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적으로 주식가격의 상징은, 물가상승률과 거의 상관없어 보이는 성장률을 보여줬습니다. 지금부터 그 이유를 상상하며 검증해 보겠습니다. 가급적 유력한 가설들을 추출하기 위해 우리가 동의할 수 있는 사실들을 먼저 확인해 둡시다.
기업은 뭘 하려는 곳이죠? 네, 돈을 버는 곳입니다. 비즈니스를 통해서요. 여러 형태로 다양한 사람들과 관계가 얽히는, 사업의 대략적인 흐름은 이렇습니다.
자, 일단 '돈을 벌고 싶은' 주주들이 돈을 모읍니다. 그러고도 사업에 모자라는 돈은 빌립니다. 임직원들을 채용해서 일을 시킵니다. 그들을 시켜서 땅과 건물을 사거나 빌립니다. 필요한 원자재도 주문합니다. 물건이나 서비스를 만들어 내다팔고 돈을 법니다. 이걸 매출액이라고 합니다.
돈을 벌기는 했는데 아직 정산이 끝나지 않았습니다. 주문한 원자재 대금을 냅시다. 임직원들 인건비도 밀리지 않게 줍니다. 건물 임대료도 내야 쫓겨나지 않습니다. 건물이 자가라면, 중고가 된 만큼 감가상각비가 발생합니다. 그리고 빌린 돈에 대한 이자를 내면 됩니다. 운이 좋아서 이러고도 돈이 남으면 그게 순이익입니다.
기업의 설립자금을 모은 주주들은 이 모든 과정이 끝난 뒤에야 비로소 자기 몫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마저도 모두 갖지는 못할 때가 대부분입니다. 사업은 원투데이하는 게 아니니까요. 이익은 맛만 보고, 대부분은 내년 사업에 투자합니다. 이런 구조가 매년 반복되는 동안 느리든 빠르든 돈은 흔해지고 물가는 오릅니다. 이자, 원자재, 부동산 비용에 인건비까지 물가를 따라 오릅니다.
혹여라도 장기간에 걸쳐 매출액이 물가상승률보다 빨리 늘지 못하면 슬퍼집니다. 번 돈에서 갖가지 비용을 정산하고 남기는 순이익이 장기간에 걸쳐 줄어듭니다. 주주는 기껏 설립 자본을 내기만 하고 받지는 못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제 우리가 품고있던 질문을 다시 꺼내 봅시다. 주가지수는 어째서 훨씬 높은 성장률을 장기간에 걸쳐 유지할 수 있었을까요?
주식은 만기가 어마어마하게 긴 채권이라서 그렇다고 답할 수도 있습니다. 채권은 정해진 이자가 꼬박꼬박 들어오지만 주식회사가 사업으로 남기는 이익은 들쭉날쭉하고 예측도 안 됩니다. 게다가 말도 안 되게 수명이 짧은 기업도 허다합니다. 그 가설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이것만으로는 더 빠른 성장이라는 변화를 설명할 수가 없습니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는 표어도 그다지 설득력이 없습니다. 가장 먼저 자금을 댄 주주가 맨 나중에 이익을 얻는 구조는 분명 위험하긴 합니다. 그런데 위험하면 더 좋은 수익성이 저절로 약속되나요? 이런 인과관계는 밝히기 어렵습니다. 수익성 좋은 구조이니까 위험을 무릅쓰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위험하면서도 인플레이션조차 못 따라가는 주식도 흔하고요.
또 다른 후보가설은 이런 겁니다. 기업에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 안의 사람들은 끊임없이 뭔가를 합니다. 이 차별점은 주가지수의 장기성과를 잘 설명할 수 있을까요? 주식에 사람이 기능한다는 점은 일단 원자재와는 다릅니다. 금이나 원유에는 화학적 원소들 말고는 아무도 없습니다.
그런데, 건물과 땅에도 사람들이 있는데요. 월세 내려고 부지런히 뭔가를 하고요. 채권을 발행하고 돈을 빌려간 사람들도 이것저것 많이 합니다. 아니 심지어 그 사람들, 다름 아닌 기업인들이잖아요. 주식회사에 고용되어 기업 자격으로 건물 빌리고 돈 빌려서 일하는 사람들입니다.
회사는, 사람들은, 경쟁합니다. 그래서 이기면, 주식이 좋아지는 만큼 부동산과 채권도 올라야 하는 게 아닐까요. 그런데도 부동산과 채권은 (원자재처럼) 물가의 영향을 주로 받았습니다.
사실 중요한 차이점은 앞에서 이미 한 번 지나쳤습니다.
부동산 소유자, 회사채 투자자는 주식 투자자와 분명히 다른 점이 있습니다. 월세나 이자는 의무가 발생하는 거의 즉시 정산이 이루어집니다. 시간차를 인정해 준다고 해도 한두 달, 길어도 1년 안에는 꼬박꼬박 돈을 받습니다. 원자재를 판매한 공급자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주주는 다릅니다. 자기 몫을 가장 나중에 챙길 수 있습니다. 심지어 대리인을 통해 거의 스스로 정산 시기를 더더욱 뒤로 미루기까지 합니다. 그러면서도 임직원들을 경쟁시키고, 스스로도 다른 기업의 소유자들과 수익률 경쟁을 벌입니다.
이쯤 되면 무서울 지경입니다. 미친 것처럼 보이지만, 비밀이 있다면 반드시 여기에서 찾아야만 합니다. 집중 공략해야 할 목표가 설정된 것도 나름의 성과입니다. 오늘 이야기를 나누며 사업의 흐름과 이해관계, 일부 재무제표를 개념적으로 정리하기도 했습니다. 또 주식의 성과에 대한 몇 가지 가설들도 소거했고요.
경영활동으로부터 ‘지연된 보상’이 주식 투자자에게 어떤 초과이익을 약속하는지, 다음 글에서 살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