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구의 한편으로 크고 작은 빨간색 주황색의 파라솔들이 모여 있는 것이 보였다. 그 유명한 베르겐의 어시장 Fisketorget 이었다. 베르겐은 노르웨이에서 가장 중요한 어업 도시로 알려져 있어 기대가 컸지만, 어시장은 생각보다 그 규모가 굉장하지는 않았다. 부산 자갈치 시장의 1/10은 될까. 항구 옆으로 크고 작은 레스토랑과 해산물을 취급하는 소매상들이 들어서 있었는데, 위생에 각별히 신경을 쓰는지 시장 어디도 냄새나거나 더러운 곳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많은 인파로 북적이고 있었지만, 구획이 잘 정돈되어 있어 이동에 불편함이 없어 편리했다. 신선한 생물 해산물들이 눈길을 사로잡았고, 국내에서는 흔히 보기 힘든 캐비어와 연어알, 킹크랩 등을 통조림으로 만든 상품들도 눈에 띄었다.
노르웨이는 세계 최대의 연어 양식국이다. 연어는 차가운 해수가 흐르는 지역에서 양식할 수 있는데, 노르웨이는 연어 수출로만 한 해에 약 6조 원을 벌어들이며, 매일 3700만 명이 먹을 수 있는 양을 150개국에 공급하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어시장 곳곳에서 풍겨오는 연어 굽는 냄새가 너무 폭력적이었다. 연어의 고장 노르웨이에 온 만큼 신선한 연어요리를 먹어보기로 했다. 시장 안에 있는 노천 식당에 자리를 잡고, 비교적 저렴해 보이는 연어 스테이크를 주문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연어와 새우 다섯 마리 그리고 구운 감자로 이루어진 접시가 테이블 위로 올라왔다. 음식의 비주얼은 소박했지만 가격은 귀족적이었다. 한화로 3만 원이 넘는 접시를 비우며, 다시 한 번 노르웨이의 살벌한 물가를 확인했다.
「혼자 천천히 북유럽」 p.2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