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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프더레코드 May 26. 2021

X세대의 불평

MZ세대론을 마주하며

MZ세대?


글쎄... 그 친구들을 어떤 세대라고 통칭하는 게 의미있는 분류일까. 묶어서 언급하는 것 자체가 특정한 의도가 있는 거 아닐까.


잘 보면 X세대까지는 사회문제의 하나로 세대론을 언급하다, 90년대 이후 출생자들에 대해선 'N포세대'니 'MZ세대'니 하며 보호와 지원의 대상으로 담론의 흐름이 바뀌었다.


이런 세대론의 극적 변화는 담론 형성의 헤게모니를 쥔 세대가 바뀐 것을 의미한다. 즉 베이비부머가 86세대에게 주도권을 넘겨주자 마자, 86세대는 자신의 자녀세대인 청년층을 지원과 보호의 대상으로 여기는 세대론을 확산시켰다.(그러면 자신의 자녀세대를 X세대라고 칭하며 골칫거리로 여긴 우리 부모세대는 도대체 뭘까? 그런데 싫으면서도 공감가는 기분이 드는 건 또 뭘까. )


솔직히 취업은 IMF 직후 였던 2000년대 초중반의 X세대에게 더 어려웠고, 막막했다. 길바닥에 꽁초 주워 피고, 몇백원 아끼겠다고 한푼이라도 더 싼 학교, 관공서 구내식당을 찾아다녔다.


이 때는 청년수당, 청년주택 등등 정부나 지자체가 청년을 지원해줘야 한다는 개념 자체도 없었다. 국가경제가 어려우니까 어쩔 수 없고, 그래서 개개인이 열심히 열심히 해서 어떻게든 밥벌이는 하고 살자는 목표로 도전하고, 좌절하고, 또 도전과 좌절을 거듭했다.(뒤늦게 아쉬운 소리이긴 하지만, 청년수당, 청년주택 등 지원책이 잘못됐다는 건 절대 아니다)


그런데 재밌는 건 이 X세대의 투표 성향을 보면 개인의 이익보다는 사회의 진보와 발전을 선택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 정규직이면서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전면에 내세운 정의당 지지층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정작 자신은 전세를 전전하면서 집값은 올릴 줄 밖에 모르는 민주당을 조용히 지지해주는 이른바 '곰바우'같은 정치적 선택을 하고 있다.


이번 보궐선거에서 믿고 있었던 자녀세대에게 당했다고 여긴 민주당이 MZ세대의 마음을 사기 위해 분주한 쑈를 펼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거기에만 있는 게 아니다.


투표 결과를 잘 보면 촛불정부를 묵묵히 지지하면서 정의의 승리, 사회의 근본적 개혁을 염원했던 X세대가 180석의 민주당의 무능함에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는 게 어찌보면 더 큰 위기다. 물론 다른 정치세력에게는 기회다. 하지만 아직 유효하고 매력있는 대안을 제시하는 정당이 눈에 띄지는 않는다.


패배의 원인을 자기 자신에게 찾는 팀은 다음 승부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심판 탓, 날씨 탓, 남 탓만하는 팀은 패배만 거듭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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