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쩍 홀로 떠나는 여행을 좋아합니다. 자신의 호흡만으로 완성하는 여정을 좋아하고, 지금도 그와 닮은 여행을 해오고 있습니다.
그림으로 담는 여행을 누군가와 같이 한다는 것을 쉽게 상상하기 힘들었습니다. 그림 여행은 여정을 즐기는 가장 느린 방법 중 하나였기 때문에, 타인과의 속도를 맞추기가 어려웠기 때문이죠.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그림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가는 것을 확연히 느낍니다. 현장에서 눈앞의 풍경을 바로바로 담아내는 소위 '어반스케치'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여행을 결과물로 전시를 하거나 책을 출간하여 데뷔하는 드로잉 작가들도 많이 생겨났고, 예전에 비해 포털 검색을 통해 여행드로잉 수업 또한 많이 찾아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최근에는 서울특별시 종로구에 위치한 '운현궁'에서 작은 모임을 가졌습니다. '혼자' 그린 그림으로 온라인에서 소통하던 사람들이 간만에 '함께' 그려보게 되었습니다.
같은 공간을 각자의 방식대로 담아내는 것이 무척 신기하고 또 재미있었습니다. 누구와 바꿀 수 없는 자신만의 독창적인 여행 기록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저 역시 작은 수첩 사이즈의 드로잉북에 운현궁 노락당의 풍경을 잠시 담아보았습니다.
지난 토요일에는 제 수업을 듣고 있는 수강생들과 함께 명동성당을 찾았습니다. 날씨가 몹시 무더웠지만, 큰 걱정은 하지 않았습니다. 성당 맞은편에는 2층 규모의 카페가 있는데, 명동성당의 전경이 무척 잘 보이는 데다 에어컨이 팡팡 나오는 곳이기 때문에 여름철 기가 막힌 드로잉 포인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1, 2층에 흩어져 자신만의 기록을 만들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시나요? 두 시간의 시간 동안 각자 자신의 드로잉을 완성해 보았습니다.
스케치를 마치고, 서로의 그림을 함께 감상하며 구도와 색감 등 여러 가지 표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도 잠시 가져보았습니다. 하나의 풍경을 그렸지만, 종이 위에는 각자의 성당이 예쁘게 자리 잡았네요. 모두들 완성도 있게 마무리해 주셔서 무척 뿌듯했습니다.
강의를 진행하는 동안 저도 잠시 짬을 내어 한 장의 기록을 남겼습니다.
치열한 목적 없이 그저 눈앞의 풍경을 담아내는 것에 집중하는 이 순간이 즐겁습니다.
이번에 그린 제 그림은 현재 명동성당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에 커버 사진으로 게시되는 영광을 얻게 되었답니다. 제 그림이 의미 있는 곳에 사용되어서 무척 기뻤어요 :-)
등록된 커버 사진은 아래의 주소를 통해 확인해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facebook.com/mdsd1784
같은 시선으로 여행을 바라보는 사람이 많이 생겨나서 행복합니다. 이제 더 이상 혼자 하는 드로잉을 고집할 필요가 없어졌어요. 망설이고 있다면 지금 당장 펜을 들고 풍경 속으로 뛰어들어보세요! 다음 그림여행은 어쩌면 당신과 함께하게 될지도 모르겠네요 :-D
From. 리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