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심을 유지해 더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기 위함
꽃같이 화장하고 머리하고 시간 들여
아름답게 단장한 후 드레스를 차려입은 신부와
태어나 처음 화장을 하고 머리도 배우처럼 힘주고
말쑥하게 예복을 갖춰입은 신랑이
그렇게 변신한 서로를 보고 수줍게 푹 웃으며 ‘누구세요?’라고 말할 때
두 사람은 두 사람 눈에서 얼마나 꿀이 떨어지는지 알까?
그걸 곁에서 바라보는 웨딩플래너도 드레스샵, 스튜디오 스텝들도
덩달아 설레고 들뜨는 마음이 드는 걸 알려나?
8등신의 모델이 꾸며서 예뻐진 것이라면 마음의 파장이 없겠지만
사랑에 빠진 채 서로의 꽃단장한 모습을 보고 입이 귀에 걸려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지는
젊은 남녀의 행복은 초강력 바이러스처럼 웨딩 샵, 웨딩촬영 스튜디오를 전염시킨다.
사진을 찍으면서도 포즈를 조금만 잘 해도
‘역시, 내 사람!’ 하게 되는
그런 서로가 자랑 스런 마음을 못 숨기고 들키는 게 얼마나 예쁜지 모른다.
사랑에 빠지고 복닥복닥 연애를 하다가 다투기라도 하면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시기를 누구나 겪는다. 한 쪽에서 헤어지자 이별이라도 통보하면 가슴이 미어지고 그리움에 눈물이 마를 날이 없고 대중가요의 가사가 다 내 얘기 같고 통속 드라마 비련의 주인공은 다 내가 모델인 것 같고 말이다. 내가 왜 이러지? 내가 이렇게 감성적인 인간이었나? 그러다가 결혼을 하고 유부남 유부녀, 애기 엄마 아빠, 사위 며느리, 은행의 대출이자고객이 되보고 나면 연애하면서 미어졌던 가슴이 얼마나 로맨틱한 것이었는지 알게 된다.
결혼은 그렇게 인생의 상급레벨임이 틀림없다.
그런 상급레벨의 인생을 살고 있는 아줌마, 며느리, 대출이자고객인 나는 웨딩플래너로서 이제 막 결혼(의 진정한 모습은 모른 채)의 단꿈을 꾸는 서툴지만 마냥 행복한 예비신랑신부를 보면 부러웠다가 또 어느새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 진심을 다해 ‘그때가 좋을 때입니다’ 라고 얘기하게 된다. 아직 연인이라고 불릴 때 더 많이 사랑하시고 더 많이 즐기세요, 라고도 많이 얘기한다. 요새들 웨딩촬영을 생략한다고 하는 커플들도 더러 만나는데 그럴 때면 업체를 이용해 비용을 들여서는 안 찍으셔도 되지만 두 분이 가까운 공원에서라도 잠깐 일박이일 여행을 가셔서라도 신혼집에 아직 짐 다 채우기 전 거기서 라도 지금의 두 사람의 이런 모습을 꼭 사진에, 가능하다면 영상에 남겨두세요. 라고 권한다. 지금 무심코 찍는 흔하디흔한 우리의 셀카가 별거 아니지만 5년 뒤 10년 뒤 육아에 찌들고 노화가 시작되어 주름이 생긴 어느 날에는 문득 위로가 되고 치유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두 사람이 장난처럼 찍는 사진이라도 꼭 찍어서 반드시 인화를 하거나 책으로 엮어서 손에 잡히는
추억을 만들어두어야 한다고.
