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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모 Jun 10. 2019

비자림로를 그리다


2주 전 제주를 찾은 와중에 잠시 비자림로에 다녀왔습니다. 공사가 다시 재개되었다는 소식에 훼손의 현장을 직접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짧은 방문이라 차량을 빌리지 않고, 대중교통을 이용했습니다. 제주버스터미널에서 211번 버스를 타고 거슨새미오름, 안돌오름 정류장에 하차했습니다. 버스에서 내리기도 전에 최근에 새롭게 벌목된 현장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작년에는 무성했던 대천동 사거리초입 부분에도 잘리워진 그루터기가 많이 보이더군요.



수령 150년된 팽나무 한 그루.

확장될 도로 부지 위에 뿌리 내린 이 나무의 운명은 어떻게 되는 걸까요.



마침 이곳에 아침부터 나와 계신 활동가분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들의 안내로 비자림로 안쪽 숲길을 함께 걸었습니다. 도로가 가까웠지만 발걸음을 조금만 옮기니 숲의 향기가 금세 짙어졌습니다. 한껏 들이마시니 몸과 마음이 깨끗해지는 느낌이었어요.



삼나무 숲 훼손 현장을 그릴 때에는 무척 참담한 심정이었습니다. 단지 삼나무 몇그루가 잘려 나갔다는 팩트 속에 갇혀있고 싶지 않습니다. 이곳은 우리가 앞으로 추구해야할 개발의 방향이 어떠해야 할 것인지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소가 아닐까 합니다.


비자림로 / 1hr 30min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아있는 숲은 참 아름다웠습니다.

한없이 베풀어주기만하는 자연에 감사하고 또 미안했습니다.


23. May. 2019.

비자림로,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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