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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모 Jan 21. 2018

함부로 편리함을 좇지 않겠습니다

Drawing Blue #26

제주에서도 특히 서귀포를 비롯한 남부를 취재할 때엔 이동 시간이 더욱 길어집니다. 제주국제공항에 내려서 다시 차량을 이용해 남쪽으로 달려가야 하기 때문이죠. 대중교통이 개편되면서 버스 급행노선이 만들어졌지만, 여전히 공항에서 서귀포시까지는 한 시간이 걸리더군요.

네, 물론 불편합니다. 김포공항에서 서귀포로 한 번에 갈 수 있는 항공 노선이 신설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서울의 도심과 제주도 남부가 한 번에 연결되는 것이니, 분명 제주가 몇 걸음 더 가깝게 느껴질 거예요. 공항이 신설된다면 서귀포시는 아마 많이 변하겠지요. 그 변화의 과정을 누군가는 '발전'이라는 이름으로, 누군가는 '개발'로, 또 다른 누군가는 그것을 '파괴'라 부를지 모릅니다.


저는 제주가 계속 제주다웠으면 합니다. 제가 사랑한 제주의 풍경을 앞으로 제주를 알아갈 이들 또한 즐겁게 누릴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제주 제2공항은 성산 일대에 건설될 예정입니다. 안타깝게도 이곳 제주도 동남부 지역은 제주에서 가장 때묻지 않은 자연이 있는 곳입니다. 가을이면 찬란하게 손을 흔드는 바다 같은 억새가 있고, 그 위로 봉긋 솟아난 육지에서는 볼 수 없는 곡선을 가진 수많은 오름들이 있습니다.



동부 중산간의 억새


가장 제주다운 자연이 살아 숨 쉬는 곳에 공항을 짓지 말아주세요. 제주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진정 제주의 무엇을 보러 가는지 면밀히 살펴봐 주세요. 신공항이 건설되고 10-20년이 흐른 뒤, 과거의 제주에 정말 아름답고 가치 있는 것이 무엇이었는지 기억할 수 있는 사람조차 사라져 버리지 않을까 하는 것. 그것이 두렵습니다.


제게 무슨 힘이 있겠냐마는 막을 수 있다면 막고 싶습니다. 당장 그것이 어렵다면 제대로 된 논의를 거쳐야 합니다. 소통의 과정 없는 개발이 주민들에게 얼마나 많은 상처를 주는지 우리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새해에는 신공항과 관련된 논의가 좋은 국면으로 전환되기를 기원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제주를 여행하는 발걸음은 내내 불안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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