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카드로는 나쁘지 않았다.
최근 유독 강세를 보이고 있는 나라가 있습니다.
바로 '일본'입니다.
일본은 원래 GDP기준 전세계 2위 경제대국이었습니다.
중국이 번성하기 시작하면서 3위로 내려갔지만, 여전히 경제대국이라는 점에서 아무도 이의를 달지 않을 것입니다.
사실 일본은 1980년대까지만 해도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 경제대국이 될 것이라고 본 사람이 매우 많았습니다.
하지만 1990년대에 들어와 점차 불황에 빠지게 되었고, 2013년까지만 해도 지속해서 경기가 하강하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여기에 대한 것은 내일 따로 포스팅하겠습니다.
본론으로 들어와 일본이 2013년에 들어와 점차 기지개를 펴기 시작하는데요.
그 진두에 있었던 사람이 '아베 신조 총리'였습니다.
그가 펼쳤던 경제 정책이 '아베노믹스(Abenomics)'였습니다.
지난번에 제가 비판했던 초이노믹스와 비슷한 개념입니다.
아베노믹스(Abenomics)는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가 추진하고 있는 경제정책"을 일컫는 말입니다.
이 정책은 시작될 때부터 회의적인 견해가 많았고, 지금에서도 회의적인 견해가 많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반대로 저는 2014년부터 '아베노믹스'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었습니다.
회의적인 시각이 대다수인 지금에서도 저는 아베노믹스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제가 왜 아베노믹스에 대해 긍정적으로 바라보았는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물론 한계점도 지적할 것입니다.
깔 것은 까고, 칭찬할 것은 칭찬하자는 것이 제 모토이기 때문입니다.
'아베노믹스(Abenomics)'가 시행되기 전, 일본은 앞서 말했다시피 경제사정이 좋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했지만, 사실은 20년에 이르고 있었던 상황이었고, 어쩌면 잃어버린 30년을 맞아야 할지도 모를 상황이었습니다.
여기에 2011년에는 도호쿠 대지진,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라는 사상 최악의 재앙까지 겹치면서 일본 자체가 휘청거린다는 말이 나왔습니다.
왼쪽이 후쿠시마원전 사고, 오른쪽이 도호쿠대지진으로 인한 피해 사진입니다.
더 나아가 슈퍼엔고까지 겹치면서 일본의 경상수지(수출액-수입액)마저 하락하면서 전자업계를 위시한 수많은 수출기업들이 가격 경쟁력을 상실하게 되었습니다.
이 당시 일본의 집권여당은 민주당이었는데요.
전통적인 집권여당인 자민당에게 무려 54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룬 정권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경제위기를 극복하는데 실패하면서 국민들의 민심은 등을 돌렸고, 2012년 12월 중의원 선거에서 아베 신조가 이끄는 자민당이 정권을 재탈환하면서 일본 경제에 새로운 국면이 시작되었습니다.
정권을 재탈환하게 된 아베 신조는 "일본의 경기 회복, 20여년 가까이 이어져 온 디플레이션과 엔고 탈출을 위해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선언하였습니다.
그리고 소위 아베노믹스를 구체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세 가지 전략을 제시하였습니다.
이 세 가지 전략을 '세개의 화살'이라고도 일컫는데요.
핵심은 일본은행(Bank of Japan;BOJ)을 움직여 인플레이션율을 2%로 향상시켜, 디플레이션에서 탈출하는 것 입니다.
아베 신조 총리는 취임하기 전에 이런 말을 하였습니다.
"윤전기를 쌩쌩 돌려서 일본은행으로 하여금 돈을 무제한으로 찍어내게 하겠다"
윤전기란 화폐를 제작하는 기계인데요.
윤전기를 쌩쌩 돌리겠다는 것은 말그대로 '무한대로 화폐를 찍어내겠다"고 한 것입니다.
물론 이 말은 말그대로 엔화를 마구잡이로 찍어낸다는 것이 아니라 양적완화를 통해 인위적으로 엔화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을 뜻합니다.
엔화를 떨어뜨린다는 것은 쉽게 말해서 (1달러-1,000엔)이었던 것을 (1달러-3,000엔)로 하겠다는 뜻입니다.
