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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gnus 창 Jul 01. 2017

특목고, 왜 그렇게 집착하실까?

시대가 변했다. 하지만 특성화고는 아니었다. 그래서 없애야 한다.

최근 교육관련해서 큰 이슈가 나왔었습니다.

바로 "자사고, 특목고를 폐지한다"는 것이었는데요.


이번에는 서울특별시 교육청에서 "이 사안은 보류한다"고 발표했기 때문에, 당장은 괜찮을지는 모르지만 문재인 대통령 임기 5년 동안 차츰 없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어제인가, 발표했습니다. 솔직히 "달랑 이러려고 저렇게 생쇼를 했었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애당초 특목고, 자사고를 한번에 폐지한다는 게 보통 일이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임기 초반에 한번에 특목고나 자사고가 없어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난번에 구독자 분이 저에게 여기에 대해서 한번 다루는 것이 어떻겠냐는 말씀을 하셨었습니다.

제 전문분야가 아니라서 좀 부담된 측면은 있었으나, 아무래도 이 문제는 매우 중요하고, 저 역시 여기에 대해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 다루려고 합니다.


오늘 주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자사고, 특목고가 오늘날 꼭 필요한지에 대해 고찰하는 것입니다.


오늘 포스팅은 어디까지나 제 의견이기 때문에, 다른 의견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말씀해주세요.

이 문제는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더군요.

그래서 더 많은 의견을 수렴해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먼저 우리나라에 특목고가 나오게 된 배경을 알아봅시다.


다들 아시다시피 우리나라는 미국, 러시아와 같은 초강대국들과 달리 천연자원이 거의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자원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예로부터 '인적자본'이 매우 중요하였습니다.

이 '인적자본'에 대한 것은 과거 조선시대 때부터 유교의 영향으로 오늘날까지도 그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데요.


1960년대부터 경제가 이제 막 성장하기 시작하던 우리나라에서는 그 중요성은 더욱 극대화되었습니다.

이 당시 우리나라는 '수출주도형 경제성장전략'을 추진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나라는 1970년대부터 수출에 거의 몰빵을 했습니다.


이 수출을 위해서는 아무래도 외국어(특히 영어)를 잘하는 인재들이 필요하였습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오늘날처럼 인터넷이나 학원이 발달하지 않았었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모든 학생들에게 외국어를 가르친다는 것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전두환 정부는 차라리 외국어 고등학교를 별도로 만들어서 외국어교육을 시키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하여 1984년 대원외고, 대일외고를 개교합니다.


오늘날 과학 고등학교를 포함하는 특목고나 자사고(자율사립고등학교)들도 대부분 이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진 것입니다.

 

이 당시까지만 해도 특목고는 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었고, 한창 수요가 높은 상태였기 때문에 존립 자체가 문제는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그 본래 취지가 퇴색되었습니다.

2000년대에 들어와서요.


2000년대에 들어와서 특목고나 자사고 내부부정사건을 포함해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했고, 이 문제들로 인해 "과연 이들 교육기관이 필요한가?"에 대한 의문이 들기 시작하였습니다.

하지만 학부모들의 반발이 너무 컸기 때문에, 지금까지 어느 정권도 이 문제를 쉽사리 건들지 못했습니다.

화난 학부모들이 엄청 무섭습니다. 특히 정치인들에게는.


그러다가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 "자사고나 특목고를 모두 없애겠다"고 공약했고, 이번에 와서 사회공론화된 것입니다.



이쯤되면 우리는 세 가지 질문을 던질 수 있습니다.

특목고가 과연 제 역할을 하고 있나?
과연 학생들이 스스로 특성화고를 원할까?
특성화고가 오늘날 꼭 있어야 하나?


제 의견을 먼저 말하자면, 전 이들 교육기관들을 없애야 한다고 봅니다.

제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첫째, 시대가 변했다는 것입니다.

앞서 설명했다시피 197~80년대까지만 해도 인터넷과 같은 기술이 발달하지 않은 시점이었기 때문에 한번에 모든 학생들에게 가르치기가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당시에 특목고를 만드는 것은 적절한 판단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시대가 바꼈다는 것입니다.

예전과는 달리 오늘날에는 인터넷이 발달하여 누구나 돈을 지불하면 강의를 들을 수 있습니다.