셀프웨딩 등 혼자 알아보는 웨딩이 생각만 해도 부담스럽다면 평생 간직할 가장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는 우리의 인생샷을 위해 웨딩촬영을 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웨딩촬영이 아니면 옷으로 밥 먹고 사는 전문가의 의상을 내 몸에 맞게 가봉해서 연예인들 헤어 메이크업 해주는 프로에게 얼굴과 머리를 맡기고 사진전공한 경력도 빵빵한 프로 사진작가에게 조명까지 제대로 해서 마찬가지로 프로디자이너가 리터칭까지 해주는 그런 사진을 찍을 날이 또 있을까? 쉽지 않다. 시간도 돈도 얼굴도 몸매도 모든 것이 여의치 않을 수 있다. 그러니 할 수 있다면 신중하게 스튜디오를 고르고 며칠 정도는 고민하면서 촬영 컨셉을 생각하고 헤어메이크업 시안도 찾아보는 수고를 하면서 예비신부, 예비신랑의 달달한 연예인놀이 같은 고민을 즐겨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살면서 나와 당신, 우리의 꾸밈만을 생각하는
그런 고민을 하고 화보를 갖을 기회는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웨딩플래너는 두 사람의 나르시즘이 고조되고 사랑이 수직상승하는 그런 웨딩의 순간팔뚝에 돋는 기분 좋은 소름을 위해 신중하게 드레스를 고르고 고객의 피부 톤과 취향, 체형에 맞는 샵을 추천하려고 애쓰는 것이다.
실패 없는 스타일링에 행복한 신부를 만들고
역시 내 신부가 제일 예쁘다! 하면서 함께 사랑받는 기분이 되기 위해.
결혼 생활을 1도 모를 때 마냥 예쁜 게 좋던 싱글이며 여전히 웨딩플래너였을 때도
신랑의 눈에서 하트가 동동 뜨면 예뻐진 건 신부인데 내가 예뻐진 것 같은 기분에 빠지곤 했다. 덥수룩하고 수더분한 엄마가 골라주는 옷만 입고 머리에 아무것도 안 바르고 다니던 신랑들이 말쑥하고 샤프해지자 신부가 얼굴이 발그레해져서 ‘우리 신랑 멋지네’ 하면 나까지 멋있다는 칭찬 들은 거 마냥 어깨에 힘이 딱 들어가고 말이다.
물론 그렇게 전문스텝과 중간에 스타일링을 해줄 웨딩플래너까지 함께 하는 웨딩촬영도 좋겠지만 사진작가만 의뢰하고 의상은 내가 원피스를 준비하고 헤어메이크업은 친구들끼리 해준다거나 사진은 동생을 시키고 의상은 인터넷에서 뒤져서 10만원쯤 하는 세미웨딩드레스를 사고 헤어메이크업만 전문 샵에서 받는 다거나 모두 다 셀프로 하면서 두 사람이 앙증맞고 엽기발랄달달한 포즈로 개성 있는 사진을 남기는 것도 두 손 두 발 모아 환영하는 바이다. 남들이 뭐라 건 뭐 어떤가?
다만 결혼을 시작하기 전 아직 연인으로 풋풋한 두 사람의 모습을 공들여 기록하고 귀하게 보존했으면 한다.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붙잡을 수 없는 세월이 손가락 사이로 슝슝 빠져나가는 것을 체감하게 될 때가 곧 오게 될 테니 말이다.
웨딩촬영이나 결혼식은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살면서 몇 없는 행복만 가득한 행사인거다. 결혼식이나 돌잔치 이후에는 그런 행사라는 게 사실 별로 없다. 그렇게 결혼하고 살다가 부모님도 우리도 점점 나이를 먹고 장례식을 하게 되는 게 인생이다.
그래서 웨딩촬영이나 결혼식은 예산과 상관없이 저렴하고 알차게 하든, 비싼 곳에서 화려하게 하든 하나하나 기억할 수 있도록 공들여 하면 좋겠다. 그때 내가, 우리 신랑이 우리 신부가 얼마나 멋진지 아름다운지 우리가 얼마나 행복한지 그날의 공기며 날씨며 촬영 중간에 급하게 먹었던 간식이며 그런 것들을 다 기억하도록 즐거웠으면 좋겠다. 그런 기억들이 살다가 이사 때문에 골치 아플 때 김장 때문에 몸이 고단할 때 갑자기 노화가 느껴진 얼굴 때문에 슬퍼질 때 이제 날 여자로, 이제 날 남자로 봐주지 않는 것 같은 짝꿍 때문에 서운할 때 문득문득 떠올라 미소 짓게 할 테니까 말이다. 어쩌면 웨딩촬영은 길고 긴 결혼생활을 위한 부적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