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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빵가루 Oct 15. 2021

새의 귀환


어느 해 추석 전야의 일이었다.

고향 친구들과 모임을 갖고 집으로 돌아왔더니, 작은 형네 둘째 조카 녀석이 뛰어나오며 처마 밑을 가리켰다.


" 삼촌 저기 새 있어! "

"응?"

 

피곤하기도 하고, 어두컴컴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아닌 밤중에 웬 새타령?' 하면서 그냥 한 귀로 흘려듣고 말았다. 그런데, 다음 날 저녁 무렵 어제의 그 새타령이 다시 시작됐다.


" 어? 어제 그 새가 또 왔네! "


밖에서 들리는 어머니 말씀! 영문이 궁금해서 나가보니 지붕 처마 밑에 배가 볼록한, 참새보다는 좀 크고 비둘기보다는 작은 정도의 새 한 마리가 얌전히 앉아있다.



바로 이 녀석이다!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어제 처마 밑을 찾아와서 밤을 보내고 간 녀석이 다시 찾아온 모양이다. 조심조심 다가가 휴대폰 카메라로 찍어도 가만히 있다. 플래시를 사용하지 않으니 까맣기만 하고 아무것도 안 나와서, 도망가도 어쩔 수 없다 생각하며 플래시를 터트리며 찍어보았다. 얼! 그런데도 요지부동이다.


시간은 흘러 흘러 추석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새는 어김없이 해가 저물면 우리 집으로 찾아들었다. 그리고는 처마 밑에서 밤을 지나고 다음날 아침이면 집을 떠났다. 명절이면 느지막이 친정을 찾는 여동생 내외가 다녀가도록, 새의 이런 행동은 며칠간 계속되었다.


하릴없이 시간만 많은 프리랜서인 나는 빨간 날의 다음, 다음 날 고속도로가 뻥뻥 뚫린 것을 확인하고서야 귀경을 하였다. 짐을 내리자마자, 집에 잘 도착하였노라는 소식을 전하려 어머니께 전화를 드렸다. 그랬더니, 약간 섭섭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으신다!


" 오늘은 새가 안 왔어야~ "

" …… "


" 돌아가신 너희 아버지가 새가 되어 명절이라고 찾아오신 건 아닌지 모르겠다! 밤새 너희들 목소리라도 듣고 가려고 찾아오셨나 보다... "


에잇!  평소에 점 같은 걸 보기 좋아하시는 어머니께서 저런 식으로 또 연결 지어서 생각하실 거 같더라니.

새를 발견한 순간 억지로라도 쫓아버리지 못한 것이 후회스러웠다. 시골에 홀로 계시다 보니 외로우셔서 그러신가 보다 생각하니 콧날이 좀 시큰해졌다. 해서 별다른 핀잔은 않고 '그냥 우연히 맞아떨어진 것일 뿐이니, 너무 마음 쓰지 마시라'고 하며 화를 었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이틀 뒤, 어머니의 문자가 도착했다.


셋째야, 간밤에는 

새가 왔다. 자고 

새벽에 갔나 나와

보니 없더라~ 


어휴~ 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새야! 부디, 어머니 깊은 정 붙이지 못하도록 매일매일 찾아오지 말고,

네 맘 내킬 때 가끔씩만 찾아오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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