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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모 Oct 10. 2018

올레 6코스의 아늑한 쉼터, 소라의 성

Drawing Blue #28

서귀포 남쪽 벼랑 끝에 세워진 건물 하나를 찾아갔다. 건물 앞으로 올레길이 지나기 때문에, 어쩔수 없이 제주 올레 6코스의 일부를 걷게 되었다. 반짝이는 남쪽 바다를 오른쪽에 두고 걸음을 옮기다 보니 어느새 키 큰 야자나무로 둘러싸인 회색 건물 하나가 나타났다.


위싱턴 야자와 소라의 성


이 건물의 설계자에 대한 공식적인 기록은 남아 있지 않지만, 학계에서는 대체로 우리나라 1세대 건축가인 김중업의 작품으로 보고 있다. 어두운 회색과 흰색의 대비가 아름다웠으며, 곡선이 많이 사용되어 위압적이지 않고 주위의 자연과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매력이 있었다.


1968년에 지어져 관광전망대에서 식당으로, 다시 식당에서 제주올레 사무국으로 사용되었으며, 현재는 서귀포시에서 매입하여 올레꾼들을 위한 휴식공간이자 북카페로 재탄생 되었다. 1층에 커피와 차 등이 비치되어 있어서 원하는 만큼 이용한 뒤 부담스럽지 않은 금액을 자유롭게 기부하는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언뜻 무인카페처럼 보이지만, 상주하는 직원이 있어 다행히 공간 관리가 잘 되고 있어 다행스러웠다.


9월에 서귀포에 머무는 동안 이곳을 두 번 방문했는데, 그때마다  바다가 보이는 창가에서  여유롭게 책을 읽거나 파도 소리를 들으며 노트북으로  업무를 보는 이들이 있었다. 팍팍한 서울로 돌아온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 그들은 정말이지 세상 사람들의 부러움과 시샘을 살만한 이들이었다.


소라의 성, 2018


위의 그림은 밖에서 그리기에는 앉을 자리가 마땅치 않아 카메라로 촬영해 온 사진을 이용해 소라의 성 내부 테이블에 앉아 커피 한 잔과 함께 마무리한 것이다. 9월임에도 여름 같이 무더웠던, 그래서 비록 한 달 전이지만 오래전 기억처럼 느껴지는 2018년의 서귀포를 추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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