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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dd Jan 28. 2023

사랑의 이해 하상수

 요즘 보고있는 드라마 중 하나인 사랑의 이해는 은행을 배경으로 사내 연인들의 미묘한 감정선을 그려낸다. 전체적으로 차분과 다크를 오가는 분위기에 사건 사고 위주의 집중력을 요하는 드라마는 아니라 틀어놓고 사부작 집안일 하며 틈틈이 봤는데 어느 새 10부를 보는 중이다. 이런 류의 드라마는 남녀주인공의 연기력과 매력이 극의 개연성을 만든다고 생각하는데 굳이 따지자면 '그 해 우리는' 이나 '봄밤'이 비슷한 결..? 그러나 개인적으로 사랑의 이해는 종영하더라도 그 반열에 오를 지는 모르겠다.

 일단 남녀 주인공의 매력이나 연기력은 주관적이므로 (나쁘지도 않다고 생각) 차치하더라도, 캐릭터 자체가 매력없음을 떠나서 너무 최악이다. 안수영 캐릭터는 사실 문가영 배우와 잘 맞는지를 모르겠다. 문가영 배우의 연기를 많이 본 건 아니지만 질투의 화신 빨강이는 아주 매력적으로 잘 소화해냈는데 안수영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그려내기에는 좀 아쉬웠던 것 같다. 비주얼적으로는 넘 예쁘고 완벽하지만 회사 안팎을 오가는 감정의 선이 자꾸 급발진으로 느껴지게 해서 시청자 입장에서는 설득력이 떨어진 느낌..

 그에 반해 하상수 캐릭터는 캐릭터 자체에 비해 유연석 배우가 연기를 유려하게 해서 욕을 덜 먹게 하는데, 개인적으로 하상수는 정말 역대급 최악의 남자다.

 

 일단 남녀주인공 모두 자기연민에 빠져서 애꿎은 피해자들을 만드는데 이들은 나중에 어떤 결과가 나와도 스스로를 '남들과 비교했을 때 항상 부족하고 상처 많은 불쌍한 나'이기에 어쩔 수 없었다 생각하며 그 결과에도 딱히 죄책감도 가지지 않을 것이다.

 하상수는 극 초반에 안수영에게 좋아한다는 표현도 하고, 고백하려하지만 안수영의 배경에 주춤하며 이를 눈치챈 안수영에게 냉대를 받는다. 그리고 자신에게 적극적으로 대시하는 배경 좋은 박미경과 사귀게 되지만, 연애 내내 박미경에게 영혼없이 대하던 하상수는 결국 진짜 사랑을 택하네 어쩌네 이 ㅈㄹ(죄송..) 하면서 다시 안수영에게 고백한다. 본인이야 진짜 사랑을 택한 용기있는 나로 스스로를 포장하겠지만 내가 보기엔 하상수는 나쁜놈을 넘어 타인에게 준 상처는 하나도 신경 안쓰는 이기적인 소시오패스같이 느껴진다.

 일단 안수영에게 고백하기 전 주춤했던 것은 찰나의 순간이었으므로 그럴 수 있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어쨌든 본인이 사랑하는 사람을 자랑스럽게 여기지 못하고 사회적 포지션, 집안, 배경, 학벌 등을 계산했을 때 본인이 아쉽다고 생각하는 마음이 티끌만큼이라도 있다면 그건 사랑할 자격이 못된다. 만약 그런 마음을 콩알 만큼이라도 품고 사귀더라도 알게모르게 상대는 상처받는 순간이 생길 것이며 연인 간 한 쪽이 선민의식을 가지는 것 만큼 비극적 관계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지가 머 그렇게 잘났다고..) 애초에 사랑을 시작하기 전엔 모든 요소들이 그 사람 자체로 뭉퉁그려 그 사람 자체를 사랑해야지 상대에게 아쉬운게 있고 자랑스럽지 못하다면 시작조차 하지 않아야한다.

 그리고 박미경에게는 진짜 미친놈이다. 박미경이 본인에게 적극적으로 마음을 표현하고, 1%만 마음을 달라고 하긴 했지만 비겁하게 그런 박미경의 마음을 당연하듯 여기고 일말의 책임감도 없이 행동한다. 본인만 보면 눈에 하트가 생기는 박미경에게 의무적 친절 정도만 행하고 박미경을 좋아하고 마음을 알아주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으며 안수영에 대한 마음은 또 숨기지도 못한다. 당연히 모든 걸 눈치챌 수 밖에 없는 박미경 또한 얼마나 자존감이 떨어지고 애타는 마음이었을까? 그러나 하상수는 이런 최소한의 인간적 관심도 주지 않으면서 또 확실히 끊어내지도 않는다. 극 중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긴 했지만 본인에게 헌신하고 사랑 주며 열심히 키운 어머니와 본인의 노력으로 실패 없이 이뤄낸 성취만으로도 당당하게 살면 충분히 매력있을텐데 뭐 그렇게 금수저가 아니네 남들이랑 비교해가며 스스로 불쌍한 포지션 잡는지 모르겠다.


 하상수도 하상수지만 하상수 주변 친구들과 직장 동료들도 모여서 입만 열면 남의 집 재산 이야기, 시도 때도 없이 엮기, 누구 집 금수저인데 누구 땡잡았네~ 하는 저급한 작당모의는 학교다닐 때 보던 오빠들 생각나서 짜증났음. 그래서 내가 하이퍼리얼리티를 별로 안좋아한다.


아무튼 아직 종영도 안했지만 보다가 하상수 짜증나서 써보는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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