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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주희 Sep 16. 2018

웨딩플래너 첫 6개월 버티기-2-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웨딩플래너의 세계

첫 시즌에 나를 가장 당혹스럽게 한 일은 일명 ‘웨딩의 전당’ 사건이다. 

박람회에서 계약했던 산악인 커플이 있었는데 그 분들은 광진구에 있는 ‘웨딩의 전당’ 이라는 웨딩홀에서 

결혼식을 했다. 그리고 결혼식 날 사진을 찍는 스냅을 잘 예약해두었다. 

당연히 사전에 예약이 잘 되었는지 확인도 꼼꼼히 했다.   

  

‘안녕하세요. 이번 주 토요일 이효진 신부님 예약확인 차 연락드렸습니다.’

‘네네 이효진 신부님 3월 4일 1시 웨딩의 정당. 잘 예약되어 있습니다. 노련한 작가님 나가실꺼니까 걱정마세요.’

‘네네 감사합니다.’     


언제나 친절하고 시원시원한 스튜디오였다. 신랑 신부와도 마지막 통화까지 잘 하고 마음을 푸욱 놓고 있었는데 결혼식 당일에 메이크업 샵에서 예쁘게 모든 부분 체크 잘 해서 보내드렸는데 

예식 시간이 한 시간도 채 안남았을 때 신부에게 전화가 왔다. 

사진작가가 아직 안 왔다는 것이다. 그때 시간은 12시 5분 이었다. 

그래서 아마 금방 도착하실거라고 안심을 시키고는 스튜디오에 전화했는데 거기도 난리가 나버렸다. 

작가가 웨딩의 전당에 도착했는데 이효진이라는 신부가 없다고 연락이 왔다는 것이다. 


‘무슨 말씀이세요? 신부님이 지금 작가님 안 오신다고 전화가 왔는데요’

‘아니 여기 1,2,3층 다 뒤졌는데 없어요’

‘무슨 말씀이신지, 거긴 단독홀인데요’

‘네???삼성동 웨딩의 전당 아닌가요?’

‘네???중곡동 웨딩의 전당 인데요????’


하아...지금 다시 떠올려도 죽고 싶게 괴로운 기억이다. 나는 신입이라 어떻게 손을 써야 할지도 알 수 없었는데

다행이 노려하던 스튜디오 사장님이 예식장 소속 사진작가에게 전화 걸어 신부대기실만 잘 찍어달라고 

후반작업 하지 말고 데이터만 달라고 조치하시고 작가는 택시를 타고 바로 중곡동 웨딩의 전당으로 와서 

결혼식 시작 10분 전 부터 촬영을 해서 큰 탈 없이 끝나고 신랑 신부도 마지막엔 용서를 해줬던 

그야말로 눈물이 쏙 나는 아찔한 기억이다. 

그때 이후 아직도 주문을 할 때면 예식장 앞에 ‘oo동’ 이라고 지역을 표시하는 버릇이 생겼다. 

그날 여기 저기 백번씩 통화하고 신부에게 사죄하고 그러면서 혼이 쏙 빠지는 하루를 보내고 

친구를 불러 내 실수로 남의 귀한 결혼식을 망칠 뻔 했다며 울며불며 술을 한 바가지 먹고 엄청 괴로워했다. 

      


그때는 삼성동에 있는 웨딩의 전당 이라는 웨딩홀이 가장 핫한 예식장이었다. 그때만해도 그런 예식장이 하나 생기면 지방 구석구석 동네 구석구석 동명의 예식장이 생기곤 했다. 너무 초짜였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간과한 100% 내 실수 였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그 스튜디오에서 신부님이랑 확인 전화도 했다고 한다. 

삼성동 웨딩의 전당은 그 옆에 봉은사라는 큰 절이 있었고 그래서 그 부분을 꼬집어 물어봤단다.


‘웨딩의 전당, 그 봉은사 옆에 있는 거 맞죠?’

