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할인율이 범위로 계산되다니

by 전병조
원칙1. 돈을 잃지 마라.
원칙2. 첫 번째 원칙을 잊지 마라.


중학교에서 배우는 속도, 거리, 시간은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셋 중 두 가지를 알면 나머지 하나도 계산해낼 수 있죠. 이는 현재 가치, 잉여현금흐름 전망, 할인율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셋 중 두 가지가 주어진다면 다른 하나도 알아낼 수 있습니다.


DCF를 둘러싼 논란과 지적은 늘 있었습니다. 그것이 DCF의 잘못은 아닙니다. 장래의 사업연도마다 FCF를 추정하고, 그 각각을 할인하고 더한 결과로 가치를 계산하는 방식에 대한 문제 제기들입니다. 여기서 우리가 그 소란들을 하나하나 열거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나의 값으로 존재하는 가치를 소수점까지 발라내기 위해 DCF를 쓰는 게 아니니까요.


우리의 방식은 각 FCF를 하나의 값이 아니라 범위로 추정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결과 계산되는 현재 가치 역시 범위로 정의되었습니다. DCF를 거꾸로 활용하는 방식도 있습니다. 이 때 현재 가치는 출력물이 아니라, 시가총액으로 고정된 입력값이 됩니다. 두 가지 접근법이 있는데요. 마이클 모부신의 《예측 투자》에서는 할인율을 고정해서 FCF를 거꾸로 계산해 냅니다. 이것은 시장에 참가한 투자자들이 해당 기업의 미래 실적을 어느 정도로 기대하는가를 보여 줍니다.


제가 《거인의 어깨》에서 보고 배운 방식은 할인율을 알아내는 구조입니다. 역시 현재 가치 자리에 주가를 대신 끼워 넣고요. FCF는 스스로 추정한 최소~최대 범위를 적용합니다. 이 상황에서 DCF의 등호를 성립하게 해주는 할인율을 얻어내는 겁니다. 장래의 잉여현금흐름이 범위로 추정되었고 주가는 하나의 값으로 매겨졌기에, 계산되는 할인율도 최소~최대의 형태로 정의됩니다. 시장이 매긴 가격에 주식을 산 주주는 전망이 실현될 때마다 이 할인율 정도의 가치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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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기업의 비즈니스를 이해한 뒤 향후 5년치 FCF를 범위로 전망했다고 합시다. 보수적으로는 매년 0.35조 원씩, 낙관적이라면 매년 0.4조 원씩 FCF가 발생합니다. 영구성장률은 각각 2% 또는 3%를 적용하고 10%로 할인해 봤습니다. 현재 가치는 4조~5조 원으로 평가됩니다.(표1) 이 기업의 지금 시가총액이 4.3조 원이라고 가정해 볼까요? 이 숫자가 만약 현재 가치가 되려면 적당한 할인율은 얼마라야 할지 표2에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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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FCF가 0.35조 원이고 영구성장률이 2%인 경우에는 9.5%*를 할인율로 잡아야 DCF 계산 결과가 4.3조 원이 됩니다. 또, 매년 0.4조 원씩 FCF를 벌고 영구성장률 3%를 적용한 시나리오에서는 할인율이 11.27%**라야 합니다. 따라서 4.3조 원에 기업을 인수한 주주는 앞으로 FCF가 0.35조~0.4조 원 범위에 들어올 때마다 매년 9.5~11.27%씩 성장하는 가치를 얻으리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 범위가 만족스럽다면 투자자는 신규매수 혹은 보유하기로 결정하면 됩니다. 생각보다 너무 낮다면 시장가격이 비싸다는 뜻입니다. 그러면 매수를 미루거나 매도할 수도 있겠지요.


