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할인이 필요한 이유

by 전병조

〈3〉

아들 : 아빠, 남은 50만 원 입금했어.

아빠 : 그래, 들어왔더구나. 자, 가져가라, 네가 발행한 영수증.

아들 : 필요할 때 도와줘서 고마웠어.

아빠 : 짜식, 고맙긴. 돈 없어도 기 죽지는 마. 알았지?

아들 : 알았어, 아빠. 그러면 나 100만 원만 빌려줘.

아빠 : 또? 어디에 쓸 건지, 어떻게 갚을 건지 말해 봐.

아들 : 엄마는 그냥 빌려주던데, 아빠는 만만치 않네.

아빠 : 내가 손해를 안 봐야 네가 뭐라도 배울 거잖냐. 언제 갚을거야?

아들 : 저축하려고. 정부에서 청년 무슨 계좌를 지원한다는데. 3년 만기로.

아빠 : 정부에서 한다면 날려먹진 않겠네. 이자는?

아들 : 아직 세부적인 내용은 발표를 안하던데.

아빠 : 그게 아니라, 아빠는 몇 %씩 받을 수 있는데?

아들 : 헐. 아들한테 돈 장사하게?

아빠 : 3년 전 100만 원 하던 물건이 지금도 100만 원인 줄 알어? 아무리 못해도 109만 원은 받을 거다.

아들 : 3년에 9만 원이면 3만 원씩이잖아. 이자 3%? 하, 이게 아닌데.

아빠 : 표정이 왜 그래. 너무 비싸? 아빠도 이게 최소한이야. 싫으면 말든가.

아들 : 아, 아니야. 싫다기보다, 생각 좀 해볼게, 아빠.


잠겼던 현금을 나중에 그대로 돌려받으면, 물가는 올라있고 구매력은 깎여 있습니다. 돈을 돌려받는 사람은 그 차이를 이자로 메우고 싶어 합니다. 메우는 수준을 넘어 이걸 적극적으로 하는 게 버핏이 정의했던 투자입니다. 돈을 일부러 어딘가 묶어두고 줄어들 가치보다 사실상 더 많은 대가를 얻는 것이죠.


그래서 미래의 돈이 언제나 더 큽니다. 은행 정기예금에 묶어둔 100만 원이 1년 뒤 103만 원이 되듯이. 우리가 늘 투자에 아무 문제가 없기를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생각하면 과거의 돈은 언제나 더 작습니다. 현재 100만 원 ×1.03 = 1년 뒤 103만 원, 이 식에서 좌변과 우변에 동시에 ÷1.03를 해 봅시다. 현재 100만 원 = 1년 뒤 103만 원 ÷1.03 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1년 뒤 100만 원 = 2년 뒤 103만 원 ÷1.03 처럼 쓸 수도 있고요.


〈4〉

아들 : 엄마, 이거 봐~라?

엄마 : 그거네, 무이자 채권? 돈 다 갚았나봐?

아들 : 그러엄. 내가 그 정도 신용은 있다고 했잖아.

엄마 : 뭘 했는지는 모르겠다만 제법이네.

아들 : 그치, 제법이지. 그러니까 엄마, 나 100만 원만 빌려 줘.

엄마 : 아빠한테 들었다. 청년 뭐시기 계좌, 그거 한다며? 넌 젊어서 좋겠다.

아들 : 젊은 아들 덕에 2%씩 이자 벌어볼 생각 없어? 내년에 2만 원, 그 다음해 2만 원, 마지막에 102만 원! 우와, 우리 엄마 6만 원이나 벌면 좋겠다, 그치!?

엄마 : 잠깐 계산 좀 해보자. 야, 저번처럼 채권도 써주냐?

아들 : 오, 그럼그럼! 이자 2만 원씩, 원금은 3년 뒤 만기에 갚는 걸로. 콜?

엄마 : 그래, 94만 원에 팔 생각 있으면 써.

아들 : 뭔 소리야. 100만 원 빌려 달라는데, 왜 달랑 94만 원에 사?

엄마 : 너 동네 다니면서 고려금고 못 봤냐. 4% 이자로 돈 빌려달라 그러드라.

아들 : 저기요, 엄마가 아들을 은행이랑 저울질. 이거 너무 한데.

엄마 : 봐라, 3년 뒤에 106만 원을 가지려고 내가 106만 원을 저축할 필요는 없지. 이율이 2%라면 100만 원만 갖다 줘도 결국엔 106만 원을 얻잖아.

아들 : 그렇지, 근데 왜 94만 원이야?

엄마 : 은행 이자는 4%니까 그보다 더 적게, 94만 원만 있어도 106만 원이 되는겨.

