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숨 장편소설
코로나로 인해 책 모임을 두어 달 넘게 못 가졌다.
오래간만에 만나는 얼굴들.
반갑다.
우리는 산 중턱에 위치한 카페에 둘러앉아 그동안 쌓인 이야기로 먼저 회포를 푼다.
책 모임을 안 하니까 책이 정말 안 읽히더라는 말과 함께.
카페의 열린 창으로 시원한 가을바람이 불어오고 우리는 갓 구운 크로와상에 커피를 마신다.
k샘은 '떠도는 땅'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이 책을 읽기 시작하였으나 우울한 분위기가 덧 입혀져
읽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고 한다. 절망적인 상황에서조차 핏줄에 집착하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다고.
인간의 내면과 본성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고 한다.
H 샘은 후각이 예민한 편인데 보통 계절이 바뀔 때마다 그 계절의 느낌을 냄새로 구분할 수 있다고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겨울의 바람 냄새를 느꼈고 요즘 세대는 '씨'를 경시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씨를 가슴에 품은 자들의 이야기를 젊은 세대들이 꼭 읽어보았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S샘은 집중하지 않고 단번이 읽었다 한다.. 기차 안에서 용변 보는 것조차 자유롭지 않을 만큼 열악한 상항 속에서도 삶을 포기하지 않는 모습들이 가슴이 아팠고 매번 장사를 떠난 남편을 평생 기다리며 살았던 여인의 삶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한다.
샘들의 평을 들으니 코로나로 인해 힘든 상태에서 고통 속의 삶을 읽어내는 것이 버거웠던 모양이다.
냄새도 없고 모양도 없이 투명인간처럼 우리의 삶 속에서 파고든 코로나라는 바이러스는 입을 맘껏 벌리고 공기를 들이마시던 그 순간들이 얼마나 감사한 것이었던가를 깨닫게 해 준다.
다행히도 우리는 커피를 마시고 따끈한 크로와상을 씹을 때는 마스크를 벗고 한숨을 돌릴 수 있었는데, 콧구멍으로 스며드는 진한 커피의 향과 빵 냄새가 바람의 결에 실려 진하게 느껴졌다. 후각이 이렇게 예민한데. 마스크로 코와 입을 막으니 어디 숨 막혀서 살겠는가... 게다가 이렇게 사람들과 어울려 마주 앉아 이야기 꽃을 피우는 순간의 시간.. 혼자가 아니라 좋구나..
한 선생님의 말처럼 그 열차 속의 사람들이 서로 갈등을 일으키고 피해를 줄지언정 같이 하였기에 그 목적지 없는 길을 갈 수 있었을 것이다.
절망적인 상태에서도 가슴에 씨를 소중히 간직하는 그들을 볼 때 그들의 버리지 않은 희망의 씨앗으로 인해 그들은 죽지 않았고 세대는 이어졌다. 그러므로 우리도 코로나로 힘든 상황 속에서도 희망의 씨를 품을 일이다.
이 책이 당시 17만 명이라는 고려인들이 화물열차에 실려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되었을 때의 사건을 소재로 한 소설이라는 정보를 접했을 때 꼭 읽어봐야지 하고 도서 목록에 저장해 두었었다.
가끔씩 텔레비전에서 러시아에 살다가 강제 이주되었던 조선인들의 이야기를 볼 때면 눈물이 날만큼 마음이 아팠고 언젠가는 소설화되기를 바랐던 적이 있었기에.
그러나 이 책은 러시아에서 출발한 열차가 중앙아시아 벌판에 도착한 후 끝이 난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많이 아쉬웠다. 그러나 화물칸 안에서 정처 없는 떠돌이들의 삶을 열차에 실린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통해 들려주는 이야기 방식은 신선했고 작가의 필력을 실감케 하기에 충분했다.
그래서
앞으로 고려인들이 중앙아시아를 곡창지대로 바꾸는데 걸렸던 그 지난한 시간들을 후편으로 기대해 봐도 좋을까?
책모임을 마치고 돌아오는 가을 하늘은 높고 높고 푸르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