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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dd Aug 06. 2023

퇴사 후 일상

1. 어느덧 퇴사하고 2달이 다 되어간다. 노니까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갔다는 말은 못 하겠다. 일을 할 때에도 시간은 빠르게 지나갔었다. 오롯이 하루는 지루하고 시간도 안 가는데, 한 달은 눈 깜빡하면 지나가있어서 허무하곤 했으니까. 퇴사 후 일상은 적당히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 있어서인지 딱 두 달 정도 흘렀다는 게 체감이 간다.


2. 3주 간의 여행을 다녀오고 1주일 간은 시차 적응 때문에 (사실 바꾸고자 하는 의지가 없었음) 잠만 자다 보니 1달이 흘렀었고, 그 뒤로 2주 정도는 본가에 잠시 내려갔다가 광주에서 동기 언니 오빠들 및 친구들도 만났다. 서울에서 때때로 점심시간에 친구들 회사 방문해서 같이 점심도 먹었고 지난주에는 엄마 아빠와 태국 치앙마이 1주일 여행도 다녀왔다. 여행 막바지에 걸린 감기  때문에 일주일 고생하고 어제부터는 다시 정신이 차려졌고, 내일은 전에 다니던 약국 국장님 부탁으로 일주일 간 일해주기로 했다.


3. 이렇게 나열하고 보니 꽤나 알차게 보낸 것 같지만 나도 확신의 내향형은 아닌 게, 저 중 1~2주 오롯이 집에서 쉬는 날들이 좀 찝찝했다. 집순이 친구들은 집에서 안 나가고 1주일 쉬면서 누워서 티브이 보는 게 큰 행복이라는데 나는 시차적응하고 감기약에 취해 어쩔 수 없이 잠을 자던 기간을 제외하고는 집에서 빈둥대는 비생산적인 하루가 그다지 행복하거나 만족스럽진 않았다. 그렇다고 일을 하고 싶은 건 아니지만 현재 뚜렷하지 않은 미래에 대책 없이 늘어지는 것과 새로운 자극과 활력소가 없는 고립된 생활은 나와 맞지 않다고 느끼고 있다.


4. 며칠 사이 서울 곳곳에 흉흉한 사건 사고들이 많아서 밖에 나가는 것도 그랬고, 딱히 만날 사람도 없어서 집에만 있었더니 확 우울해지고 자조적이게 되더라. 나의 안 좋은 특성 중 하나는 혼자 있다 보면 문득 과거의 안 좋은 일들이나 후회되는 일들이 떠오르는 건데 그 생각의 실타래를 더듬기 시작하면 매우 괴로워진다. 빈도는 낮은 편이긴 하지만 지금 놀면서 내재된 불안감 때문에 어제는 이런저런 비관적 생각들이 내내 머리에 띠를 두르고 쓰여있는 기분이었다. 이럴 땐 고강도의 운동을 하거나 구체적인 미래 계획을 세워야 한다. 그래서 어젯밤에 노트북을 켜고 다시 개국 정보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5. 개국은 1-2년 전 즈음 열심히 알아보던 시기가 있었다. 그때는 매우 바쁜 약국에서 풀근무를 하고 집에 오면 다리 퉁퉁 붓고 녹초가 된 상태에 시간도 없으니 여러 제약이 많기도 했지만 제로 베이스에서 시작해 공부할 것도 많고 주변에 물어볼 것도 태산 같았다. 딱히 인맥이 없는 나는 중개인 사이트를 통해 알아보기 시작했는데, 그렇게 만난 진짜 예의 없고 눈앞에서 사기 치려는 + 어린 여자 약사라고 '약사님이 뭘 모르시는데~'로 시작하는 가스라이팅을 시전 하는 중개인들에게 당하다 보니 너무 스트레스받아서 중단했었다.

 주변에서도 다들 조언해 주고 또 나도 그렇게 생각했던 게, 개국하려거든 결혼하고 나서 하라는 것이었다. 일단 개국을 하면 어찌 됐든 시간이 너무 없고 사람 만나는 것도 한계가 생겨 영영 일만 하게 되기도 하고 결혼 후 안정적으로 정착을 한 상태에서 자리를 구하는 것이 맞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긴 하지만 뜻대로 되지도 않았고 지금도 이 부분은 가망 없어(?) 보이고.. 언제 나와 맞는 사람이 나타날지도 모르는데 기약 없이 기다리는 것도 어리석다 생각하여..(서로가 좋아하고 온도가 맞는 사람이 있기는 할까 싶음)  아무튼 어제부터 여러 사이트 알아보고 지인들에게도 믿을 만한 중개인들 추천도 받고 했으니 이제 시작이다 생각해야겠다.

 주변에는 이미 개국한 사람이 많은데 물론 잘 되는 사람도 많고 평타 치는 사람도 많지만, 평타 치거나 한가하다고 하는 지인들도 하루 종일 쉴 틈 없이 일하는 나보다는 훨씬 많이 벌긴 한다. 물론 초기 투자 비용과 리스크들을 감안하기는 해야겠지만, 일단 목표는 한가하더라도 경험해볼 수 있고 (어쨌든 근무 약사보다는 많이 버는) 소규모 약국을 먼저 경험하고 점점 늘려나가는 식으로 하는 게 내 성향상 맞을 것 같다. 초기에 큰 투자 할 자본도 없기도 하지만 부모님께 손 벌려 무리하고 싶지도 않고, 소규모 투자를 하고 잃는다 감안해도 여태껏 알량하지만 모아둔 돈이 있으니.. 그걸 투자금으로 생각하면 실행력이 생길 것 같다.


6. 때로는 차라리 성취감 있고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직장에 들어가 사는 길을 택했었어야 했나 회의감이 들 때도 있지만.. 그래도 길게 봤을 때 라이선스의 메리트는 아직 무시 못하는 것 같다. 일단 집 근처 운동할 곳 물색해서 등록이나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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