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모습을 그리라고 하면 어떻게 나타낼 수 있을까요? 본사 건물? 공장? 브랜드 로고? CEO 명함? 저는 기업을 이렇게 사각형 세 개로 나타냅니다. 왼쪽에 있는 기다란 사각형은 자산입니다. 부지, 공장이나 본사건물, 기계, 컴퓨터, 특허나 지적재산권, 재고, 받을 돈, 등등. 기업이 소유하고 있는 것들로, 매출을 창출할 잠재력이 있는 것들의 가치를 적습니다. 오른쪽의 두 사각형들 각각은 자산을 구성하는 돈이 원래 누구의 것인지를 보여줍니다. 그러니 이 자금출처를 모두 더하면 자산총액과 같은 게 당연합니다.
부채는 남이 빌려준 돈입니다. 그래서 이 사각형에는 얼마를 누구에게 왜 갚아야 하는지 적혀 있습니다. 자본은 주주들 몫의 돈입니다. 회사 설립자들이 모은 돈, 주식 시장에서 투자받은 돈이 얼마인지 적혀 있습니다. 더 있습니다. 지난 글에서 사업이익은 주주들 차지라고 말씀드렸죠? 자본은 주주들 몫의 돈을 적는 곳입니다. 그러니 지금껏 번 모든 이익이 차곡차곡 이곳에 쌓입니다. 새로 추가되는 순이익이 이 사각형에 기록되면 자본이 그만큼 늘어납니다.
보통 기업은 이익을 가지고 회식 말고도 진지하게 뭔가를 합니다. 공장을 확장할 수도 있고요,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할 수도 있고요, 직원들을 더 우수하게 교육할 수도 있고요, 연구개발 노력이 쌓여 지적재산권이나 특허가 생길 수도 있고요. 다른 자산에 투자하거나, 모아뒀다가 다른 기업을 사버릴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그만큼 자산이 늘어나게 됩니다.
말씀드렸다시피 자산은 매출액을 창출하는 원동력입니다. 자산이 늘어나면 매출액도 늘어나는 경향이 보통입니다. 늘어난 매출액에서는 기업이 이익률을 유지하기만 해도 이익 자체가 늘어납니다. 늘어난 이익이 자본에 더해집니다. 그걸로 뭘 하죠? 회식 하고나서 뭐라도 합니다.
또 이것저것 자산을 늘립니다. 그럼 매출액의 원동력이 더 크게 늘어납니다. 이익도 더 크게 늘겠고요. 자본의 성장폭이 더 커집니다. 자산이 늘고, 매출이 늘고, 이익이 늘고 다시 자본이 늘고, 자산이 늘고, 매출이, 이익이, ...
복리를 정의해 봅시다
초등학생 때 많이 보던 그림이 있습니다. 함수를 개념적으로 쉽게 가르치기 위한 도구입니다. 입력을 넣으면 어떤 출력을 내는 기능(function)이 있는 상자(함)라는 뜻입니다. 저는 복리도 이렇게 함수의 개념을 빌려 표현합니다.
생각해 보세요. 뭔가 집어넣으면 그걸 (1+k)배 계산해서 출력해주는 상자가 있습니다. 튀어나온 결과를 '그대로' 입력에 다시 넣어 줍니다. 그러면 상자는 아까는 출력이었던 새로운 입력에 대해 (1+k)배 기능을 수행합니다. 이 패턴이 반복되는 구조가 복리입니다. k가 양수든 음수든, 매번 똑같든 들쑥날쑥하든 상관없습니다. 출력을, 입력에, 그대로 넣기를, 반복. 이게 전부입니다.
아니, 복리가 마법이라면서요! 그냥 이렇게 막 정의해도 괜찮을까요?
우리가 알고 있는 좁은 의미의 복리 이자 시나리오를 이 그림에 넣어봅시다. 자, 어떤 적금 상품에 원금을 입력합니다. 1년 뒤에 이자가 붙어서 원금은 (1+k)배가 되어 출력됩니다. 이 출력을 '그대로' 다시 입력합니다. 1년이 또 지나면 이자가 붙어서 [원금의 (1+k)배]는 (1+k)배가 되어 출력됩니다. 이 출력을 '그대로' 다시... 반복되고 있죠?