그러자 신부는 ‘봉은사 인 줄은 모르겠지만 근처에 큰 절이 있기는 해요’ 


그래서 스튜디오는 당연히 더욱더 삼성동 웨딩의 전당이라고 체크한 것인데 중곡동 웨딩의 전당 근처에는 

바로 옆은 아니지만 ‘영화사’라는 또한 크고 아주 오래된 절이 있어서 신부는 당연히 그 영화사를 얘기하는 줄 알았다는 후일담을 듣고는 ‘아 ..... 진짜 이번엔 운명적으로 꼬였구나’ 싶었다. 

   

 그 이후 큰 문제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결혼식날 결혼식 시간 즈음 신랑 신부에게 부재중 전화가 와 있으면 심장이 덜컥 내려앉곤 한다. 실무에 능숙해지기 전에 진행하는 신부가 갑자기 확 늘어서 생긴 혼란이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근 2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났지만  웨딩플래너의 첫 6개월, 첫 시즌은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그런 학교가 있다. 입학은 쉬운데 졸업은 어려운 곳. 한 학년을 마치고 다음 학년으로 진급하는 거 자체가 매우 어려운 학교. 웨딩플래너가 그와 비슷하다. 물론 첫 시작에 어떤 회사를 들어가는지에 따라 쉬운 출발의 정도는 천차만별일 수 있지만 생각보다 갖춰야 할 조건은 까다롭지 않다. 자격증이라거나 일정 학력 이상을 반드시 필요로 하지는 않는다. 다시 말하자면 웨딩플래너의 자격은 어떤 증서로 확인되지 않는다. 

사람을 바라보는 시각, 관계에 대한 소통능력, 자신의 개성이나 취향과 별개로 

타인의 스타일링을 해줄 때 필요한 감각 같은 것들을 점수 매겨 자격증을 발부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웨딩플래너에 관심이 있다면 너무 고민하지 말고 배워보고 지원해보는 것이 좋다.      


일을 시작했다면 첫 6개월 만만치 않을 것이다. 웨딩플래너는 보람이 큰 직업이다. 

그저 직업이라 일을 묵묵히 꼼꼼히 하면 고객과 고객의 가족까지 고맙다, 덕분이다 감사를 퍼부어주는 일이다. 그러나 이 보람을 느끼는 지점까지 가기 위해 영업을 해야 한다. 첫 6개월은 아직은 익숙하지 않은 일이라 능력치도 떨어지고 감각도 떨어지고 고객을 유혹하는 기술도 떨어지기 때문에 그 가슴 뻐근한 보람은 느낄 새도 없이 일 전체가 그저 영업으로 보일 수 있는 때이기 때문에 웨딩플래너를 직업으로 삼고 즐겁게 느낄 수 있는 열매만 생각하고 일을 시작했다면  너무 힘들 수 도 있다. 난 잘 해줄 준비가 단단히 되어있는데 도무지 예비신부가 나랑 계약을 안 해준다면 보람은 느낄 새도 없이 좌절만 연속될 수 있는 때이다.      


직업이기 때문에 당연히 보수가 따라와야겠지만 그 점 또한 첫 6개월은 힘들다. 

연봉제가 아니고 성과에 맞춰 월급을 받는 방식이기 때문에 첫 6개월만큼 힘든 때가 

다시없을 직업이 바로 웨딩플래너다.     

첫 6개월 최악의 멘붕을 피하려면 계약에 대한 의지는 불태우되 너무 많은 계약은 

오히려 더 힘들 수 있기 때문에 잘 할 수 있다는 생각보다 

문제가 생길 것 같은 부담스러운 고객과의 계약은 살짝 피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예를 들면, 신입인 나보다 훨씬 많이 아는 고객. 결혼적령기이고 자매들이 있고 

여자가 많은 회사 등을 다녀서 곁에서 결혼준비를 여러 번 지켜봤다면 본인이 더 상세히 알고 있을 수 있다. 