경제학 적으로는 이를 '엔화의 가치가 떨어졌다'고 합니다.
여기서 엔화의 가치를 왜 떨어트리는 것일까요?
엔화의 가치를 떨어트릴 경우, 수출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을 더욱 높일 수 있게 됩니다.
자세히 설명하자면, 엔화의 가치가 떨어지게 되면(돌려말하자면 엔화의 對 달러 환율이 올라가면) 수출할 때 달러로 표시된 상품의 가격을 낮춰도 이전과 동일한 수익을 얻을 수 있게 됩니다.
즉, 달러로 표시된 가격을 낮추더라도 이전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많은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엔화 약세로 인해 일본으로의 관광이 급증하는 부가효과까지 거두었습니다.
이 정책은 일본의 인플레이션율에 영향을 미침은 물론 한국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왜냐하면 한국 수출기업들의 주력제품인 자동차, 전자제품 등의 주요 경쟁국이 일본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2015년 당시 현대자동차 등이 일본의 엔저로 인해 상당한 손실을 입었습니다.
그나마 현재는 양적완화 정책의 한계로 환율이 점차 정상화되면서, 피해가 줄었습니다만 간헐적으로 손해를 입고 있다고 봐야합니다.
핵심은 단기적으로 경제를 부흥시키기 위해 13조엔의 특별예산을 편성한다는 것입니다.
이 13조엔은 2009년 이후로 가장 큰 규모의 재정규모입니다.
이 긴급예산의 용도는 다음과 같습니다.
-동일본대지진의 복구: 1조 5,865억엔
-사전 방재/감재 등: 2조 2,024억엔
-민간투자 환기를 통한 성장력 강화: 1조 7,662억엔
-중소기업/소규모사업자/농림수산대책: 9,459억엔
-일본기업 해외전개지원: 1,390억엔
-인재육성/고용대책: 2,662억엔
-생활안심: 7,789억엔
-지역특생을 살린 지역활성화: 9,255억엔
-지방의 자금조달에 대한 배려와 긴급경제대책의 신속한 실시: 1조 3,980억엔
재정학을 공부안해서 정확히 말할 수는 없습니다만, 제 의견으로는 적재적소에 자본을 투입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땅에만 집중한 '초이노믹스'에 비하면요.
여기다가 이러한 재정이 적절히 투입되고 있는지에 대해 점검하고자, 아베 신조 총리 본인이 총지휘하는 '일본경제대책위원회'이라는 컨트롤타워를 설립해 감독합니다.
메르스 사태, al방역 실패 등 온갖 위기에서도 컨트롤타워를 설치하지 않아 일을 더 크게 만든 우리나라 정부와는 참 대조되는 모습입니다.
또한 실제 일본 대기업 총수들과 총리가 주관하는 위원회를 별도 설립하여, 그들의 의견을 수렴함과 동시에 총리 본인의 의견을 개진하는 위원회 역시 설립합니다.
총리 본인이 총대를 멘 것이지요.
한 나라의 수장이라면 이 정도는 해야 하는 것입니다.
핵심은 일본의 장기성장을 위해 정책적인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입니다.
TPP(Trans-Pacific Partnership trade agreement) 가입, 노동개혁, 청정에너지, 의료개혁, 농수산 개혁 등이 여기에 포함됩니다.
여기서 TPP가입 건은 이미 물건너갔다고 봐야 합니다.
여기서 구체적인 전략은 다음과 같습니다.
위 사진에 나온 것이 그것인데요.
저는 여기서도 '노동개혁'에 초점을 맞추어 보았습니다.
노동개혁의 주요내용은
-여성 근로 장려(->배우자 공제 등 재검토)
-외국인 근로자 고용 촉진(->실습제도 대상 업종 확대, 기간 연장)
-전문직 근로자에 시간 대신 성과로 연봉 주는 방안 허용
-위 표에 나와있지는 않습니다만, 평균 임금 인상입니다.
저는 이 노동개혁을 보고 개인적으로 감탄했습니다.
일본의 현실에 대해 비교적 정확하게 잘 보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먼저, 여성 근로 장려의 경우에는 우리나라에도 필요한 제도입니다.
