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상업적 '젖소'들은 수세기 동안 살아남아
점점 더 많은 양의 '우유'를 생산해낼 것입니다.
(워런 버핏, 2011년 버크셔 해서웨이 연례서한)
금은 반짝이고 가공하기 쉽고 드물고 녹슬지 않습니다. 신성함과 권력을 상징하는 기능은 깊숙이 각인되고 구전되어 왔습니다. 채광기술도 연금술도 엉망이라 그 총량은 비교적 일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제국이 형성될 때부터 법정 화폐의 담보물 역할을 해왔습니다. 물론 지금은 그런 식으로 화폐를 발행하진 않습니다. 그런데도 세상살이가 불안하면 금값은 오릅니다.
그런 특별한 구간보다 훨씬 더 긴 세월을 돌아봐도 금값은 올랐습니다. 금의 총량이 늘어나는 것보다 화폐가 생겨나는 속도가 더 빠르기 때문입니다. 느리든, 빠르든, 돈은 상대적으로 흔해집니다. 그래서 연 4~5%씩 급이 귀해진 것이고요. 금만 그런 게 아닙니다. 은, 구리, 알루미늄, 철광석, 니켈, 원유, 옥수수, 대두 등등. 품질에 심각한 차이가 없고 다른 산업의 재료가 되는 것들을 원자재로 묶습니다. 금이나 원유로 대표되는 원자재는 단기적으로는 속도의 차이가 있더라도 수십, 수백 년으로 보면 화폐 가치가 희석되는 속도에 맞춰 가격이 오릅니다.
부동산은 차렷, 열중쉬어 같은 부동자세의 재산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땅값, 건물값입니다. 땅과 건물도 금만큼 긴 세월 동안 인류와 관계를 쌓아왔습니다. 그리고 앞서 보신 원자재처럼 땅이나 건물도 공급증가가 드라마틱하지 않습니다. 역시 5년, 10년 수준의 단기간으로 잘라보면 급격한 수요공급 불균형도 있기는 합니다. 원자재처럼 수십 년, 백 년의 시간지평으로 보면 그 가격은 물가상승률과 연결되어 오릅니다.
부동산은 사실 대출해서 사는 거라고요? 대출은 물가랑 무관한가요? 당연히, 화폐가 흔해진다는 건 공급된 대출까지 포함한 감각입니다. 그리고 물가가 오르면 대출금리도 오릅니다. 결국 부동산을 사들이는 데에 화폐가 더 많이 필요하게 됩니다. 애초에 물가 관련 통계지표가 발표될 때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삼대장이 원유, 농산품, 그리고 주택입니다.
말이 나온 김에, 이자율이 붙는 자산, 채권도 소개하겠습니다. 쉽게 말하면 예금 통장입니다. 은행에 돈을 빌려준다면 날짜, 금액, 이자율, 돌려받을 시점 등 여러 정보를 적어둬야 합니다.
혹여라도 은행이 ‘배 째’를 시전할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 내용을 적어둔 장부가, 돈 빌려준 사람의 권리를 증명해줄(증) 책이(권), 필요합니다. 은행이 고객에게 빌려주는 돈, 기업이나 정부가 불특정 다수에게 빌리는 돈도 다 채권이라는 영수증을 발행해서 증명합니다.
보통은 영수증이 없으면 교환/반품이 제대로 안 됩니다. 채권이라는 영수증을 잃어버리면 빌려준 돈을 못 돌려받는다고 칩시다. 받아낼 수 있는 돈과 관련해 채권은 분명히 가치가 있습니다. 이자를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채권에는 비교적 더 높은 가치가 있어야 합니다. 이런 가치에 대한 수요가 있다면 거래도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채권도 거래할 수 있습니다. 초등학생도 합니다. B가 예전에 빌려주고 A한테서 받을 돈 만 원이 있다고 해봅시다. 그런데 B가 C한테 만 원을 빌리게 됩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A가 나한테 갚을 만 원이 있는데, 걔한테 네가 받으면 돼.” 고대인들도 이런 신용거래를 했다는 사실이 수메르인의 유적에서 채권 점토판에서 드러났습니다. 그리고 거래가 많이 성립하다 보면 시장과 가격이 형성됩니다.
물가가 오르면 중앙은행이 시중은행에 잠깐씩 빌려주는 돈의 이율을 올립니다. 이렇게 하면 사회에 유통되는 돈을 흡수해서 화폐의 가치를 제품이나 서비스만큼 높여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가가 다시 낮아지는 효과입니다. 이러면 은행 입장에선 대출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습니다. 예적금 고객, 회사채나 국채 투자자들도 가만히 있지 않습니다. 돈을 빌려주는 다른 많은 주체들까지 새로 계약하는 채권 금리를 비슷하게 올립니다. 그 결과 채권은 전에 비해 더 많은 가치를 인정받고 시장에서 더 비싼 가격에 거래됩니다.
주식도 채권과 함께 증권으로 분류됩니다. 뭔가 증명할 게 있나 봅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나중에 더 자세히 설명드릴 기회가 있습니다.
어쨌든 주식은 기업의 소유권을 의미합니다. 세상에 워낙 많은 기업이 있습니다. 세계적 지위를 가진 미국 대기업은 주식을 상징하기에 상당한 대표성을 가질 수 있습니다. 특히, 주가지수인 S&P500은 대기업 주식의 단순한 묶음과는 다릅니다. 끊임없이 엎치락뒤치락 하는 이들 기업들의 순위를 계속 업데이트하여 반영하기 때문입니다.
주식을 같은 증권으로 묶이는 채권으로 비유하면 어떨까요? 주식이 채권의 다른 형태라면 만기가 미친듯이 길고 이자가 매우 불확실하다는 특징이 있기는 합니다. 그것으로 연간 수익률이 두 배나 되는 걸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증권이라는 공통점은 형태 상의 특징이지, 근본적인 정의일 수는 없습니다.
주식이라는 냉장고는 왜 특별했는지, 다음 글에서부터 가설들을 검토해 보려고 합니다. 그 설명이 충분히 타당하다면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주가지수를 따르는 ETF가 만족스러운 성과를 안겨주리라고 믿고 미래를 낙관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