*/** 이 값들을 정확히 계산해내는 공식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합계가 시가총액과 비슷해질 때까지 엑셀에서 노가다를 합시다♡


평가하는 시점의 주가 혹은 시가총액이 높을수록 그걸 정당화하는 할인율, 즉 기대수익률은 점점 낮아집니다. 그러다가 기대수익률이 영구성장률보다 낮아지는 순간, DCF 계산 결과는 음수(-)로 바뀝니다. 그 가격에 주식을 투자하면 주주는 전망이 실현될 때마다 가치를 잃습니다.


워런 버핏은 투자에 두 가지 원칙이 있다면서 우선, ‘돈을 잃지 마라’고 합니다. 그러고는 다음 원칙이 ‘첫 번째 원칙을 잊지 마라’라고 합니다. 아니, 이게 무슨. 미국식 농담으로 받아들이면 그냥 웃어넘길 말입니다. 진지하게 덤비면 절대 손해보고 팔지 말라는 뜻으로 알아듣기도 하고요. 하지만 정작 버핏 본인은 여러 투자 건에서 손해를 보기도 했습니다. 뭐죠, 이거? 원본 인터뷰에서 버핏은 이 발언에 뒤이어 그 뜻을 풀어서 설명해 줍니다.


원칙 1은 어떤 투자를 검토할 때 확률적으로 돈을 잃게 되는 결정을 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투자하는 가격이 너무 비싸면 DCF를 역산해서 얻는 기대수익률이 아주 낮아집니다. 투자에서 결과적으로 돈을 잃지 않았더라도 잠재적으로 위험이 크면 안 된다는 뜻입니다. 버핏은 투자를 정의하면서, 합리적인 기대를 통해 장래에 더 나은 구매력을 얻어야 한다고 했잖아요. 물가상승률보다 낮은 가치성장을 이뤄내는 건 돈을 잃는 것이고, 그게 위험입니다. 결국 ‘너무 비싼 투자’는 돈을 잃게 될 확률이 있는 위험입니다. 나쁜 전망이 실현될 때 형편없는 기대수익률을 감수해야 한다면 말입니다.

기대수익률.png


그리고 원칙 2는 매 건의 투자에서 원칙 1을 지키라는 얘기라고 합니다. 즉, 포트폴리오 전체의 기대수익률을 잠재적 위험에 빠뜨리지 말라는 것이지요. 각 주식에 대해 기대수익률의 범위를 추정할 수 있다면 포트폴리오 전체의 기대수익률도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투자자가 추정한 보유 종목의 기대수익률과 비중이 다음과 같다고 해 봅시다.


A주식 = 기대수익률 8~12%, 비중 40%
B주식 = 기대수익률 10~15%, 비중 40%
C주식 = 기대수익률 6~9%, 비중 20%


그러면 포트폴리오의 최소 기대수익률은 8%×0.4 + 10%×0.4 + 6%×0.2 = 8.4%가 됩니다. 또 기대수익률 범위의 최대는 12%×0.4 + 15%×0.4 + 9%×0.2 = 12.6%와 같이 계산할 수 있지요. 그러므로 현재 주가를 기준으로 이 투자 포트폴리오의 기대수익률은 8.4~12.6%가 됩니다. 모든 FCF 전망이 조심스럽게 이루어졌다면 C주식의 비중이 낮고 B주식이 많을수록 전체 평균 기대수익률이 높아질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겁니다.


이렇게 현재 주가를 이용해 기대수익률의 범위를 추정하는 것을 저는 선호합니다. 버핏의 두 원칙을 기반으로 포트폴리오를 운영해 나가는 과정이 명백하고 깔끔하니까요. 새로운 주식을 찾고 평가하거나, 보유 중인 기업의 비중을 결정할 때도 근거가 됩니다. 시간이 지나면 주식 시장이 가격으로 내 실력을 평가해 줍니다. 포트폴리오가 ‘채점 가능한’ 상태로 운영되는 덕분입니다. 돈 버는 게 지상과제가 아닙니다. 틀린 것은 배우고, 잘한 결정은 자신감으로 남기면 됩니다.

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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