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8일간의 이탈리아 드로잉 여행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에는 과연 몇 분이나 신청해 주실지 미지수였는데, 최종 21분의 참가자가 모이게 되었어요. 그림과 함께하는 여행이 테마여행의 새로운 장르가 될 수 있다는 작은 가능성을 발견했습니다.
그동안의 해외 드로잉 여행은 줄곧 혼자하는 시간들이었습니다. 그렇기에 21명이나 되는 참가자들과 함께하는 6박 8일간의 여행은 제게도 큰 모험이었습니다. 출발일이 다가오자 설레는 만큼 걱정도 많아졌었지요.
정말 다행스러웠던 점은 여행하는 8일 내내 날씨가 어마어마하게 좋았다는 것입니다. 간혹 비를 뿌리는 날도 있 었지만, 신기하게도 버스에서 내릴 때가 되면 기가막히게 그치더군요. 처음 기획한 드로잉 여행이라 변수가 많 았는데, 다행히 날씨가 도와주어 결과물을 잘 남길 수 있었습니다.
6년 만에 다시 그리게 된 피렌체의 파노라마입니다. 일정이 촉박하여 50여분 정도만에 빠르게 마무리 했어야 했는데, 구도와 색감이 의외로 잘 나왔어요. 그리는 동안 마음 속에 차오르는 희열에 무척 행복했습니다.
이탈리아에서는 꼭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커피를 한 잔 마셔보라고 하더군요. 북적이는 사람들 틈을 비집고 들어가 에스프레소와 카푸치노를 주문했습니다. 이곳이 이탈리아이기 때문일까요. 평소에는 잘 찾지 않는 에스프레소가 목을 타고 부드럽게 넘어갔습니다. 이런 매장은 워낙 소비량이 많아 항상 신선한 원두가 유지되는 것이 맛의 비결이라고 합니다.
위 그림은 유럽 최초의 커피 하우스로 알려진 카페 플로리안 Caffè Florian 에서 카푸치노 한 잔을 마시며 1시간 동안 완성한 그림입니다.
그림을 그리고 있는 동안 문득 테이블 뒤쪽의 무대로부터 한국 가곡과 민요 아리랑이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6년 전에는 볼 수 없던 풍경에 마음이 들뜨던 순간이었어요.
베네치아에서는 홀로 여행하고 있는 어반스케쳐스를 우연히 만나는 기회도 있었습니다.
이탈리아 국적의 어반스케쳐였는데, 아래의 링크로 들어가시면 사라의 그림을 구경하실 수 있습니다.
http://www.instagram.com/sara_salomoni
일정이 빠듯해 밀라노에서는 별도의 드로잉 워크숍을 할 수 가 없었어요. 30분 정도의 자유시간이 주어져 저는 성당을 둘러보는 것을 포기하고, 정면의 모습을 짧게 드로잉을 해보고자 했습니다. 여러 명의 투어 참가자들께서 저의 도전에 과감히 동참해 주셨습니다.
제게도 많은 추억이 있는 바닷가 마을 친퀘테레도 다시 다녀왔습니다. 친퀘테레는 해안 절벽을 따라 다섯 개의 마을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번에는 그 중 두 개의 마을인 마나롤라와 리오마조레를 다녀왔습니다.
함께 바라본 친퀘테레의 아름다운 순간들이 종이 위에 기록되었습니다.
여행의 후반부에 이탈리아 남부의 폼페이도 다녀왔는데, 그곳에서는 그림을 그리는 내내 이스라엘 관광객들의 카메라 세레를 받아야 했답니다 ㅎㅎ
여행이 막바지에 접어들자 이제는 다들 손이 제대로 풀린 느낌이었어요. 바티칸에 도착해 투어를 기다리는 시간은 물론이거니와 심지어 투어를 하는 와중에도 각자의 기록을 담는 모습이 목격되었습니다.
저도 잠시 짬을 내어 빠른 드로잉 하나를 남겼습니다.
대망의 마지막 드로잉 워크숍은 웅장한 콜로세움에서 진행되었습니다.
그림 그리는 모습이 사뭇 진지하시죠? ㅎㅎ
로마에서 보낸 아름다운 하루가 이렇듯 종이 위에 기록되었습니다.
일정을 마친 후 저녁에는 거의 매일 1시간 정도 저녁 워크숍 시간을 가졌습니다. 각자의 그림을 감상하기도 하고, 그리면서 어려웠던 부분에 대해 묻고 답하는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마지막 사진은 프랑스에서 오셨다는 여행자들이 우리의 워크숍에 끼어들어 뷰티풀을 외치는 모습입니다 ㅎㅎ
이렇듯 하나의 작은 모험을 마쳤습니다. 8일 동안 남겼던 성과점과 더불어 부족한 부분에 대한 반성 또한 품고 서울로 돌아왔습니다. 이번 경험을 초석 삼아 더 나은 기획, 좋은 여행으로 다시 찾아뵙고자 합니다.
무엇보다 함께해주셨던 21분께 무한한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이번 경험이 없었다면 앞으로의 발전도 존재할 수 없겠지요. 잊지 않겠습니다. 2019년 봄의 이탈리아 드로잉 여행 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