인구가 가면갈수록 줄어가고 있는 우리나라 특성상, 일할 수 있는 권한을 여성에도 확대할 필요가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실제로 제가 회사에서 일하면서 직원들 대부분이 여성이었는데요.
결코 일을 못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성 근로를 장려하는 것은 높게 평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평균 임금 상승도 높게 평가받아야 할 부분입니다.
아시다시피 수출, 내수시장이 한 국가를 구성하는 시장들입니다.
이 중 한 쪽의 비중이 지나치게 커지는 것은 결코 좋은 것이 아닙니다.
특히, 최근 글로벌 불경기로 경제적 위기를 맞고 있는 우리나라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그런데, 내수시장을 키우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국민들의 가처분소득(실제소득-세금납부액)을 늘려야 합니다.
바로 임금 상승이 이뤄진다는 것은 국민들의 가처분소득이 늘어난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하나 더 얘기하자면 '원샷법'이 있습니다.
'원샷법'이란, 총리가 불필요한 규제라 판단되면 의회에 통과시키지 않더라도 규제를 철폐할 수 있다는 것과 기업의 구조조정에 필요한 절차 및 비용을 한방(One Shot)에 해결한다는 법입니다.
덕분에 HITACHI와 MITSUBISHI가 합병할 수 있었고, SONY는 TV를 포함한 전자사업에서 Play Station을 위시한 게임산업, 센서산업으로 구조조정을 신속하게 할 수 있었습니다.
여기다가 앞서 설명한 '양적완화'로 인한 엔저현상으로 수익도 높일 수 있었습니다.
덤으로, 2002년 히타치조선과 JFE가 합병해 '유니버설 조선사'가 탄생했습니다.
IHI와 스미토모중기계를 통합해 'IHI머린유나이티드'를 설립했습니다.
그리고 2013년 '유니버설'과 'IHI머린유나이티드'를 다시 합병해 '재팬머린유나이티드'가 탄생했습니다.
일본의 최대 조선사로 성장한 이마바리는 하시조우(2001년), 와타나베(2005년), 신카사+고요(2014년), 다도쓰(2015년) 등을 흡수합병하여 덩치를 키웠습니다.
원샵법으로 일본의 기업들이 구조조정 및 흡수합병(M&A)을 원활히 진행하여 과거의 경쟁력을 어느정도 키울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외신에서는 아직 부족하다는 평가가 대다수이지만, 민주주의 하에서 큰 변화는 힘들다는 점을 인지해야 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이러한 변화는 상당한 성과라고 봐야 합니다.
이러한 정책들의 성과인지 일본의 경기가 살아났습니다.
일본 기업의 수출은 늘어났고, 일본 주식시장의 주가도 상승했습니다.
닛케이 지수가 아베노믹스 시행 이후로 사상 최고치(2013년 5월 23일의 15942.6)를 갱신하기도 했습니다.
현재는 닛케이 지수가 20000을 돌파함으로써 실물경기 회복에도 어느정도 성과를 내고 있다고 봐야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한계점은 있었습니다.
앞서 설명한 엔저현상으로 인해 수출물가에 대한 경쟁력은 높아지는 반면, 일본으로 들어오는 수입재품의 가격은 높아진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들어올때는 달러화로 표시되어서 들어오지만, 시중에 판매되면 엔화로 표시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대부분의 자원을 수입하는 일본의 특성상 이러한 수입상품의 가격인상은 뼈아플 수밖에 없습니다.
천연자원의 가격이 올라간다는 것은, 생산비용이 증가한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Apple은 일본 판매용 아이패드의 가격을 최대 13,000엔 올렸습니다.
한국처럼 밀을 수입하는 형편인 일본의 제과업계도 빵값을 올리겠다고 공언하고 있으며, 대표적으로 야마사키 제빵은 7월부터 2~6%의 가격 인상을 예고했고, 시키시마 제빵도 가격 인상을 공언한 상태입니다.
또한 미즈호, 스미모토 등의 은행들도 금리상승 추세에 편승해 주택대출 금리를 2개월 연속 인상하고 있습니다.
휘발유 가격도 12주 연속 인상 추세이구요.