투자자가 아파트, 금, 주식, 채권을 사서 팔고 사서 팔고 또 사서 파는 것도 복리입니다. 자산을 구입하면 상자에 투자금이 입력됩니다. 가격이 변동한 뒤에 자산을 팔면 출력이 생깁니다. 입력된 투자금이 (1+k)배 되는 겁니다. 이익이 붙었든 손실로 깎여나갔든, 출력된 금액을 그대로 또 투자에 입력합니다. 이걸 반복하는 게 복리, 맞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좁은 범위로만 복리를 정의하면 주식회사의 말도 안되는 성장률을 설명할 수가 없습니다.
주식이 소유권을 가리키고 있는 자산, 즉 기업 이야기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이건 제가 기업을 상징하는 또 다른 그림입니다. 자본을 넣으면 결과적으로는 거기에 순이익을 붙여서 (1+k)배로 출력하는 상자가 있습니다.
그런데 기업은, 매년 이 출력 전체를 매출을 만드는 사업에 다시 입력합니다. 그 출력물인 자본은 다시 사업에 입력되고 새로운 자본이 되기를 반복합니다. 이익을 추구하고 스스로 성장하는 자본의 이러한 재귀성은 특별합니다. 주주는 자본을 소유하고, 아무 것도 하지 않더라도 복리 성장을 경험합니다. 이게 핵심입니다. “아무 것도 하지 않더라도”
이 지점까지 동의가 되더라도 쫌쫌따리 질문과 의심들은 몇 가지 남습니다. 그런 건 이 자리에서 휘리릭 먼저 소거하고 넘어가는 게 좋을 듯합니다.
위험하고 망하기도 하는 주식들
우선 모든 기업이, 언제나, 복리의 자동사냥을 유연하게 해내는 것은 아닙니다. 사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수익성이 나쁘거나, 복리가 멈추는 등 저마다의 사연으로 삐걱거립니다. 이러면 주가지수의 그 압도적인 성장률이 설명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다시 소환해 봅시다. 헨드릭 베셈바인더가 나래비로 보여준 기업들의 수익 기여도가 있었잖아요. 극소수 엘리트 기업들이 주는 수익은 나머지 대부분 기업들의 ‘서투른 복리’를 압도합니다.
그리고 주가지수라는 구조는 상위 500위 안에 들지 못한 기업을 자동으로 탈락시킵니다. 편출된 기업의 주가는 더 하락합니다. 미국에서는 임원과 최고경영진의 보수는 주가상승에 연동되어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회사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경쟁에 나섭니다. 기업이란, “스스로 복리 성장하는 자본”과 동의어이기도 합니다.
결코 미루거나 피할 수 없는 다른 문제는, 주식이 위험하다는 점입니다. 주식은 금, 부동산, 채권보다 위험합니다. 절대적으로도 위험합니다. 가장 먼저 돈을 낸 투자자가 가장 나중에 이익에 접근한다는 구조 때문입니다. 기업이 모든 의무를 정산하고 남을 순이익은 들쑥날쑥합니다. 주주의 열망을 위임받은 '사람'들이 얼마나 유능하고 정직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말씀드렸듯이, 그렇기 때문에 주식의 수익성이 훨씬 좋습니다. 가장 중요한 점은, 주주들이 보상을 지연하는 데에 동의한다는 점입니다. 자본의 복리 성과를 얻기 위해서입니다. 들쑥날쑥한 이익은 경쟁의 승리자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얼마나 높을지 예측하기 어렵기는 합니다. 주주의 돈을 위임받은 단위가 ‘사람’이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경쟁에 나섭니다. 그 덕분에 주주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이익을 얻게 됩니다.
우리는 가끔 미래를 위해 스스로 현재를 약간은 양보합니다. 버핏은 투자가, 당장의 구매력을 다른 곳에 옮겨두는 것이라고 정의했습니다. 투자금을 옮겨둘 만한 냉장고 중에서 주식이 말도 안되는 압도적 성과를 보여 왔습니다. 자, 주식이 앞으로도 그럴 수 있으리라는 것에 이제 정말로 약간은 믿음이 생기셨을까요? 다행입니다.
그러면 안됩니다. 제가 일부러 빠뜨린, 정말 중요한 질문이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이 책의 나머지 부분을 출발시킬 방아쇠이기도 합니다. 다음 편에서 질문이 공개되고 항해는 시작됩니다. 먼저 생각해보신 질문이 있으시다면 댓글로 맞혀보셔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