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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빵가루 Oct 23. 2021

이어져 있다

오랜만에 시골에 갔더니,어머니 눈 주위에 시퍼렇게 멍이 들어 있었다.

캐물어보니 한 달 전쯤 스쿠터 접촉사고가 있었다 한다. 시장에 다녀오는 길에 갑자기 튀어나온 승용차에 들이 받혔단다. 자초지종을 들어보니,어머니 잘못은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몇 미터나 나가떨어졌다는데, 일어나 보니 별 다친 데 없고,스쿠터도 멀쩡한 거 같아, 아무 사후조치도 없이 그냥 집으로 왔다는 것이다. 


다행히 운전자가 양심적인 사람이었던지, 사고 당시 주변 목격자들에게 수소문을 해서 집으로 찾아 왔단다.연락처를 건네고, 다친 데가 없다며 극구 사양하는데도 이십만 원을 주고 갔다 한다. 땀 흘려 번 돈이 아니라,내 돈 같지 않아서 그 돈으로는 찹쌀을 사서 주변 사람들과 나눠 먹었다며 퍼렇게 멍든 눈의 어머니가 씨익 웃으셨다.으이구~


어라! 그런데 날짜를 계산해보니 어머니가 사고가 났던 날,  그 시각은 내가 길에 버려진 아기 고양이 4남매를 구조해 가족으로 맞아들였던 바로 그 시각이었다.이런 우연이…! 어머니께 그 말씀을 드렸더니, 어머니의 답변이 걸작이었다.  


"네가 엄마를 살렸구나~"


착하게 산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일로 보상을 받거나 복으로 돌아온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세상의 많은 일들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정확한 인과관계를 맺고 있진 않더라도,평평하다고 생각했던 지구가 둥그렇게 이어져있는 것처럼,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에는 우리가 알 수 없는 어떤 연결고리가 있다고 생각한다.적어도 그 정도 믿음은 잃지 않고 살아가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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