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DCF를 한마디로 번역합시다

by 전병조

DCF가 생겨먹은 형태를 보면 눈길이 갈 수밖에 없는 요소가 있는데요. 바로 할인율입니다. 우리가 r이라고 이름붙인 이 녀석은 DCF를 구성하는 모든 항에 등장합니다. 심지어 뒤로 갈수록 거듭제곱되며 어마무시한 영향력을 펼치고 있습니다. 실제로 어떤 기업을 골라서 현재 가치를 직접 계산해보면 더욱 여실히 느낄 수 있습니다. r을 조금만 바꿔도 계산 결과가 큰 폭으로 요동치게 됩니다. 어떤 분들은 비싼 주가가 정당화될 때까지 할인율을 낮추기도 합니다. 또 한편에서는 할인율을 결정하는 데에서 죄책감이나 혼란을 느끼기도 하구요.


앞에서 투자자는 자금 수요를 경쟁하는 곳들 중에서 마음에 드는 할인율을 고른다고 말씀드렸는데요. 학계나 금융권에서는 할인율 계산에 WACC, CAPM 같은 공식을 씁니다. 면접이나 논문에선 필요할지 몰라도, 우리는 다른 접근을 할 겁니다. 할인율을 왜 각자 정해도 되는지 증명해 드리겠습니다. 사실 말이 증명이지, 이미 홍진채 라쿤자산운용 대표님이 명저 《거인의 어깨》에서 다 보여주신 바 있습니다.


0년이던 시점에서 향후 FCF1, FCF2를 얻기로 전망하는 투자자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이 시점에서 그에게 해당 기업의 현재 가치 PV0는 다음과 같이 구성된다는 걸 이제는 여러분도 쉽게 이해하실 수 있습니다.


PV0 = FCF1÷(1+r)¹ + FCF2÷(1+r)² + {FCF2/(r-g)}÷(1+r)²


그 상태로 1년이 흐릅니다. 덧붙여서 이렇게 가정해 보겠습니다. 투자자가 전망했던 FCF1을 기업이 정말로 벌어들인 겁니다. 게다가, 그 현금흐름을 고스란히 투자자에게 배당금으로 지급해 버립니다. 맙소사. 그리고 투자자는 자신의 기존 전망을 유지합니다. 즉, 그 때부터 1년 뒤에는 FCF2를 얻고, 영구성장률 g를 도입해 생각해 둔 그 가격에 주식을 팔 수 있다고요. 1년째가 된 이 순간 현재 가치 PV1은 다음과 같이 나타낼 수 있습니다.


PV1 = FCF1 + FCF2÷(1+r) + {FCF2/(r-g)}÷(1+r)


적극적인 독자 분은 FCF1에 대해 항변하실 수 있습니다. 현재 가치는 미래에 얻을 돈으로만 따져야 한다면서요. 그보다는, ‘지나간 돈은 생각하지 않는다’가 맞습니다. 여기서 맨 첫번째 항은 이 기업 덕에 ‘현재’ 손에 쥐어지는 현금을 가리킵니다. 0년에서 1년이 흐른 지금, FCF1이 배당되는 건 과거의 일이 아닙니다. 따라서 PV1을 고려할 때 포함되는 것이 타당합니다.


내친 김에 PV2도 생각해 보시죠. 마찬가지로 2년이 되자 기업은 FCF2를 벌어 남김없이 배당으로 돌려줍니다. 그리고 주주는 모든 소유권을 FCF2/(r-g) 가격에 팔았습니다. 아, 그 사이에 작년(1년차)에 배당받은 FCF1은 연평균 수익률이 r인 바로 그 대안자산에 저장해서 (1+r)배로 불려 두었습니다. 이제 기업에서 얻은 투자자의 가치는 다음과 같습니다.


PV2 = FCF1×(1+r) + FCF2 + FCF2/(r-g)


이렇게 적어놓고 보니 신기합니다. PV0의 각 항에 (1+r)을 곱한 형태가 바로 PV1이라는 점이 눈에 들어옵니다. 또 PV2의 각 항들 역시 PV1에 비해 (1+r)배 증가한 모습이구요. 원래 현재 가치에 들어간 각각의 항을 (1+r)의 거듭제곱으로 나눈 건 시간 때문이었습니다. 따라서 모든 항에 빠짐없이 시간이 1년 흐르면 거듭제곱이 하나씩 줄어드는 건 순리입니다. 그렇다고 해도 저절로 PVₙ₊₁ = PVₙ × (1+r) 이 약속되는 건 아닙니다. 분자는 그대로 똑같아야 합니다. 즉, 기업이 투자자의 현금흐름 전망을 그대로 실현해야 하고, 이후에 투자자의 전망도 유지되어야 합니다.


주식의 권리는 실제로 돈이 된다고 말씀드렸는데요. 그걸 수학의 문법으로 정교하게 나타낸 것이 DCF이고요. 우리가 수식끼리의 관계를 통해 틀림없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투자자가 누리게 될 현재 가치는 (1+r)배만큼 성장할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투자자의 전망이 실현되고 유지되면 현재 가치는 매년 할인율만큼 성장합니다.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습니다. 좋은 소식은, 기업이 스스로 만드는 복리가 주주의 복리와 맺는 관계가 밝혀졌다는 겁니다. 기업은 사업이라는 함수 상자에 자본을 넣고, 나온 걸 또 넣는 방식으로 복리 성장을 만들죠. 그 구조가 유지되도록 주주는 기꺼이 가치 실현을 미루기로 했고요. 그 권리 구조를 수식으로 번역해보니, 주주 몫의 현재 가치는 (1+r)의 복리로 성장할 거라는 결론을 얻게 됩니다. 이런 점에서 할인율을 요구수익률, 기대성장률 등등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뭔가, 주식이 돈이 되냐는 물음에 비로소 답변이 된 것 같아 후련하네요.


다만 나쁜 소식은 현재 가치의 복리 성장이 공짜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말씀드린 바, 주주는 자신의 권리가 즉시 충족되지 않는 위험을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그 대신 기대할 수 있는 보상이 현재 가치의 불확실한 복리 성장일 뿐입니다.


여담으로, 채권의 DCF에서도 현재 가치는 복리로 성장합니다. 다만 주식에서는 복리를 유지할 수 있는 만기가 잠재적으로 얼마든지 길어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평균적인 경쟁 채권들과 비교하면 주식의 요구수익률이 더 높아도 됩니다. 이 차이만으로도 주식은 채권에 비해 압도적으로 큰 복리 성장을 누적할 수 있습니다.


결국, 오늘 우리가 얻은 결론은 즉각적으로 엄중한 논란과 문제제기들을 불러 옵니다. 전제, 결론, 그리고 그 이후에 대해서까지 저 스스로도 많은 질문들을 던져야 했습니다. DCF를 알았다고 해서 우리의 주식 투자는 과연 얼마나 달라질 수 있을까요. 달라질 수, 있기나 한 걸까요?


네, 그러니까요. 아직도 갑갑하시리라는 점 이해합니다. 그리고 저도 할 말이 많습니다. 제가 헝클어뜨린 떡밥이니 제가 회수해야죠. 이 질문들에 답을 찾다보면 투자에 관한 우리의 세계관도 어느덧 자리를 잡아가고 있을 겁니다. 그리고 그것이 여러분에게 DCF를 소개하는 모험을 감행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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