 콘텐츠 제작이 가능하다. 부동산 역시 관심분야라 투자와 입지, 상권분석등 보다 분야를 세분화한다면 이 역시 좋은 컨설팅과 교육, 콘텐츠로 확장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내가 갖고 있는 지식을 무기화하는데 최우선으로 집중하고 있다.
회사차원에서는 인테리어, 아카데미, 마케팅, 컴패니빌드 형태의 사업을 추진해 볼 수 있을 듯싶다. 카페 영역으로는 정보공개서를 등록했기에 프랜차이즈, 지점확대가 가능하며, 공장은 HACCP 인증을 취득했기에 수출, 유통, 납품, 위탁생산 등이 가능하다. 지금은 매장 시스템 재정립 후 유통망확대를 최우선으로 두고 있다.
다양한 분야로 진입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인데, 지금 관심을 갖고 있는 영역은 금융과 로컬, 미디어콘텐츠 분야이다.
물론 여기에는 자기 객관화가 필요하다. 내가 정말 잘하고 잘되고 있는 것인지, 경쟁력은 있는지 등을 파악해두어야 한다. 나 역시 여전히 조바심 나고 두려움이 앞서지만 도전하려고 한다.
4. 휴식을 취하기
10년간 제대로 된 휴가와 휴식 없이 정신없이 달린 상태이다. 모두가 안된다고 할 때 오기로 더 해봐야지 했던 것도 있다. 그러나 지금은 제대로 된 휴식도 경쟁력을 높이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깨닫는 중이다. 필요 없는 시간낭비는 없애고 최대한 나에게 집중하기, 그리고 온전한 정신적 육체적 휴식취하기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물리적인 거리를 두어 강제로 주말에는 휴식을 취하는 중이다.
제로에서 다시 시작한다고 적어놨는데, 생각보다 제로는 아니어서 좀 더 유리한 고지에서 시작하는 기분이다. 물론 그동안 많았던 동료와 자본은 모두 빠져나간 상태다. 오늘도 정말 꾸역꾸역 메꿨는데 헛웃음이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괜찮다. 나는 결국 지금까지도 잘해왔고 앞으로도 더 잘될 것이란 믿음을 잃지 않기 때문에 최상의 결과물을 만들어 낼 것이다.
미디어자몽 김건우
개인적으로는 미디어와 콘텐츠 커뮤니케이션에 빠져 살고 있고, 음악을 좋아해 아이디는 20년째 위니스밴드입니다. 2017년 <1인미디어 당신의 콘텐츠를 캐스팅하라>를 집필했으며, 사회학 박사학위를 수료한 상태입니다. 최근까지 한양대학교 언론정보대학원에서 겸임교수로 조직의 울타리도 경험했습니다. 최근에는 F&B에 빠져있고, 도시와 공간을 좋아하기에 부동산도 같이 좋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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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몽 미디어센터 '마포' - 2024년 1월 오픈 예정
<피크닉 디저트 카페, 피크니크> http://www.picniq.kr
1. 피크니크 선유도점 은 선유도역 3번출구 초입에 위치
2. 피크니크 경의선숲길 점 은 서강대역 2번출구, 경의선숲길에 위치
3. 피크니크 판교점은 제2테크노벨리 파미어스몰 1층에 위치
4. 피크니크 시흥은행나무점은 금천구 시흥동 은행나무사거리에 위치
5. 피크니크 신도림점은 신도림역 거리공원에 위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