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2005년 1월, 45일간의 첫 인도 여행은 내 삶의 방향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그 여정 이후, 나는 틈만 나면 짐을 꾸려 길 위에 올랐고, 어느덧 아시아를 넘어 북미, 아프리카, 유럽까지 수많은 곳을 여행하게 되었다. 여행은 더 이상 내게 단순한 취미가 아니었다. 어느새 삶의 중요한 일부가 되었고, 나는 여전히 다음 여행을 꿈꾸며 살아간다.
누구나 첫사랑을 잊지 못하듯, 모든 여행자에겐 평생 잊지 못할 '첫 여행지'가 있다. 내게 그곳은 단연 인도다. 단지 처음으로 방문한 나라였기 때문만은 아니다. 인도는 내 안에 잠들어 있던 여행자의 본능을 일깨워주었고, 내 운명을 '여행'이라는 길 위에 올려놓은 특별한 장소였다.
첫 여행을 마치고 채 2년이 되지 않은 2006년 12월, 나는 다시 인도로 향했다. 첫 여행이 북인도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면, 두 번째 여정은 남인도를 탐험하는 것이었다. 그때만 해도 이번이 마지막 인도 여행이 되리라 생각했다. 이후에도 짧은 해외여행을 다니긴 했지만, 인도는 쉬이 갈 수 있는 나라가 아니었다. 짧은 휴가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최소한 한 달의 여유가 있어야만 방문할 수 있는 곳이었으니까!
그로부터 8년이 흐른 2014년 12월, 회사를 퇴사하며 시간적 여유가 생기자 나는 다시 인도로 향했다. 8년 만에 다시 만난 인도는 여전히 혼란스럽고, 뜨겁고, 시끄러웠다. 하지만 그 낯익은 풍경은 여전히 내게 감동 그 자체였다. ‘이제 다시는 올 수 없겠지’ 생각했던 그곳에, 다시 발을 디딜 줄이야. 역시 어려운 건 첫 번째뿐이었다. 두 번째, 세 번째는 생각보다 훨씬 쉬웠다.
그 이후로도 나는 몇 차례 더 인도를 찾았다. 대학원 박사과정을 다니며 방학이라는 시간을 틈틈이 활용해 다시 인도로 떠났다. 세 번째 여행을 다녀온 뒤로는 매년 인도를 찾았고 그렇게 네 번째, 다섯 번째 인도 여행으로 이어졌다. 오랜만에 마주한 인도는 마치 오랜 친구를 다시 만난 듯, 낯설지 않으면서도 늘 새로웠다.
2007년 1월, 두 번째 인도 여행 중, 나는 타밀나두의 오로빌(Auroville)이라는 공동체에서 2주간 머물렀다. 2015년 1월 세 번째 인도 여행에서 다시 찾은 오로빌, 문득 팔라비가 떠올랐다. 2007년 1살 아기였던 팔라비는 지금도 오로빌에 살고 있을까? 2007년 2주간 머물렀던 게스트하우스를 방문해 팔라비 부모에 대해 물었고, 그녀의 부모님과 연락이 닿았다. 팔라비는 어느새 8살 꼬마 숙녀로 자라 있었다. 그렇게 기대하지 않았던 재회가 이루어졌고, 그 후로도 인도를 찾을 때마다 오로빌에 들러 팔라비 가족과 시간을 보냈다.
인도 여행을 하며 나의 세계는 계속 넓어졌다. 세 번째 여행 중에는 우다이푸르에서 쌍둥이 자매 만비와 미날 가족을 만났고, 네 번째 여정에서는 아삼주의 보코(Boko)라는 시골 마을에서 보부 가족과 인연을 맺었다. 디우(Diu)에서는 포르투갈계 인도인 부부가 운영하는 드림비전 게스트하우스에 머물렀고, 델리에서는 한국에서 박사과정을 마치고 인도로 돌아간 무니스와 오랜 우정을 이어가고 있다. 푸쉬카르, 갱톡, 콜카타 등 인도 전역을 여행하며 만나게 된 수많은 인연들. 그들을 다시 보기 위해 나는 계속해서 인도를 찾았다.
결국 인도는 단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 계속해서 나를 불러들이는 특별한 장소가 되었다. 지금까지 총 여섯 차례 인도를 여행하며 인도의 수많은 얼굴을 보았고, 다양한 사람들과 인연을 맺었으며, 예상치 못한 사건들을 겪었다.
이 책은 인도 여행 안내서도, 여행 팁을 담은 가이드북도 아니다. 그저 인도를 나만의 프레임으로 바라보고 기록한, 개인적이고 특별한 한 편의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