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모임 있는 날

<당신의 인생을 정리해 드립니다> 이지영

by 미셸 오

책 모임에 가는 길,

푸른 빛이던 이파리들이 와인색이나 감색을 띠며 벌써 나무에서 떨어질 듯 아슬하게 달려있다.

이제 긴팔의 점퍼를 입고 집 앞에 있는 커피숍으로 간다.

우리 책 모임의 아지트다.

아파트의 단풍을 보며 횡단보도를 두 개 건너면 엎어지면 코 닿은 데 커피숍이 있다.

이 커피숍은 천정이 높고 2층이라 우리가 모여 말을 하면 목소리가 낭랑하게 울린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사장이 먼저 알아보고 인사를 한다. 먼저 와 있는 선생님이 있다.

우리 모임의 총무다.

한 달에 1만 원의 회비를 거두는 데 확실하게 회원들 회비를 관리해줘서 너무 마음에 든다.

잠시 후 4명이 모였다. 탁자에 회원들이 산 책들과 하늘색 커피잔이 잘 어울린다.

책은 어느 공간에서도 멋지게 힘을 발한다.

이번 나눌 책은 이지영의 <당신의 인생을 정리해 드립니다>

각자 자신들의 감상을 나눌 시간이다.


H-저는 이사를 자주 한 편인데 이사를 하면서 떠날 준비를 하고 살았던 것 같아요. 늘 강박적으로 청소를 하고 정리를 하고 했지요. 지금 생각해보니 그것이 결핍에 근거한 것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워낙 정리정돈을 좋아해서 예전에 이 작가의 유튜브를 보면서 나도 이런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전화로 연락을 한 적도 있었는데 요즘 텔레비전에 나오면서 급격히 유명해져 버렸더라고요.

집을 정리하는 것이 인생을 바꾼다는 측면에서 보면 대단한 일인 것 같아요.


K-저는 이 책을 선생님들 기다리면서 절반쯤 읽었는데 예전에 읽었던 책하고 내용이 비슷하단 생각을 했어요. 제 남편은 정리정돈을 잘하는 편인데 저는 좀 어지르는 편이거든요. 저는 옷들을 압축팩에 넣어 쌓아 두는데 옷이 있는 줄 모르고 재구매한 적도 있고 사놓고 잊어버리는 경우도 많아요. 어려서부터 수집을 좋아해서 산 물건을 잘 버리지 않아서 그런 것 같아요.

결혼 후 자주 이사를 하게 되어 정리해봤자 하는 마음에 물건을 재정리하지 않은 것도 한몫을 한 거 같아요.

저는 물건이 눈에 잘 띄어야 하는 성향이라 늘어놓는 편이고 남편이 정리해주어도 제가 또 어질러요.

이젠 깔끔한 남편과는 반반씩 양보하며 살고 있지요. 저는 타고난 성향이 있는 듯해요.


S-마음의 우울과 결핍에서 소비를 한다는 내용에 공감했어요. 저는 물건을 잘 버리는 편이고 일 년에 두어 번 크게 이벤트처럼 집안을 정리하고 버립니다. 그런데 저의 친정 엄마는 물건을 잘 버리지 않고 쌓아두었다가 버리기 아깝다며 저를 주세요. 얼마 전 친정 집에 가 보니 언니가 썼던 오래된 타자기가 두 대나 창고에 있고 발로 하는 낡은 미싱이 그대로 있더라고요. 그런데 그 낡은 미싱이 지금 저의 집에 와 있답니다.



선생님들의 이야기들을 들으며 사람들은 다들 사고 버리고 하는 삶들 속에서 순간의 행복을 느끼기도 하고 후회도 하고 힘들었던 순간의 기분전환도 되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였다.

내가 미니멀 라이프에 빠져서 물건을 한없이 버렸던 순간은 내 안에 불안함과 갑갑함이 가득했던 순간이었다는 사실을 요즘에 와서야 깨닫는다.

나는 우리 부모님이 사고 싶어도 못 사는 결핍의 시대에 살았다.

엄마는 늘 아끼고 또 아꼈다.

버스를 타고 시장에 가서 검은 비닐봉지를 양 손에 가득 든 체 버스를 한없이 기다리던 엄마에게 제발 택시를 타자고 해도 들은 척도 하지 않던 엄마의 봉지들을 꽉 쥔 손. 그 시장바구니는 한 번씩 가는 장보기라 많이 무거웠다.

나는 엄마처럼 살지 않을 거야. 많이 벌어서 많이 쓰면 되잖아. 그렇게 엄마에게 큰 소리도 냈다.

그렇게 해서 나는 승리를 하였던 것이다.

통장에 돈이 들어오는 순간부터 나의 씀씀이는 커졌고 어느덧 나의 옷장은 터질 것처럼 옷으로 빽빽해져 버렸다. 옷을 그만 사들이라는 엄마의 잔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엄마가 오는 날은 옷을 사지도 않고 택배도 몰래 숨기곤 하였다.

그렇게 옷을 사니 한 계절에 한 번만 입은 옷들이 모여 5년이 지나고 옷은 유행이 지나고 낡아지고..

옷장에 가득한 옷들이.. 가방들이.. 벨트들이.. 머플러들이 목을 조이듯 갑갑해졌다.

기증하고 버리고 나눔 하고 사고... 반복했다.

어느 날. 미니멀한 삶을 사는 사람들의 책은 나를 단번에 사로잡았다. 텅 빈 방 안에 햇살이 가득하고 바람이 신선하게 들락거리는 집... 충격이었다. 햇살과 공기가 마음껏 드나드는 방을 위해 아낌없이 버리고 나누어 버렸다. 기증하는 곳이 있다는 사실은 나의 지나친 소비에 대한 마음의 가책을 일변 덜어주었지만 대책 없는 소비를 했다는 자책이 나를 한동안 괴롭혔다.

그러나 그런 고통의 시간을 지내는 동안 함부로 물건을 사지 않게 되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미니멀한 삶은 경제적으로 미니멀해진 결과를 낳았다. 사고 싶어도 살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런 시간들을 통해 물건에 대한 집착에서 많이 벗어난 것은 사실이고 내게 진짜 필요한 물건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었다.

역시 정리정돈의 가장 중요한 점은 잘 버리는 것!

그전에 버리지 않을 물건을 잘 사는 것임을 다시 확인했다.

또한 물건을 잘 버리고 집안 정리를 잘한다고 해서 인생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책의 제목처럼 인생을 한 번 정리한다는 느낌은 가질 수 있다.

지난 5년간 물건을 꾸준히 버리고 정리해 온 사람으로서 순간의 쾌적함과 시원함을 느끼면서 기분전환을 꽤 누릴 수 있다. 그 기분이 새롭게 힘을 주기도 한다.

또한 내가 살아온 흔적들을 다시 돌아보고 정리를 하는 행동을 통해 내면의 갑갑함을 털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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