또한 오늘날에는 Netflix같은 해외 드라마 유통업체도 우리나라에 진출했기 때문에, 책에서 배우는 것보다 더 훨씬 실용적인 언어도 쉽게 익힐 수 있습니다.


당장 저 같은 경우도, 고등학교 시절에는 영어공부를 하기는 했습니다만 그냥 수능에 도움되는 것만 공부를 했습니다.

당연히 실제로 외국인을 만나면 한마디도 못했구요.


하지만 캐나다에 거주하면서 처음부터 다시 배워서야 영어회화가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Netflix 드라마 대본을 구해서 실제 배우들의 발음에 맞추어 제 개인적으로 연습하여 회화공부를 했구요.

여기다가 전화영어도 병행하여 공부했습니다.

요즘엔 전화영어로 쉽게 영어학습을 할 수 있습니다.


덕분에 제가 전 회사에서 근무할 때는 영어로 인한 불편함은 거의 없었습니다.

참고로 저는 대학교 3학년 때 와서야 영어회화를 시작했습니다.


과고같은 경우도 비슷한 사례입니다.

실제로 제 주변 지인 중에서는 과고를 가지 않았음에도 대학원가서 취업 잘 하는 사례도 많습니다.

특히 컴퓨터공학과에 진학한 제 친구도 과고에서 배운게 아니라 초등학생 때부터 본인이 이것저것 찾아보고 독학한 케이스입니다.

또 어떤 지인은 국가가 제공하는 기술교육을 이수해서 멀쩡히 일 잘합니다.


이들 사례만 보면 우리는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시대가 바꼈다는 것입니다.


어차피 인터넷만 잘 활용하면 외국어나 과학기술에 대한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고, 그만큼 공부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외고나 과고에서 하는 주입식 학습방법이 오늘날 과연 쓸모 있을까라는 의문이 듭니다.

정작 같이 주입식으로 외국어 교육을 받았던 저조차도 실제로는 영어회화를 제대로 하지 못했는데 말이죠.


둘째, 특목고의 진정한 목적이 퇴색되었다는 것입니다.

애당초 외고나 과고의 목적은 각각 외국어, 과학이나 수학을 집중 학습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이들 교육기관의 목적은 "입시사관학교"가 되어버렸습니다.

이건 저도 좀 놀랐네요.


솔직히 특목고가 '입시사관학교'가 되어버렸다는데 반론을 펼칠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상당수 학생들은 입시 목적으로 외고나 과고로 진학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외고를 지망하는 상위권 중학생들은 '특목고가 좋다'는 것 이상도 이하도 관심이 없는 부모나 입시학원이 밀어붙이는 해괴한 캐치프라이즈인 '특목고=상위권=명문대'를 주입당한 케이스가 굉장히 많습니다.


결국 외국어나 수학, 과학에 학구적 관심이 없는 학생들이 그냥 명문대에 진학하고자 외고나 과고에 진학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고등학교와는 상관이 없는 학과로도 진학하죠.


실제로 서울 내 외고들은 한때 각종 글로벌, 어학, 국제 특기 전형 등 적절한 수시 전형 조건을 이용하여 연세대, 고려대 합격생을 마치 공장에서 뽑아내듯 많이 배출했었습니다.

특목고의 진정한 목적이 퇴색되었다라고 말할 수밖에요.


셋째, 굳이 어린아이들을 줄세워야 하는 것이냐라는 것입니다.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 학생들만큼 불쌍한 존재는 없을 것입니다.

이젠 영유아들을 대상으로 하는 학원까지 등장했습니다.


다른 나라 학생들은 방과후에 놀거나 자유시간을 지내는데, 우리나라 학생들은 방과후에는 무조건 학원에 갑니다.

공부를 원래 좋아했다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은 학생들조차도 반강제로 학원을 다닙니다.

특히 강남 대치동은 더 합니다. 여긴 새벾까지 학원을 다닌다고 하더군요.


제가 대학교 시절 조사한 바로는 서울지역 학생들은 야간자율학습을 안하는 대신(선택제라고 합니다), 학원에는 거의 대부분 다닌다고 합니다.

강남 대치동 같은 경우에는 오후 4시~12시, 심하게는 새벽까지 학원을 다니는 학생들이 많다고 합니다.

다른 지역도 엇비슷하구요.


요즘 학생들이 수많은 사건을 일으킨다는 기사를 보셨을 것입니다.

