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두 명의 버스 기사를 만났다

by 미셸 오

어느 날이었다. 나는 볼 일이 있어 도시로 가는 시외버스를 탔고 그날 오전에 목적지로 갔다가 저녁 늦게 집으로 돌아오는 일정이 잡혀있었다. 차로는 1시간 30분이 걸리는 거리였다. 그런데 그날 같은 도로. 같은 정류장. 같은 하루를 사는 두 명의 버스기사...늘 같은 노선을 달리는 두 명의 버스 기사가 만들어 내는 풍경은 전혀 달랐다.

오전행 버스기사는 버스에 오를 때부터 승객들에게 상냥하게 인사를 먼저 건네거나 고개를 살짝 숙였다. 기사의 그런 태도는 승객들의 기분을 환하게 만들어 주었는데 그것은 시작에 불과하였다. 출발 시간이 되어 차의 시동이 걸리는 순간 스피커에서 기사의 잔잔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모두 안전벨트를 매십시오"


친절하고 공손한 말투였다. 사람들의 안전벨트를 착용하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왔다. 버스가 터미널을 미끄러지듯이 빠져나와 큰 도로에 들어서기 시작했을 때다.

차 안에 클래식 음악이 조용히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매번 철 지난 유행가요, 라디오 대담. 아니면 뽕짝류를 들었었는데 클래식음악이라니. 정말 의외의 반전이었다. 차는 부드러운 바이올린 연주에 맞추듯 천천히 고속도로에 들어섰고 버스는 적당한 속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나는 조용한 클래식 음악에 귀를 열어 놓고 몸을 의자에 깊숙이 기대고 눈을 감았다. 조금 후에 옆 좌석에서는 코 고는 소리가 들려왔다.

tayguntoprak-bus-2069419.jpg

얼마를 달렸을까.

베토벤의 '운명'이 웅장하게 나오는가 싶더니 차는 터널 안으로 진입을 시작하였고 터널을 빠져나오자마 '쨔앙~' 하는 교향곡의 거센 음이 터져 나왔다. 아마도 졸던 사람들이 깜짝 놀라 눈을 떴을지도 모를 강한 옥타브의 리듬이 교묘하게도 차가 달리는 상황에 맞춰 연주되는 것 같았다. 일부러 이런 선곡을 했나 싶을 만큼 신기했다. 1시간 30분이 흐른 후, 그 어느 때보다 빠른 시간 안에 목적지에 도착했다고 느낀 그 순간. 이번엔 아주 귀에 익은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왔다.

아.. 그 음악은 긴 비행을 마친 비행기가 땅에 땅에 무사히 착지하였을 때 들려오는 기내 음악 바로 그것이었다. 버스 안 곳곳에서 안전벨트 푸는 소리를 들으며 흡사 비행기를 탔을 때의 그 순간에 와 있다는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차에서 내릴 때 역시 버스에서 내리는 각 사람들에게 눈길을 떼지 않은 체 (아마도 내릴 때 발을 헛디디지 않을까 염려한 듯) "안녕히 가세요" 라는 인사말을 건넸다. 누구도 재촉받지 않았고 누구도 밀려나지 않았다. 그저 각자의 하루가 그 기사 아저씨로 인해 아주 평화롭게 이어진다는 느낌을 주었다.


doctor-a-tram-2262256.jpg

한편

종일 일을 보고 집으로 돌아 오는 버스를 탔을 때는 오전의 버스와는 정반대의 버스를 탑승하게 되었는데 이 기사는 속도를 믿는 사람같았다.

저녁 7시 15분.

차에 오를 때부터 버스의 묵은 내와 석유 냄새로 속이 울렁거렸다. 나는 차멀미를 하지 않기 위해 손수건으로 코를 막았다. 승객 인원 11명.

이미 차창 밖은 어둠이 짙게 깔리고 있었다. 나는 도착할 때까지 억지로 잠을 잘 생각이었으나 그것마저 산산조각나 버렸다.

버스는 고속도로를 접어드는 순간 시끄러운 굉음을 내며 전속력으로 달리기 시작하였던 것이다.

"부아앙~~ 크크크킄~~ 콰콰콰~~~ 부아앙~~ 콰콰카~"

밤에 달리는 차의 소음은 그 어때보다도 시끄럽고 위압적으로 차 안을 가득 채웠다.


나는 눈을 도로 감았다. 그러나 듣는 귀와 육체의 느낌은 살아 있어 더 또렷이 차의 속도를 느낄 수 있을 뿐이었다.

도로의 커브를 돌 때마다 승객들의 몸이 물결처럼 흔들렸다. 손잡이를 쥔 나의 손도 차의 진동으로 마구 떨렸다.

nyatto-man-7819801.jpg

가끔 버스 앞이 차들로 막히면 기사는 속도를 급격히 낮추었는데 그럴 때 앞 유리창에 거의 닿을 듯한 앞 차와 도로의 가름막이 보이곤 했다. 앞 차와 부딪히지 않는 운전 기술도 놀라웠다.

그러나 앞의 차를 앞지르거나 없어지기만 하면 그는 무섭게 가속 페달을 밟았다.차의 시간표를 지키는 것만이 마치 그의 자부심인 것처럼. 우리가 탄 버스는 계속해서 모든 차들을 앞질렀다.

그러나 버스 안의 승객 중 아무도 그에게 차의 속도를 낮춰 달라고 말하지 못했다.


redioactive-bus-2145402.jpg


나의 온갖 부정적인 상상과 불안을 안고 버스는 1시간 10분만에 터미널에 도착하였다. 기사아저씨가 무서운 속도로 주행시간을 20분이나 단축한 거였다. 목숨을 건 질주였다고 밖에 표현할 길이 없었다. 운전대를 잡은 저 한 사람에게 1시간 동안 11명의 생명을 의탁해야 했었다는 사실이 무서웠다.

누구보다 빨리 종점에 도착했지만 그 여정 속에는 여유가 없었고 그 과정은 숨이 찼다.


나는 하루에 두 버스를 번갈아 타며 전혀 다른 상황을 목격하고 경험했다.

즉 내가 탄 것은 버스가 아니라 누군가의 태도와 방식이었다는 사실이다. 세상은 이렇듯이 이 두 기사들의 사이 어딘가에서 늘 흘러간다. 결국 사람의 마음을 낚는 것은 속도가 아니라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