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되면 이곳의 태양은 아쉬움이 많아진다. 밤 11시가 넘으면 조금씩 어두워지지만 완전한 어둠이 내리기 전에 세상은 다시 밝 아질 것이다. 지치지 않는 영원한 태양이 이곳에 있다.
내게도 환한 낮만 존재하던 때가 있었다. 우리 사전에 이별이라는 단어가 없었던 시절. 그 순간을 우리의 백야라고 부를 수 있을까.
헬싱키에서 만난 백야는 결코 하얗지 않았다.
먹먹하고 진득한 블루였다.
절대 지워지지 않을 것 같은 이 푸른 그림자도 몇 시간 뒤 다시 떠 오를 태양 아래 사라져 버리겠지.
오래전 네가 내 마음에 남겼지만 결국 사라져 버린 아릿한 멍 자국 처럼.
『혼자 천천히 북유럽』p.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