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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느긋 Feb 01. 2023

아무래도 재미있는 일을 해야겠어

1월의 사슴탐사

1.

이래도 되나, 하면서 얼떨떨하게 12월을 보내고 맞이한 1월. 시간은 무심하게 흐르는데 나는 그 시간을 촘촘히 쓰고 싶다. 그런 마음으로 안달이 나 있었다. ‘이래도 되나’ 하며 12월을 보낸 후 맞이한 1월은 의외로 심플했다. 나의 속도는 원래 빠르지 않다는 걸 인정하고 나니 모든 게 그렇게 되었다. 내가 돌진할 수 있는 사람이기를 바랐지만, 나는 한 번도 그런 사람인 적이 없었다. 나는 좌우를 살피고 발끝을 단단히 땅에 붙이고 한 걸음 한 걸음 묵직하게 가야 안심하는 사람이라서 어쩔 수 없다. 그래서 천천히 비우고 있다. 쓸모없다고 생각한 것들을 알 수 없는 곳으로 밀어보내고 비워내면서 새로운 것들을 들일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러나 잘 비우는 법을 잘 몰라서 쓸모없다고 생각한 것들의 쓸모를 다시금 생각하면서 다시 데리고 온다. 새 공간에 익숙한 것들을 낯설게 배열하고 있다.

마음 한 귀퉁이에 밀어넣고 들여다보며 늘 마음을 쓰는 것. 단호하지 못한 것. 그게 나다. 인정하면 좀 낫다.


2.

그런 와중에 재미있는 일을 하고 싶어서 골몰하고 있다. 대범하고 싶지만 대범하지 못하기 때문에, 1월에 덜컥 그러기엔 무섭고 겁이 나서 2월로 미뤘는데 그러고 나니 의외로 2월이 언제 오나 생각하며 조바심을 내고 있다. 후회보다는 기다리면서 재미있는 1월이었다. 나는 마구 달려가고 싶은 마음이 커서 늘 도중에 브레이크를 한번씩 건다. 브레이크는 나의 조심성만큼이나 아주 자주 걸린다. 이건 나의 천성이기도 하고, 일을 하면서 생긴 습관이기도 할 것이다. 한번 브레이크를 걸고 내가 여기에 잘 서 있는지 살펴보지 않으면 안 돼. 앞과 뒤를 오른쪽과 왼쪽을 위와 아래를 그리고 나의 현재를 살펴보지 않으면 안 돼. 그러나 물론 그러고도 난 언제나 처음 생각한 그 길을 간다.


3.

아무래도 재미있는 일을 해야겠어.

1월의 가운데를 지나는 술자리에서 우리는 이야기했다. 아무래도 재미있는 일을 해야겠어. 오가는 이야기에 즐겁게 귀기울이며 다시 한번 다짐했다. 내가 벼려 만든 이 시간을 소중하게 써야지. 생각했을 때 등을 떠밀어주는 추진력이 넘치는 사람들과 재미있는 일을 많이 만들고 싶다. 끌고 가는 사람들에게 끌려가지 않고 나도 나를 스스로 끌고 가고 싶다. 나는 자주 침잠하지만 내 목덜미를 잡고 끌어올려주는 타인의 환함도 있다. 침잠도 환함도 모두 나에게 주어진 것이다. 나의 1월은 아마도 그런 한 달이었던 것 같다. 다행이다. 끝도 없이 가라앉을 때, 대책없는 명랑함이 나를 끌어올린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4.

혼자서 가만히 집안에 있으면 첫째로 표정이 없어지고 둘째로 시야가 가까워진다. 고요해지는 것도 좋지만 그게 습관이 되어서는 안 된다. 웃긴 상상을 하며 활짝 웃어보고 창문을 열고 먼 시야를 내다본다. 얼굴의 근육을 느끼고 눈가가 시원해진다. 그 작은 동작 하나만으로도 멀리 가고 드넓어지는 기분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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