아들 : 원금 94에 이자가 3만 얼마겠지만, 복리로 3년 가면 대략 12만 원이 생긴다?

엄마 : 어쩌겠니, 난 4%를 원하는 걸. 이자를 4만 원씩 줄 거면 네 채권 100만 원에 사지.

아들 : 이자가 2만 원인데 100만 원보다 싸게 사서 기어코 4%를 챙기겠다는 거구나.

엄마 : 하쭈, 알아먹네. 아들이래도 신용이 은행만큼 짱짱하진 않잖어. 어디 가?

아들 : 아, 몰라. 아빠한테 갈 거야.


미래에 얻게 될 돈은, 보다 과거인 현재 가치로 평가하면 규모가 줄어듭니다. 이걸 할인이라고 하는데요, 주식의 가치가 되는 미래의 배당도 당연히 할인합니다. 투자 판단이 미래가 아니라 매순간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증권의 가치를 나타냈던 식에서 등호가 적용되지 못했던 걸 기억하실 겁니다. 미래의 돈을 지금 평가하면 할인되며 줄어든다는 점을 이제는 보정해 줍시다. 등호를 적용할 수 있는 더 정확한 식은 다음처럼 표현되는 게 좋겠습니다.


채권의 현재가치 = 할인된 1년 뒤 이자 + 할인된 2년 뒤 이자 + ... + 할인된 원금
주식의 현재가치 = 할인된 1년 뒤 배당 + 할인된 2년 뒤 배당 + ... + 할인된 잔여재산


이제 등호가 생겼죠. 좌변이 ‘현재’ 가치로 바뀌기도 했습니다. 1년이 흐른 미래의 돈과 현재 가치 사이의 비율을 할인율이라고 하는데요. 할인된 현재 가치는, 1년 미래의 돈에 ÷(1+할인율)을 해주면 됩니다. 2년 미래의 돈은 ÷(1+할인율)을 해서 1년 미래의 돈으로 만든 다음, ÷(1+할인율)을 한 번 더 계산해서 현재 가치로 만듭니다. 같은 식으로 n년 미래의 돈에 ÷(1+할인율)n을 해주면 그게 할인입니다. 아들이 돌려줄 것은 미래의 돈이고, 의사결정은 현재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엄마는 이 계산을 한 겁니다.


채권의 현재가치 = 2만 원 ÷(1+0.04)1 + 2만 원 ÷(1+0.04)2 + 102만 원 ÷(1+0.04)3
94만 원 = 19,000 원 + 18,500 원 + 906,500 원


그러면 할인율은 어떻게 정했는지 봅시다. 엄마는 미래의 돈이 현재보다 커진다는 점을 알고 있습니다. 더 적은 돈만 있더라도 은행에 잠가두면 연간 4% 할증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19,000원은 내년에 거의 2만 원이 됩니다. 반대로 2년 뒤 2만 원은 1년 뒤의 19,000원, 현재 가치로는 18,500원 정도 되고요. 서로 1.04배씩 연결되어 있습니다.


엄마에게 돈을 빌리려는 수요처는 두 곳입니다. 아들은 2%를 제안하고 은행이 4%를 약속하며 서로 경쟁합니다. 둘 다 안전하다면 엄마는 더 높은 쪽을 기준으로 삼은 것뿐입니다. 세상에는 은행이 한 두 곳만 있는 게 아닙니다. 이자 준다는 채권이 정기예금만 있는 것도 아니고요. 투자자는 수많은 선택의 가능성들을 가집니다. 투자금의 수요처들은, 기회들은, 서로 경쟁합니다. 투자자는 그 중에서 심리적, 체력적 비용이 가장 덜 들고 수익성 좋은 곳을 고릅니다. 다른 기회들을 포기하는 비용을 청구하는 것입니다.


우리도 그렇게 하면 됩니다. 그렇게, 해야 합니다. 저에게는 S&P500이 가장 안전하고 수익성 좋은 대안입니다. 그 평균 기대수익률인 10%가 저의 할인율입니다. 여러분도 고르셨나요? 6%든 15%든 좋습니다. 그 값을 r이라고 부르기로 하시죠. 다시 주식으로 돌아가면, 미래에 있을 모든 배당의 현재 가치를 이제는 다음과 같이 표현할 수 있습니다.


현재 가치 = 1년차 배당÷(1+r)1 + 2년차 배당÷(1+r)2 + 3년차 배당÷(1+r)3 + ...


이 표현은 배당할인 모형(DDM : Discounting Dividends Model)이라고 합니다. 아직 DCF는 아니지만 거의 비슷한, 우리가 만든 첫 번째 공식입니다.

월, 목 연재
이전 10화(2부) 권리를 금액으로 나타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