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Zamun Sep 18. 2023

늦은 시작, 그 찬란함에 대하여

늦은 시작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바치는

브런치를 처음 시작하던 그 순간부터 나는 공공연히 늦깎이 유학을 온 사람임을 이미 밝혀온 바 있다.

딱히 늦게 시작한  자랑하기 위함이 아니라,

그저  글을 읽어주는 사람들에게 '나는 이런 사람이니, 이런 부분을 감수하고 읽어주세요'라는 일종의 자기소개를 했던 것뿐이다. 

나를 나로서 솔직히 밝히기 위해 밝히기 위해 언급했던 부분이었는데, 뜻밖의 고민상담을 많이 받게 되었다.

늦게라도 해외로 학업, 혹은 이민을 떠나고자 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다는 것이 피부로 와닿았다.


'지금 시작해도 늦지 않을까요', '무섭지 않으셨나요', 혹은 '지금이라도 시작하는 것이 옳은 걸까요'등등.


다른 환경, 각각 다른 사람이  글이지만  고민의 시작과 끝은 꽤나 닮아 있었다.

곰곰이 내가 한국을 떠나오기 전의 과거를 되짚어 보기 시작했다.


막연히 어렸을 때부터 나는 언젠가 해외에서 공부를 꼭 해보리라 마음을 먹었던 것 같다.

당시에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정도 나이의 학생들이  '캠브리지에 가다', '하버드에 가다'류의 책들이 유행이던 시절이었다.

나는 그런 책들을 사서  번이고 다시 읽어보며, 언젠가 해외에서 공부하고, 일하는 멋진  모습을 살포시 그려보며 대리만족을 했던 것 같다.


한편,  인생은 착실하게 대학-취업-결혼(?) 지극히 현실적인 경로를 향해가고 있었다.

한국에서 그럭저럭 대학을 졸업했고, 그럭저럭  곳에 취직을 했다.

종종 맞선이 들어오기도 했다.  


취업 2 차쯤, 새벽 지하철에 몸을 기대고 출근을 하다가 문득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하고 있던 일이 진 않았.

파고들수록  자체미를 느낀 적도 있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 '근데 이건 네가 원하는  아니잖아'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스스로가 나에게 손가락질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자괴감이 들었다.

매달 따박따박 나오는 일정한 수입이 주는 달콤함이 그저 쓰게만 느껴졌다.


딱히 쇼핑을 즐기는 편도 아닌지라 통장의 잔고는 점점 쌓여갔지만,  돈을 어디다 써야  지도   없었다. 돈을 모아 집을 사라고 주변사람들이  모아 이야기했지만, 온전한  집을 갖게  때까지 도대체 언제까지 집과 회사를 오가야  지도   없었다.  이상,  미래가, 기대되지 않았다.


사람마다 각자 즐기는 음식과 맛이 다르듯, 인생에서 달콤함을 느끼는 부분도 분명 다를 것이 분명하다.


확실한 , 현실에 안주하는 '안정감' 적어도  입에 달게 느껴지지는 않았다는 사실이다.

아침에 지하철을 타는  자체가 공포  자체가 되었을 무렵, 나는 사표를 썼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어느 쪽이든 막연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면, 나는   새로운 곳에  자신을 내던져보고 싶었다.


이미 업무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기도 했다. 지하철에 타기만 하면 숨이 막히고, 막연한 공포심이 밀려왔다. 회사에 가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휴직을 권고받기도 했으나, 이미 나는 확고했다.


이미 수없이 머릿속으로 회사를 그만뒀을 때의 내 모습을 좋은 결과부터 나쁜 결과까지 100가지 넘게 그려보았으니, 현실은 이미 내 상상을 벗어날 수 없었다. 더는 변화가 두렵지 않았다.


혹자는 도피를 했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 도피라고 하기엔 내가 타지에서 겪은 일들이 결코 낭만적이지만은 않았다.

타지에서 외국인 신분으로 산다는 것은, 내가 가진 자유만큼,  그만큼, 혹은  이상의 불편함을 감수하고 산다는 것과 같다고 감히 말할  있다.


네덜란드에서 지내면서 한국에서 겪을 필요 없는 수많은 일들을 겪었고,  자신이 얼마나 무력했는지 한국에서 지낼  보다  많이 느끼고 있다.

불안하다. 그래도 행복하다.


남들과 같은 길을 가지 않음이 불안하다.

남들과 같은 길을 가지 않고 있음이 행복.

아침에 눈을 뜰 때, 예측할 수 없는 하루가 불안하다.

아침에 눈을 뜰 때, 오늘 하루가 어떤 것으로 가득 찰지 기대감에 눈을 뜨는 삶이 행복하다.


 번쯤 나를 가로막던 틀들을 벗어나 새로운 곳에서 나라는 사람을 직면해보고 싶었다.


언젠가 내가 세상을 등지는 날이  , 못한 일들에 대해 후회하기보단 저지른 일들에 대해 후회하는 쪽을 택하고 싶다.

이제  남은 삶들은 내가  선택에 대해 책임을 지는 삶이 되겠지만, 다른 삶을 선택한다 한들 그에 대한 온전한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일 테니, 나는 오늘 하루도 최선을 하는 수밖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