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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은진 Oct 11. 2019

쮸와 나

진단받기까지

다음은 조기에 자폐스펙트럼장애를 발견할 수 있는 방법으로, [자폐스펙트럼장애 AtoZ]라는 시그마프레스에서 발간된 책 내용의 일부분이다.



- 보통 5개월에 시작하는 옹알이를 하는지 살펴보라.

- 6~9개월에 시작하는 눈맞춤이 구사되는지 살펴라. 일반적으로 이 시기에 엄마가 웃어주면 미소로 반응하기 시작하는데, 자폐아동은 웃는 엄마를 피하는 듯한 인상을 줄 정도로 눈맞춤에 서툴다.

- 만약 아이가 뜻은 몰라도 소리 낸 음을 엄마가 따라 하면 이에 대해서 반응하고 상호작용함으로써 까꿍놀이와 같은 놀이가 가능해지는데, 자폐아동은 이런 반응이 부재하다.

- 일반적으로 10개월이 될 때 이름을 부르면 돌아보거나 반응하는데 자폐아동은 이런 반응에 인색하며 뭔가에 집중하느라 대답하지 않는 것 처럼 보인다.

일반적으로 감각에 대해서 민감해지는 이 시기에 자폐아동들은 큰 소리에 과잉반응을 보이고 촉각적으로 자신에게 손을 대거나 앉거나 하는 것을 피하려고 하며, 때로는 고통에 대해 둔감한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 자폐아동들은 선호하는 사물이나 사물의 한 파트에 집착하기 시작하며 이로 인하여 주변 아동이나 가족에게 관심을 줄 여유가 없어 보인다.

- 무의미한 반복행동, 즉 자기자극행동(self-stimulatory behavior)을 보인다. 앞뒤로 상체를 움직이기, 손 젖히기, 몸 돌리기 등과 같은 동작 들이다.

- 어떤 패턴을 고집하는데, 예를 들어 사물을 일렬로 줄 세우거나, 일정한 스케줄의 변동을 거부하는 행동을 보인다.

- 18개월에는 12개 정도의 단어를 사용하고 2년이 되면 두 단어의 구를 구사하게 되는데 자폐아동들은 이런 언어능력이 지체되어 있다.

- 어떤 자폐아동들은 18~24개월까지 정상적으로 발달하는 것처럼 보이다가 이 시기에 멈추거나 퇴행하는 것이 목격되기도 한다.



3개월부터 진단이 가능하다지만, 그렇게 빨리 진단을 받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었다.

더구나, 자폐는 스펙트럼장애라고 이름을 붙일 정도로 개인적인 특성이 다양하기 때문에 '우리애는 자폐일꺼야'라고 생각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이는 3개월부터 자기 손을 보며 옹알이를 시작했다.

아이와 눈맞춤이 전혀 되지 않은 것도 아니었고, 장난을 치며 함께 웃은 적도 있었다.

어쩌다 한 두번은 이름을 부르면 소리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고, 몸을 움찔 하기도 했다.


하지만 다른 자폐의 특징적인 부분은 계속 나타났고, 여전히 진행중이다.

자동차 줄세우기

2살 무렵부터 아빠와 토미카를 모으기 시작했는데, 숫자가 어느정도 늘어나자 이렇게 일렬로 주욱 늘어놓기를 주로 했다.

한두번은 자동차를 굴리며 '부웅'하는 소리를 내기도 했으나, 대부분 나열하기를 좋아했다.


자동차 뿐만아니라, 블럭이나 다른 장난감 등도 색깔별로 분류해서 늘어놓았고, 누군가 그것을 건드리면 극도로 짜증을 냈다.


싫어하는 몇 가지의 소리는 귀를 막거나, 도망치는 등 민감하게 반응했다. 싫어하는 소리에는 여전히 똑같은 행동을 보인다.







특별한 행동(상동행동)도 있다.

자리에서 빙글빙글 돌거나, 일정 구간을 왔다갔다 하고, 양손으로 마치 영화의 마법사(?)처럼 어떤 형태를 만들기도, 혀를 입천장에 댔다가 입속으로 잡아당겨 내는 '딱, 딱' 하는 소리를 끊임없이 내기도 한다.


이러한 무의미한 반복행동을 할 때 아이의 표정을 보면서 슬픈마음이 불쑥 올라온 때가 많았다.

아이의 표정은 행복해 보였다. 하지만, 주변의 아무것도 인식하지 않은 채 자기만의 유리벽 세상 안에 갇혀있는 것 같아 한 마디로 표현하기는 힘든 답답함, 슬픔, 절망 같은 다양한 감정이 마음을 어지럽히곤 했었다.


자폐성장애 3급.

이 진단을 받기 전 까지도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하는 욕심을 버릴 수가 없었다.

하지만, 책에서는 자폐를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를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므로 조기발견이 중요하다고 한다.


꽤 오랜시간 고민을 했었다.

그리고 문득 깨달았다. 이것(진단받기를 주저함)은 나를 위한 고민이었구나...


진단을 받고 난 후 사회서비스, 특수치료 등을 받거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 덕분에 병설유치원 특수반에 무리없이 입소할 수 있었고, 교육청에서 지원하는 미술치료나 언어치료를 지원 받을 수 있었다.

확실히 우리는 좀 더 편해졌다.


"장애아라고 해서 끝난게 아니예요. 그 아이에 맞춰진 시간이 다를 뿐이지, 아이들은 어떤 장애를 가지고 있다하더라도 성장해요. 어머니..." - 유치원 특수반 담임선생님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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