그런 고객을 진행하면서 신입의 서툰 모습을 안보이려 안간힘을 쓰다보면 

오히려 실수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혹은 평범한 결혼식이 아니고 카페나 펜션 등을 빌려서 전문웨딩공간이 아닌 곳에서 하나하나 준비해서 

결혼식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 도 힘들 수 있다. 신입인 나는 너무 어린데 신랑신부가 늦은 결혼을 하느라 

너무 나이차이가 많이 나도 약간 힘들 수 있다. 실제로 나는 작년에 40대 초혼의 신랑신부 고객들을 

많이 만났었다. 요새는 40대 초혼도 많은데 20대 중반의 웨딩플래너가 경력도 짧은 상황에서는 

감당하기 곤란할 수 있다.     


첫 6개월에는 적당한 신부, 덜 부담스러운 신부들 위주로 찬찬히 정성껏 진행하고 그들을 감동시켜 

친구들을 소개해주도록 공을 들이는 것이 훨씬 더 좋을 수 있다. 

그래서 부담스러운 신부를 만났는데 덜컥 계약을 한다고 하면 경력이 많은 선배에게 진행을 양보하고 

진행과정을 지켜보면서 공부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렇게 첫 6개월 차근히 지내보면 나중에 실력자가 된 후 훨씬 많은 신부를 만족스럽게 진행 할 수 있을 것이다. 많이 아는 신부가 점점 늘어난다. 전문가로서는 6개월 뿐 아니고 웨딩플래너는 계속해서 배워야 한다.      


-감당 못할 만큼 계약 금지

-그렇게 계약이 늘어났다면 맘씨 좋은 선배하나를 붙잡고 귀찮도록 조언 구하기

-그래도 신부의 중구난방 질문과 진행 상황이 감당하기 어려우면 선배에게 어려운 신부진행 맡기기

-선배에게 물어가며 진행하기로 했다면 아는 것 같아도 맞는 것 같아도 선배에게 계속 묻기

-이 시즌 나보다 더 많이 아는 신부를 만나면 ‘아 그럴 수 있겠네요, 맞아요!신부님 덕분에 좋은 걸 배웠습니다.’ 라고 인정하는 것도 좋다. 모르는 건 죄가 아니고 이렇게 인정하면 오히려 신부도 뿌듯해하며 좋아할 것이다.               

 

열심히 하면 수련기는 짧아질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웨딩플래너를 시작으로 웨딩동으로 들어온 것이니까 

평생 할 수 있을지 탐색을 하면서 일을 하면 좋겠다. 정확히 업무는 어떻게 흘러가는지 이럴 때 웨딩플래너에게는 어떤 능력이 필요한지 등 말이다. 간혹은 웨딩 일은 너무 좋은데 웨딩플래너는 맞지 않는다는 사람들이 동종업계로 이직을 하는 경우도 많다. 웨딩플래너를 하다가 플로리스트가 되거나, 드레스샵을 운영하거나, 메이크업샵 매니져를 하는 등. 웨딩플래너는 고객과의 소통능력이 뛰어나다고 평가되므로 웨딩플래너로 시작해 

웨딩샵으로의 이직은 성공확률이 매우 높다. 그런 고로 이 시장에 들어왔으니 업계를 둘러보고 내 일을 알아보고 사람들과 친해지고 최대한 여기저기 알아보는 기간이 되면 좋다. 

6개월 최선을 다할 것이 아니라 16년, 26년 이상 최선을 다해도 좋을지에 대해서.     


또 하나 웨딩플래너는 일을 잘 해냈을 때 엄청난 감사를 받는 직업이지만 반대로 실수했을 때 받는 

원망도 엄청날 수 있다. 간혹은 내 실수는 전혀 없이 업체들이 잘못을 저질렀을 때 

그 잘못에 대한 사과도 원망도 대표해서 받기도 한다. 

그런 일들부터 해서 여러 가지 스트레스 받을 일들이 있는데 일련의 그런 사태들 사이에서 

나는 어떻게 스트레스를 조절할 것인가는 너무나 중요한 일이다. 

그래서 웨딩플래너를 하면서 내가 받을 스트레스와 극복방법 등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탐색하는 기간이 첫 6개월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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