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고 요시야키 <천년의 독서>
이 책은 일단 재미있다. 제목에서처럼 작가가 읽은 수많은 책들에서 인용한 구절들이 시냇물처럼 흘러가기도 하고 반딧불처럼 반짝였다가 사라지기도 하고... 이렇게 많은 책들을 저자는 다 어떻게 읽었을까 하는 부러움도 함께 한다. 처음부터 책장을 덮을 때까지. 천년의 독서란 오랜 시간 흘러 흘러 넘어온 우리들 앞에 살았다가 사라진 지성인들이 보내온 무수한 편지들이 아닌가. 저자는 그런 지혜의 편지들을 하나하나 열거해 간다.
한 번밖에 살지 못하는 인간이 자기를 확장하는 방법에 대하여 지은이가 깨달은 것에 내가 공감했던 문장들을 옮겨 본다.
'아무리 부족함 없는 인생을 사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도 대피소가 필요하고
책은 한계에 부딪히고 벽을 만난 사람에게 반드시 새로운 문을 열어 주며 우리가 서점에서 무심코 집어둔 한 권의 책은 인류의 역사와 수맥처럼 연결되어 있다'
또한 저자가 읽은 책들에서 인용한 구절들도 인상적이다.
-셰익스피어에게 말로가 없었다면 말로에게 초서가 없었다면 초서에게 그보다 먼저 길을 닦고 자연 상태를 거친 언어를 길들여온 시인들이 없었다면 그들을 글을 쓸 수 없었을 것이다
-책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읽는 것이 아니라 그저 즐겁고 재미있어서 책장을 넘기지 않곤 못 배겨서 읽는 것이 독서의 출발점이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서점의 서가 앞에 서면 필요한 책은 알아서 튀어나온다.
책이 나를 불러주는 것이다. -이타미주조-
독서란 자신의 머리가 아니라 남의 머리로 생각하는 것이다. 끊임없이 책을 읽으면 다른 사람의 생각이 계속해서 흘러들어온다.
--자신의 머리로만 생각하는 사람은 손해일뿐이다. -쇼펜하우어 <독서에 대하여>
달달 외워서 얻은 지식은 시험이 끝나고 나면 싹 잊는다. 한편 호기심과 흥미를 가지고 배운 지식은 평생 잊지 않는다.
-그러나 인간의 어두운 욕망에 불을 지피는 불쏘시개 역할을 하는 것도 책이다. 이 어두운 책의 예로 아돌프 히틀러의 <나의 투쟁>을 든다.
-지금 들고 있는 책이 자신에게 화학작용을 일으킨다면 명저다.
또한 저자의 읽었던 책들 중 내가 읽고 싶은 책들이다.
-나카지마 아쓰시 <산월기>. 장도미니크 보비 <잠수종과 나비>
ㅡ빅터프랭클 <죽음의 수용소에서>. 한국어 출판 <밤과 안개>- 원제 < 어느 심리학자의 강제 수용소 체험>
ㅡ마이클봄스타인 <서바이버클럽> 등이다.
에밀 시오랑 <고백과 저주>에서는 ‘우리는 어느 국가에 사는 것이 아니다 어느 국어에 사는 것이다. 조국은 국어다. 그 외에는 아무것도 아니다.'는 문장을 올렸는데 나 역시 공감이 되는 문장이었다.
언어는 그 사회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언어를 보면 그 사회구조가 보인다.
에밀시오랑 <태어났음의 불편함>에서 인용한 ' 곤히 잠든 밤은 마치 존재하지 않았던 것 같은 밤이다. 우리가 눈을 감지 않았던 밤. 그것만이 기억에 불타고 있다. 밤이란 잠들 수 없는 밤이다.'는 다른 책에서 볼 수 없었던 밤에 대한 표현이어서 기억에 남았다. 요즘 갱년기 증세로 잠들 수 없는 밤을 맞이하면서 밤이 무엇인지 오롯이 느껴졌다고나 할까. 잠들지 못하는 밤은 그 어느 때보다 깊다.
이 책을 읽으면 수많은 작가들의 책들 외에 책에서 저자가 인상 깊어했던 글들을 만나게 된다. 그래서 독자는 그 인상 깊었던 문장의 내용들을 보면서 나도 그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분명 갖게 될 것이기 때문에 정신의 격동을 느끼게 될 것이며 저자의 많은 독서량에도 감탄하며 승부의욕을 불태울 수 있다.
또한 저자는 마인드풀니스 관련 서적의 인기가 스스로를 다독이지 않고는 괴로워지는 현실을 반영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그런 괴로움은 불편함이라는 것. 그 말은 퍽 공감되었다. 내가 바로 그런 사람이니까.
또한 데이비드 바나타의 <태어나지 않는 것이 낫다>에서
’모든 사람의 삶에는 나쁜 어떤 것이 늘 있다. 그런 인생에서 존재하는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면 입지 않았을 해악을 입는다.‘는 말을 인용한다.
바나타는 '존재하는 것이 도덕적으로 잘못된 것'이라는 것이다. 즉 태어나지 않음에 대한 긍정이다. 정말 그럴까. 태어나지도 않고 어떻게 존재에 대한 탐구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
마지막으로 내 가슴을 후려친 구절이 있다.
오가와 다마카 <거의 없는 사람을 취급을 받는 처지에서 본 사회의 이야기>에서
-세상이 불공평하다고 지적하면 귀찮은 불평꾼이 된다. ---튕겨나간 곳에서 본 세상의 씁쓸한 면. 대부분은 그런 세상을 보고 싶지 않기 때문에 ‘튕겨나간 쪽’ 이 되지 않기 위해 조심조심 얇은 필름 위를 걷듯이 살아간다.
정말 그렇다. 세상에서 튕겨나가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어쩌면 이제까지의 삶이 튕겨나가지 않으려고 싸워왔던 과정일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저자가 읽고 토해낸 것들을 통해 독자는 그가 소개한 책들을 가져오고 싶은 욕망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럼으로써 우리는 더 좋은 독자로 나아갈 수 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