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은 주는 것이고, 가치는 받는 것이다. (벤자민 그레이엄)
우리가 품었던 원래 궁금증은 주식의 가격 상승이 유달리 빠른 이유였습니다. 다른 투자처에는 없는 특징으로, 기업의 자본이 스스로 복리 성장하는 구조를 보여드렸고요. 경쟁에서 이기는 소수 기업들이 보여준 압도적인 수익도 재소환 했습니다.
그런데 연결고리 하나가 빠졌습니다. 헨드릭 베셈바인더의 연구는 기업들이 보여준 주가 상승을 정리한 것이었습니다. 복리가 굴러가면 자본이 성장하는 건 인정. 그런데 그게 왜, 주식의 ‘가격 상승’이 되나요? 기업의 성장과 주식 가격의 상승을 연결하지 못하면 우리의 질문은 계속 헛돌기만 합니다.
연결해야 할 두 명제 사이의 거리를 조금만 더 좁혀두겠습니다. 주식 가격도 오르는 이유는 공급에 비해 수요가 강하기 때문입니다. 투자자들이 주식을 갖고 싶어한다는 뜻입니다. 그 이유는 당연하게도 주식이 투자자들에게 뭔가 좋은 효과를 주기 때문일 겁니다. 뭐가 좋냐는 물음에 “가격이 오른다”고 답하면 안 됩니다. 영원히 문답의 굴레를 빠져나올 수가 없습니다. 금, 부동산, 채권이 주는 나름의 효과와도 공평하게 비교할 수 없습니다. 주식을 팔지 않고도 누릴 수 있는 효과라야 합니다.
이제 조금이라도 간격이 좁혀진 질문은 이런 겁니다. 성공적으로 자본이 성장하는 기업의 주식은, 사람들에게 어떤 ‘좋은 효과’를 주는 것일까요? 금은 금이고, 부동산에는 눌러 살면 되고, 채권은 이자라도 주지만, 주식은 뭐, 쓸모도 없...지 않나요.
주식의 쓸모
벤자민 그레이엄은 워런 버핏 한 사람에게만 투자를 가르친 분이 아닙니다. 그는 유명한 책 <증권분석>과 <현명한 투자자>를 썼는데요. 자본주의의 나라 미국 사회 전체에 자본주의를 가르친 스승입니다. 벤 교수님이 남기셨던 유명한 말씀에서 출발합시다.
가격은 지불하는 것이고, 가치는 받는 것이다. 투자자는 현재의 구매력을 다른 자산으로 바꾸어 저장합니다. 이 바꾸는 행위가 이루어지는 지점에서 가격은 확인될 수 있습니다. 받는 것이 가치라면, 현금과 맞바꾼 주식을 통해 뭔가 받아야 합니다. 사은품으로 두쫀쿠라도 주나요?
지금은 전자적으로만 발행되지만 원래는 주식도 종이로 되어 있었습니다.(제가 가장 존경하는 투자자는 주식을 은행 금고에 보관했습니다.) 말씀드렸었죠, 주식은 채권과 함께 증권, 즉 증명하는 책으로 분류된다고요. 책이니까 뭔가 적혀있을 테고, 그 내용이 뭘 증명하는지가 본질입니다. 주식에는 기업의 주인이 갖는 권리가 증명되어 있습니다. “이 분은 최초로 자금을 보태 우리 회사를 설립하셨습니다. 이 책의 수량만큼 회사를 소유하신 권리가 있으니 주인으로 대우해 주세요.”
무엇을 소유한다는 것은 세 가지의 실제적인 권리로 인수분해 될 수 있습니다. 소유한 것을 처분 혹은 양도할 권리, 변경할 권리, 그것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차지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주식을 처분하는 건 매도, 그러니까 파는 걸 생각하시면 됩니다. 변경은, 기업의 내용을 그대로 두거나 두지 않는 모든 의사결정을 말합니다. 이 두 가지는 모두 주주에게 직접적으로는 아무런 만족도 주지 않습니다. 이익에 접근할 권리를 극대화하는 간접적인 효용을 줄 수는 있습니다.
