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구조가 기능을 결정한다

by 전병조

"구조가 기능을 결정한다."


개인적으로 이렇게 도발적으로 단언하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는데요. 그래도 경험 상 이 말은 꽤 넓은 영역에 적용되는 원리입니다. 생물학에서 특히 구조는 기능과 집요하게 관계를 맺습니다. 소화기관은 주름진 컨베이어 벨트처럼 생겨서, 순차적인 산화 반응과 흡수에 알맞습니다. 그 밖에도 눈, 날개, 더듬이, 잎사귀, 포자, 각종 센서, 세포 소기관, 효소들. 생물이 가진 온갖 형질들은 각자의 기능이나 목적에 최고로 딱 맞는 구조를 가집니다.


복잡해 보이는 기계장치나 전자회로도 찬찬히 뜯어보면 그렇습니다. 각 부분마다, 또 그 안의 더 작은 유닛마다 어떤 기능을 수행하기 쉽도록 생겼습니다. 이쪽에서 전원이 공급되고, 이 기어가 저 밸브를 잠갔다 풀었다 할 것처럼 말이죠. 실생활의 도구들도 마찬가지고요. 야구 방망이의 구조는 야구공을 멀리 보내는 데에 적합합니다. 그걸 들고 모기를 잡으러 쫓아다니면 비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자괴감도 들겠지요.


저는 주식도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의 구조와 설계된 방식은, 모르긴 몰라도 아마 어떤 핵심기능에 최적화되어 있을 텐데요. 따라서 주식의 구조를 잘 이해한다면 그 기능을 극대화할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제 생각에 주식은 장기투자에 유리한 구조로 설계된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여러분과 주식의 특성들을 살펴보며 충분히 합의를 도출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복습 삼아 간단히 정리하겠습니다.


주주는 회사가 주는 보상을 의도적으로 지연시킵니다. 대신 사업이 자본을 복리로 성장시킬 시간적 여백을 가능한 오래 확보하려 합니다. 그러면 주주가 얻는 가치도 복리로 성장하는데요. 장기적으로 그 속도의 최대값은 자본이 사업으로 이익을 내는 효율입니다. 그리고 자본이익률은 현실적으로 높아지는 것도, 유지되는 것도 어렵습니다. 그리고 그게 중요한 것도 아닙니다.


복리는 어떤 면에서 보면 축복이 아니라 제한입니다. 함수에 담긴 속도는 결과에 거의 영향을 주지 못합니다. 몇 바퀴를 굴릴 수 있느냐가 거의 전부를 좌우합니다. 수학적으로도 간단히 느껴볼 수 있습니다. 우리 주식의 가치를 y, 연평균 수익률을 x, 투자기간을 n이라고 해보겠습니다. 그러면 y=(1+x)ⁿ이 성립합니다. 양변에 로그를 적용해 볼게요. log(y)=n×log(1+x) 이 됩니다. 눈의 초점을 흐리게 하고 보면 Y=n×X 처럼 생겼습니다.


Y를 크게 만드는 데에 어느 쪽이 더 효과적인지 보겠습니다. x는 왠만큼 성장해도 로그의 결과인 X를 쭉쭉 늘려주지 못합니다. 겨우겨우 수익률을 높여도 x는 기껏해야 0.1이나 0.2정도 늘어납니다. 1+x나, 1+x+0.2나, 그 나물에 그 밥입니다. 거기에 로그까지 씌워지면 결과는 거의 차이가 없습니다. 하지만 n은 다릅니다. 증가하는 만큼 곧바로 Y에 비례하는 영향을 줍니다. 복리에서는 시간이 수익률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결과를 증가하게 합니다.


주식은 복리를 극대화하려는 구조로 설계되었습니다. 그 가치를 가장 효과적이고 빠르게 불어나게 하는 방법은 레버리지가 아닙니다. 오랫동안 보유하면서 주식의 가치를 누리는 겁니다. 시장에 팔면 되지 않냐고요? 물론 됩니다. 하지만 그건 투자할 이유가 끝났을 때 당연히 따라야 하는 절차일 뿐입니다. 매력적인 사업에서 가치를 얻는 구조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달고 탐스러운 열매가 앞으로도 나올 텐데, 현금 몇 푼을 가지려고 나무를 뽑아다 파는 거죠.


찰리 멍거는 강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또 다른 결정’(매도)을 할 필요가 없는 곳에 큰돈을 투자하는 걸 선호합니다. 저평가라는 이유로 당신이 무언가를 샀다면, 그것의 가격이 내재가치에 접근할 때는 매도를 고려해야 합니다. 그건 어려운 일이죠. 하지만 당신이 얼마 안되는 훌륭한 기업을 산다면, 그냥 엉덩이를 깔고 앉아 있기만 하면 됩니다. 그건 좋은 일입니다.


뭐가 좋은 일일까요? 주식이 주식으로서 제공하는 가치를 얻기 때문입니다. 훌륭한 기업의 주식이라면 훌륭한 가치를 제공할 테니까요.


비슷한 관점에서 홍진채 라쿤자산운용 대표님도 비슷한 생각을 말한 적이 있습니다. 「경제전쟁 꾼」이라는 방송에서 그는 “투자는 매수만으로도 완결되는 것”이라는 취지로 얘기합니다. 주식은 갖고 싶어서 사는 것이고, 문제 없이 잘 샀다면 팔아야 할 필요가 없다는 뜻으로요. 저에게는 충격적이고 아름다운 정의였습니다. 주식은 보유한 그 자체로 가치를 준다는 사실을 처음 배울 수 있었습니다.




물론 이런 이야기는 고수들의 영역입니다. 저는 주식을 장기간 팔지 않아도 충분한, 성공적인 결과만 말씀드리는 게 아닙니다. 주식에 가격을 지불하는 목적이 바로 그만한 가치, 효용, 기쁨을 얻으려는 것이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건 관점과 태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주식이라는 개념을 떠올릴 때, 모든 주식을 바라보고 분석하고, 사서 보유하거나 심지어 내다팔 때도, 그 구조를 잊지 말자는 겁니다.


1~3부에 걸쳐 우리는 주식이 장기간에 걸쳐 가치가 실현되도록 설계된 자산이라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이 구조에 근거해서 내리는 모든 의사결정의 집합이 바로 장기투자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부족하고 엉성했지만 이것으로 제가 아는 것들은 모조리 설명해 드렸습니다. 4부에서는 장기투자에 대한 오해들을 검토할 예정입니다. 또 장기투자를 할 때 논리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 지침들도 조심스레 정리해 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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