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정신을 한곳에 집중할 때나 갑작스러운 곤경에 처했을 때 내 안의 나란 존재가 어디론가 날아가 버렸음을 인지하고 한다.
오늘은 내 정신이. 곧 내 안의 나가 육체밖을 나갔다 온 기억이 있음을 적고자 한다.
그러니까 운전면허를 획득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였다. 당시는 내비게이션이 흔하지 않을 때라 내 차엔 그것이 달려있지 않았다.
내가 사는 곳에서 한 시간가량 떨어진 M시에서 친구들과 만나기로 했는데 그날에 겁도 없이 직접 차를 몰고 나선 것이다.
"뭐든 직접 해야 느는거야." 라면서. 긴장 속에 차의 시동을 걸었다.
시 외곽 도로를 절반쯤 운전할 때까지는 괜찮았다. 지나치는 풍경도 좋았고 차들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속력도 조금씩 내보기도 했다. 그런데 터널 안에 들어서면서 내부가 어두워서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몇 번이나 눈을 깜박이면서 보아도 앞은 여전이 어두웠다. 가던 길로 계속 가면 된다고는 생각했으나 터널이 이렇게 어두우면 어떻게 운전하라는 거냐면서 오래된 터널의 조명시설을 탓했다.
마침내 터널을 빠져나오자마자 타원형으로 급격하게 휘어진 도로를 만났다. 바짝 긴장이 되어 헨들을 잡은 손과 몸이 도로처럼 같이 휘어졌다.
시선은 옆으로 절대 돌릴 수 없고 앞만 보고 있었으나 정신은 또렷해서 운전면허 시험 강의를 들을 때 급격하게 굽은 도로에서 속력을 내다 차가 뱅그르르 돌아버리던 동영상이 자꾸 생각났다.
곡선도로를 벗어나 직선도로를 주행할 때라서야 나는 시야가 환해진 사실을 깨닫고 내 눈에 낀 선글라스를 생각해 냈다.
2차선의 도로는 제법 한산해서 좀 전의 긴장감이 누그러들며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런데 어디서 나타났는지 뒤따르던 차들 중 몇몇이 내 차를 휑~ 하니 앞질러 가는 양이 나의 차 속도를 답답해하는 것처럼 느껴져 무안했다.
그래서 나는 한 손으로 헨들을 잡고 후진 주차를 하는 나의 숙련된 운전 모습을 상상해보는 것으로 위안을 삼았다.
그렇게 40여 분을 운전하였을까...
차는 이미 도시 안으로 진입하고 있었다. 그러나 내가 지금 가는 길이 목적지를 향해 바로 가는 길이 맞는지는 헷갈렸다. 운전대를 잡은 손에 힘이 풀렸고 극도로 피곤해졌다. 결국 내가 선택한 길이 목적지를 빙 돌아가는 해안도로여서 약속 시간에 점차 늦어지고 있었다. 친구들의 전화벨이 울리기 시작했다.
게다가 내가 선택한 도로는 공사 중이어서 몇 번 차체가 들썩이자 가슴이 쿵쾅거렸다. 알 수 없는 파인 도로에 차바퀴가 빠질지도 모른다는 쓸데없는 걱정까지 보태어졌다. 정신 집중인지 정신 탈락인지를 모른 체 겨우겨우 약속 장소 부근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예정 시간보다 30분이 넘어 도착한 시내는 수많은 차량들로 어지러웠다. 주차할 공간이 전혀 없었다. 나는 순간 어디로 가야 할지 방향감각을 잃어버리고 허둥댔다.
다행히 어느 버스 정류장 뒤 빈 공간에 주차를 하고 친구들에게 도착했다는 전화만 간단히 하고 끊었다. 버스 주차장에 주차를 해도 될까 하는 불안감도 있었지만 무사히 도착했다는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차 문을 잠그고 인도로 나섰다.
아차~ 그런데 전화기가 보이지 않는다. 다시 차로 돌아가 차문을 열고 앞 좌석을 다 뒤져보고 핸드백 속을 몇 번이나 뒤져도 알 수가 없었다.
약속 장소를 알려면 전화를 다시 걸어야 했다. 그들은 내가 오는 도중 장소를 바꾸었고 또 내가 전화를 다시 하겠다고 하였기 때문에 알 수 없는 어떤 건물 앞에서 다들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아.. 어떡하지?
사람들로 꽉 찬 거리와 빵빵거리는 차의 소음이 더해져 내 영혼이 탈탈 털리는 기분이었다. 그 와중에 머리에 쓴 모자가 자꾸 벗겨지려 하고 있었다. 모자를 바로 쓰려고 손으로 눌렀으나 머리에 잘 맞지 않는다. 땀이 삐질삐질...
할 수 없이 모자를 확 벗어 든 순간이었다. 헉~~~
그 모자 안에서 잃어버린 휴대폰이 불거져 나왔다.
그러니까
처음 장거리 시외 운전을 하면서 너무 긴장한 탓에 도시로 진입하면서는 아예 정신줄을 놓아버린 것이 분명하였다. 그래서 겨우 주차를 한 후 전화를 하고는 옆 좌석에 놓인 모자에 전화기를 넣은 체 그대로 머리에 썼던 거였다. 헛웃음이 저도 모르게 나왔다.
모자 안에서 전화기를 꺼낸 후 거리를 걸을 때는 다리가 후들거렸다.
그래도 사고없이 안전운전을 한스스로에게 대견해 하며 친구들이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