앞에서 계속 주주는 사업에서 가장 나중에 이익을 얻는다고 말씀 드렸는데요. 소유권을 통해 주주가 접근할 수 있는, 기업에서 발생하는 이익에는 크게 두 종류가 있습니다. 배당금과 잔여재산입니다. 각각에 대해 주주는 배당금 지급 청구권과 잔여재산 분배 청구권을 보장받습니다. 법률 용어라서 저한테는 좀 뻑뻑한데요. 친숙한 개념으로 비유해 보겠습니다.
소고기냐 치킨이냐
자, 여러분이 투자한 주식을 팔아서 수익이 났다고 칩시다. 그 돈으로 뭘 하죠? 증권 계좌에서 출금해 일단 소고기 사먹고 싶을 거잖아요. 기업의 주주도 똑같습니다. 사업으로 이익이 생기면 회사에서 출금해 당장 받고싶어 합니다. 이게 배당입니다.
만약 여러분이 주식 투자를 계속 이어가실 거라면 다른 선택도 할 수 있습니다. 이익을 새로운 주식에 그대로 투자하는 겁니다. 기업의 자본도 이렇게 재투자를 통해 성장한다고, 지난번 복리를 정의하면서 말씀드렸습니다. 주식 투자자의 실제 결정은 완전한 배당과 재투자 사이의 어디쯤엔가 있습니다. 소고기는 치킨으로 줄여서 기분만 내고, 투자 이익 대부분은 주식 사는 데에 다시 쓰지요. 회사도 마찬가지입니다.
투자가 그렇듯 사업도 언젠가 끝나는 날이 옵니다. 이유야 어떻든, 경영자로선 여기서 그만두는 것이 주주들에게 가장 큰 이익이리라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기업의 문법에서 이를 ‘사업을 청산한다’고 합니다. 주주들이 청산에 동의하면 보유한 자산을 모두 팔아서 현금화합니다. 이 남은 돈이 잔여재산입니다. 그리고 청구한 주주의 은행 계좌로 이 돈을 옮기는 마지막 배당, 즉 잔여재산 분배가 이루어집니다.
현실의 기업들이 사업을 하루이틀만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영원히 하지도 않습니다. 모르는 사이에 이런 극적인 사건은 흔히 생깁니다. 모기업이 소유한 자회사들은 경영상의 판단에 따라 실제로 청산되기도 합니다. 해당 사업에서 손을 뗀 모기업은 자회사가 남긴 잔여재산을 자신의 다른 사업에 투입합니다.
기업의 온 생애주기를 따라가 보면, 주주 입장에서는 두 종류의 돈을 얻습니다. 중간중간 입금되는 약간의 배당과 사업을 완전히 종료할 때 나눠받는 잔여재산입니다. 주식에 담긴 모든 권리는 이 두 가지 이익을 극대화하고 접근하게 합니다. 이것이 벤저민 그레이엄이 말한 가치, 주주가 주식에서 얻는 ‘좋은 효과’입니다. 이렇게까지 정리하고 나서야 우리는 처음의 질문에 간단하게나마 답할 수 있습니다. "주식, 그기 돈이 됩니다."
1부에서 우리는 투자는 무엇이며 주식이 얼마나 특별한지 살펴봤습니다.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기업은 스스로 복리 성장하는 자본이기 때문입니다.
성공적인 기업의 주주는 더 많은 배당과 아마도 더 많을 잔여재산, 즉 더 ‘좋은 효과’를 얻습니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이런 기업의 소유권을 더 많이 갖고싶어 합니다. 공급은 제한된 데 비해 수요는 늘고, 주식의 가격은 상승합니다. 성공적인 주식을 자동적으로 더 많이 포함하는 주가지수는 결국 상승을 가속하게 됩니다.
이것은 법제도가 보장하는 구체적인 이익입니다. 만약에 주식의 권리를 이익이라는 숫자로 나타낼 수 있다면? 주식의 쓸모를 가격과 비교할 수도 있게 됩니다. 2부에서는 주주가 기업으로부터 얻는 효용을 구체적으로 다루어 보겠습니다.
흥미로운 투자공식, DCF를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