또한 김광수경제연구소의 경제단신 "엔 약세와 유가 급락과 일본의 수출"에 따르면, 일본의 제조업 가동률은 2010년부터 거의 변화가 없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일본의 분기별 수출입 물가지수와 수량지수는 2010년 이후 큰 변화가 없는 상황입니다.
즉, 아베노믹스로 엔화 약세엔 성공했지만, 일본 기업의 수출은 큰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단지 엔화 약세로 인해 엔 표시 수출액이 증가했을 뿐입니다.
보다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일본의 3대 수출품인 자동차와 기계류, 전기전자 품목의 달러 표시 수출입과 수지 추이를 보면, 수출과 수지 흑자가 모두 감소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 3대 수출품목의 엔화 환산 수출액은 2013년부터 엔 약세 효과로 인해 모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수출 물량 증가 없이 엔 약세를 통해 일본 정부가 수출 기업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해주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그 비용은 일본 가계가 수입물가 상승의 형태로 부담하고 있는 것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고령층입니다.
저축과 연금수입 말고는 기대할 수입이 없는 고령층들에게 물가상승은 날벼락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2016년에 들어와 아베노믹스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좋은 일은 생기지 않았습니다.
브렉시트의 현실화, 트럼프의 당선 등으로 엔화의 환율은 하락하기 시작했고, 지금까지 그 추세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또한 올해 초 마이너스(-)금리를 도입했으나, 그로인한 효과는 미미한 수준입니다.
한계에 봉착했다고 봐야겠지요.
하지만, 저는 '아베노믹스'가 잘못된 정책이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지금도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우리는 아베노믹스를 볼때 경제학적으로만 봐서는 안됩니다.
하나의 생명학적으로 봐야 합니다.
일본의 경우, 1990년대부터 20년이 이른 2010년대까지 불황의 늪에 빠져있었습니다.
인프라투자를 확대하거나, 갖가지 정책을 시행했으나, 실질적인 성과는 거의 없었습니다.
금리도 낮춰보았지만, 효과가 없었습니다.
우리는 여기에 주목해야 합니다.
이 말은 더 이상 일본에게는 카드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저도 처음 아베노믹스에 대해 들었을 때에만 해도 "얘네들이 돌았나?"라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일본 경제에 대해 조사하면서, 일본이 지금까지 할 수 있는 것은 다했다라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대안이 없었던 것이죠.
인구는 줄어들고 있지, 중국이 성장하고 있지.......
사실상 더이상의 대안이 없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실제로 일본인들 대다수는 패배감에 휩싸여 있었구요.
아베노믹스는 이런 상황에서 나온 것입니다.
"아직 희망은 있다. 포기하지 말자"
라는 생각에서 나온 것이라는 거죠.
또한 만약 양적완화만 시행되었다면, 저 역시 아베노믹스를 평가절하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제가 앞서 설명했다시피, 갖가지 개혁정책들이 시행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개혁정책은 현재 일본이 처한 문제점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있는 것들이었습니다.
속도가 느리다고는 했지만, 불과 2~3년만에 시행되었다는 것은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엄청 빠른 것입니다.
5년이 지났는데도, 제대로 된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한 우리나라 정부를 보십쇼.
일본이 과연 정책변화 속도가 느리다고 할 수 있을까요?
전 'No'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도 아베 총리가 앞장서서 개혁을 진두지휘하는 모습은 일본 국민들에게 어느정도 희망을 갖게 했을 것입니다.
이번 선거에서도 재선된 것도 그 일환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항상 경제학의 영향때문인지 수치만 봅니다.
제가 주변 사람들에게 항상 말하듯이, 경제라는 건 수치가 아닙니다.
경제는 하나의 생명체라고 봐야 합니다.
결코 수치가 모든 것을 대변해주지는 않습니다.
그 경제공동체 안에 있는 인간 하나하나를 봐야 합니다.
그래야 아베노믹스의 진정한 역할에 대해 마주 볼 수 있습니다.
아베노믹스는 일본 국민들에게 최소한의 희망을 주었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아야 합니다.
또한 우리는 여기서 하나 생각해봐야 할 것이 있습니다.
매일 희망을 가지라면서, 왜 희망을 갖기 위한 행동은 무조건 나쁘게 봐야하는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