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배가 미끄러지듯 항구를 빠져나갔다.
이별의 속도만큼 투르쿠의 풍경도 멀어지고 작아졌다.
오늘 밤 머물 캐빈에 배낭을 내려놓았다.
소파를 펼치면 3명까지 잘 수 있고,
개인 욕실까지 갖춰진 작지만 아늑한 공간이었다.
침대에 걸터앉아 창 밖에 펼쳐진
발트해를 바라보았다.
어느새 밤 10시.
북유럽 여름의 하늘과 바다는
어둠에 타협하지 않았다.
아련히 푸른 바다 위로
하나둘씩 작은 섬들이 나타났고,
배는 그들의 속삭임을 지나
앞으로 앞으로 나아갔다.
바다 위에 낮게 웅크리고 있는 그들이
홀로 긴 호흡의 여행을 하는 내 모습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다.
인생이라는 바다 위를 흘러가는
나 역시 고단한 섬이다.
허름한 오두막 하나 없어도 평화로운 저들처럼
고요한 여정 속에서도 작은 불 밝혀 둘 수 있는
외롭지만 다정한 섬이 되리라.
『혼자 천천히 북유럽』 p.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