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네카
이 책을 쓴 저자 세네카에게 존경을, 오늘 이후 분노(화)를 내 마음속에서 제하리라. 그대의 가르침을 익히도록 노력하겠어요. 세네카. 2013년 5월 28일
이 책의 맨 앞장에 내가 쓴 글이 보인다.
고대 스토아 철학자 세네카가 들려주는 화에 대한 철학적 사색. 2013년 초여름에 나는 이 책을 보면서 무척 감명을 받았던가 보다. 책에 색색의 갈피가 붙여져 있다.
그때는 내 삶에 대해 화가 났었나? 하필이면 이런 주제의 책을 열심히 보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화는 조급함을 부르고 , 적을 위험에 빠뜨리고자 하는 욕망은 경솔함을 불러들여 오히려 우리 자신을 위험에 빠뜨린다. 가장 믿을 만한 지혜는 상황을 오랫동안 신중하게 살피고 자제심을 발휘하고 , 정해진 목표를 향해 천천히 나아가는 것이다.
-화와 만취 상태, 두려움 같은 것들은 혐오스럽고 쓸데없는 자극제다.
-마음이 약해지면 사소한 일에도 상처를 받는다.
-우리는 무엇이 자신을 가장 초조하게 하고 성나게 만드는지를 알고 있어야 한다.
-화를 잘 내는 사람이 되는 게 싫은가? 그렇다면 매사에 시시콜콜 파고들지 마라. 사람들이 자기에 대해 뭐라고들 하는지, 어떤 고약한 소문이 떠도는지, 게다가 비밀스럽게 묻어둔 것까지 굳이 들춰내는 사람은 자기감정을 선동하는 것이다. 어떤 상황이든 해석하기에 따라 부당한 피해처럼 보일 수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더러는 무시하고 더러는 웃어넘기고 그래도 남는 것들에 대해서는 용서하는 것이다.
등등 이런 글들에 밑줄이 그어졌다.
화를 내지 않고 사는 것은 좋은 일인 듯하다.
그런데 불필요한 감정은 아닌 듯하다. 울고 싶을 때 울어야 하고 화내고 싶을 때 화내지 않은 사람들이 정신적인 질환을 앓게 되는 경우를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물론 미친 듯이 격렬하게 사소한 일에도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는 것은 인격에 문제가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긴 하다.
며칠 전에 지인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다.
삼거리에서 대기 중 깜빡이를 넣지 않고 운전을 했던가 보다. 그녀는 운전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퇴근하면서 신호대기 중에 뒤차가 빵빵거렸어도 본인에게 그러는 줄 모르고 운전을 계속하였더란다. 잠시 후 시내 대형마트 앞 신호대기 중이었다.
누군가가 지인의 운전석 창을 주먹으로 세게 두드리며 차문을 열라고 고함을 지르더라는 것이다.
깜짝 놀라 바라보니 신호를 어겨 자신의 차가 받힐 뻔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체격이 크고 무섭게 생긴 남자가 커다란 주먹으로 창문을 깰 듯이 들이대는 바람에 차문을 꼭 잠그고 신호가 바뀌기만을 기다렸고 곧 차를 출발시켜버렸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자신이 사는 아파트 입구로 들어서서 주차하고 내리는 데 그 남자가 자신의 차를 집까지 추적하여 왔더라는 것이다.
순간 소름이 오싹할 만큼 무서웠으나 마침 남편이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지인 대신 미안하다고 말하고 돌려보낼 수 있었다 한다.
실수로 뒤차를 보지 못한 것은 지인의 잘못이긴 하지만 짧은 거리도 아니고 계속 차를 추격하여 가며 분노를 삭이지 못한 그 남자를 생각하면 아찔하다. 덩달아 화를 내고 반응하였더라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 것인지.
자신의 내면의 분노를 억제하지 못하고 화를 표출할 어떤 상황을 만나 미친 듯이 화를 내는 사람들.
"남편 분이 마중을 나오지 않았더라면 폭력을 휘두를 수도 있었겠네요."
"당연하지. 폭력을 휘두를 듯이 덤비는데 무섭더라니까. 세상 살다 보니 별 이상한 사람을 다 보네."
이야기를 듣던 사람들이 다들 아연실색하며 자신들에게도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어디 있겠느냐며 고개를 흔들었다.
분노를 억제하지 않는 사람들은 자신의 화를 밖으로 드러내어 화의 노예가 되어버리는 것 같다.
자신의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니까 결국 끔찍한 일도 저지르게 되고, 애매한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일도 생긴다.
큰 피해를 준 것도 아닌 일로 타인의 차를 추적하며 자신의 화를 미친 듯이 드러낸 그 사람은 자신이 화가 났다는 사실을 드러내어 필요 이상 심하게 남을 벌주고자 했던 것은 아닐까. 왜?
자신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고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남이 두려움에 떠는 것을 즐기는 것이다. 자신의 분노로.
세네카는 인생을 살면서 수많은 시도를 할 때 항상 예외 없이 운이 따라줄 만큼 운명의 특별한 총애를 받는 사람은 없다고 말한다. 우리는 자신의 계획이 좌절되면 사람이나 일에 대해 인내심을 보이지 못하고 별것 아닌 이유로 화를 내고 사람에게, 자기 직업에, 때로는 장소에, 때로는 운명에, 때로는 자신에게 화를 내게 된다고.
그러므로 마음을 고요히 다스리기 위해서는 자신의 능력을 벗어나는 너무 많은 일, 너무 중차대한 일로 마음이 이리저리 흔들리거나 지치게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철학자는 이렇게 말한다.
자신과 싸워라. 만일 너에게 화를 극복할 의지가 있다면 화는 너를 정복하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