최근 남학생 10명이 여교사가 수업하고 있는데 대놓고 음란행위를 하거나, 아니면 초등학생 어린이를 살해한다던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사건이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저도 이 기사를 보고 황당했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 수가 있는걸까요?
왜 그럴까요?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아무래도 인성교육을 제대로 시키지 않았기 때문이 아닌가라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으로 인간의 인성은 어릴 때부터 결정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학생시절에는 무언가를 무작정 주입하기보다는 인성교육을 중점으로 두어야 합니다.

이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우리나라 학부모들은 그냥 "애들 대학교만 잘가면 됐지"라며 무작정 특목고에만 보내려 하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어버리니 인성교육은 뒷전이 되어버리고, 그냥 학생들 줄세우기만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학생들 본인이 줄서기에만 특화되다보니, 인성이고 뭐고 없이 성공만 하면 된다는 식으로 생각하게 된 것입니다.

오늘날 윗분들이 온갖 부정을 저지릅니다.
그 분들이 도대체 언제부터 그렇게 되었을까요?

 


결론적으로 저는 시대가 바꼈다는 점, 존립목적이 퇴색되었다는 점, 아이들에게 과도한 스트레스를 준다는 점에서 특목고를 철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앞서 제가 했던 질문 들, "특목고가 과연 제 역할을 하고 있는가?", "과연 학생들이 스스로 특목고를 원할까?", "특목고가 오늘날 꼭 있어야 하나?"에 대한 대답도 모두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정리하자면

첫째, 특목고가 과연 제 역할을 하고 있는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죠.

순수하게 외국어나 과학, 수학을 가르치기 보다는 입시사관학교 역할을 하고 있는데, 어떻게 제 역할을 잘하고 있다고 할 수 있나요? 

무엇보다 순수하게 학문을 공부하기 위한 수단은 예전보다 차고 넘칩니다.

굳이 고등학교 시절에 해야할 이유가 없는거죠.


둘째, 과연 학생들이 스스로 특목고를 원할까?

원하는 학생들도 있겠죠.

하지만 그들도 역시 "명문대에 가기 위해선 특목고가 유리할거야"라는 생각을 근저에 깔아놓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입시는 특성화고의 존립 목적이 아닙니다.

당연히 문제될 수밖에요.


셋째, 특목고가 오늘날 꼭 있어야 하나?

이 부분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것 같습니다.

적어도 제 개인 의견은 "없어도 된다"는 것입니다.

특목고가 없어도 오늘날 우리가 학습자료를 구할 수 있는 수많은 루트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굳이 필요없다고 생각하며, 무엇보다도 대학교나 대학원에서도 더 심화학습을 할 수 있는 것을 왜 고등학교부터 시키는 건지 이해를 못하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부모들은 특목고나 자사고를 폐지하는 것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들고 있는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정치논리로 학교를 없애는 건 말이 안된다.
둘째, 폐지되면 학생들이 강남으로 몰려들 것이다.
셋째, 내신경쟁과 사교육비가 급증할 것이다.
넷째, 여전히 특성화고의 역할은 크다.


솔직히 처음 기사로 접했을 때, 어이가 없었는데요.

왜냐하면 이 네가지 근거(학부모단체가 제시한) 중 첫 번째만 빼고는 학부모들 스스로가 자초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부모님들은 정말 이중적입니다.

줄세우기는 싫어하면서, 내 아이는 앞에 있어야 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제4차 산업혁명이 다가오면서, 세상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고, 어떤 기술이 나올지 모르는 판에 학부모들은 그냥 입시컨설팅에서 "좋은 대학교가면 다 해결된다"라고만 하니, 그 말을 그대로 믿고 아이들에게 주입한 것입니다.


외고나 과고같은 곳이 입시사관학교가 되어버리고, 인재를 제대로 양성하지 못하는 것은 모두 학부모들의 무지때문입니다.

그리고 학부모들이 아무것도 모르고 무작정 애들 무리하게 특성화고 보내니 애들은 어린 시절 익혀야 할 것들을 제대로 익히지 못하고, 성인이 되서는 그냥 바보되는 것입니다.

애들좀 자기가 하고 싶은거 찾게 하세요.
자꾸만 학원에 의존하게 하지 말구요.
애들 망치는 건 부모님들 본인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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