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무리의 어린이들이 있습니다. 아이들은 놀다가 이내 지루해졌습니다. 한 친구의 제안으로 그들은 새로운 놀이를 시작합니다. 생소하지만 설명을 들어보니 재미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무리 중에서 두 사람은 기다란 줄을 양 끝에서 잡고 돌립니다. 그러면 남은 친구들이 그 사이에서 점프하며 줄을 계속해서 넘기로 합니다. 해야 할 일은 너무도 간단합니다. 줄이 다가오면, 점프한다. 이제 어린이들은 단체 줄넘기를 다 배운 걸까요? 글쎄요.
단체 줄넘기가 처음인 터라, 아이들은 아마 한두 번을 못 넘기고 실패할 겁니다. 직접 맞닥뜨려 보면 현실은 상상과는 또 다릅니다. 그런데도 까르륵거리고 배꼽이 빠져라 웃어댑니다. 그리고는 또 옹기종기 모여서 작은 발로 점프를 시도하겠지요.
꼬마 친구들은 한 명도 빠짐없이 단체 줄넘기를 분명히 이해했습니다. 어떤 친구 x의 점프하던 발이 줄에 걸린 거라고 해봅시다. 그에게 줄을 넘으려던 의도가 없었던 건 아닙니다. 그런데도 결과는 좋지 않았습니다. 그런 일은 임의의 x 누구에게든 일어날 수도 있었습니다. 모든 점프가 완벽한 경우에는 줄을 넘을 수 있습니다. 줄은 머리를 지나 또 다가옵니다. 이런 완벽한 결과가 매번 반복될 때 얻을 수 있는 최상의 결과는 무엇일까요? 100번? 200번? 아뇨, 그건 바로 ‘지금도’ 줄넘기가 계속되고 있는 것입니다.
갑자기 무슨 줄넘기 타령이냐고 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이제 막 투자의 기초적인 내용을 조금 이해했습니다. 주식은 장기투자에 최적화된 구조로 설계된 자산이라는 게 결론이었는데요. 죄송하지만, 그럼에도 4부는 여전히 지름길이나 필승공식, 부자들만의 비법을 내놓지는 못합니다. 그 대신 앞으로 겪게 되실 큰 오해나 혼란은 적어도 막아드리고 싶습니다.
장기투자하라는 잔소리, 그거 지독하게 뻔하죠. 그걸 듣고 보여주는 사람들의 반응에도 몇 가지 패턴이 있습니다. 됐고, 나는 성격이 화끈해서 장기간 아니라 잠시도 못 기다린다. 누구는 삼성전자 사둔 걸 깜빡하고 10년 뒤에 열었더니 부자가 됐다더라. 나는 미래를 내다보는 비전도 혜안도 없어서 장기투자는 못 한다. 20년 동안 시가총액 10위권을 유지한 종목이 삼성전자 달랑 하나 뿐이라던데 장기투자 하다가 망하는 거 아니냐.
그런데요. 우리가 익히 듣고 상상하던 장기투자를, 저는 장기투자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줄넘기 타령에서 보신 것처럼 의도와 결과는 분리해서 평가해야만 합니다.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장기투자는 사실 장기보유라고 부르는 게 어울립니다. 그건 결과입니다. 제가 말씀드리려는 장기투자는 의도입니다. 줄이 다가올 때 점프하려는 의도, 처럼요. 3부 끝자락에 언급했듯이 저는 그걸 다르게 정의합니다. 주식이 가치를 주는 구조에 근거해서 내리는 모든 의사결정의 집합. 그러므로 여기에는 뜻밖에도 많은 과정들이 포함됩니다. 투자할 기업을 찾는 방식, 사업을 평가하는 관점, 가격을 지불하는 기준, 경영방식에 대한 의견, 다른 투자처와의 경쟁, 비중 확대나 심지어 축소까지도요. 우리가 3부까지 논의한 대로 행동했다면 그건 모두 장기투자의 일부입니다. 이런 이야기는 버핏 할아버지께서 알려준 투자의 원칙에 이미 들어 있었던 셈입니다. 한 마디로 압축하면 이런 겁니다. 어떤 순간에도 주식으로부터 적은 가치만 얻게 될 행동을 하지 마라. 즉, ‘의도’만큼은 언제나 장기투자에, 주식의 구조가 주는 이점을 극대화하려는 것에 있어야 합니다.
그러니 장기투자는 미래를 보는 게 아니라 늘 현재를 평가하는 상태입니다. 우리가 회사에서 얻을 미래의 돈을 추정하면서도 그것의 현재 가치를 생각하듯 말입니다. 따라서 내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입력하고 그냥 잠드는 건 장기투자가 아닙니다. 어쩌면 가장 위험한 일 중의 하나일지도 모릅니다. 이 관점에서는 10년 전에 사둔 주식을 잊고 지내는 것이 장기투자일 수 없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장기보유가 됐지만, 의도도 과정도 없었으니까요. 또한 시가총액 10위권의 어떤 종목을 무작정 보유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장기보유에 적합할 것으로 보였던 회사가 지금은 그렇지 않아졌다면 파는 것도 장기투자입니다. 그 모든 순간의 테스트를 통과해 온 최상의 결과가 바로 장기보유입니다. 함부로 말할 수 없는 대단히 어려운 일입니다. 그것조차도 ‘현재까지는’ 이라고 단서를 달아야 합니다. 그럼에도 주식의 구조를 이해한 투자자의 모든 행동은 장기보유를 이루려는 의도, 즉 장기투자에서 비롯된 것이어야 합니다.
그래서, 장기투자하면, 큰돈을 벌 수 있나요?
안하면 벌 수 있나요? 라고 서로 긁어대서는, 배울 수 있는 게 없습니다. 저는 투자공식을 통해 장기투자의 필연성을 설명할 수 있다는 것만 생각했습니다. 수학과 논리에 의한 증명이 믿음보다 훨씬 강력할 테니까요. 그런데 문제는 오히려 바로 그 질문이었습니다. 장기투자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요? 그걸로 돈을 벌 수 있거나 없다면, 사람들은 왜 투자에서 고통받는 걸까요? 장기투자는 의도이자 과정에 불과하다는 게 제 결론이었습니다. 그 디딤돌 덕분에 책이라는 기다란 글을 쓸 수 있었습니다. 저에게는 물론 독자들과 그리고 동료 투자자들과 흥미로운 소통을 나누려는 의도뿐입니다. 그러나 결과를 약속할 수는 없습니다. 투자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질문은 마치, 열심히 공부하면 합격할 수 있나요? 라고 묻는 것과 같습니다. 질문이 틀리면, 답을 어떻게 해도 틀리게 되어 있습니다. 저도 학생이었습니다. 어른이 되어서는 공무원 수험생이던 시절도 있었고요. ‘하면 된다’는 선언은 비정하리만치 잔인합니다. 고등학교 수학 시간에 배우는 조건문이니까, 대우명제로 만들 수 있습니다. p이면 q이다가 참/거짓일 때(p를 충분조건, q를 필요조건이라고 합니다), ‘q가 아니면 p가 아니다’ 역시 반드시 참/거짓이 되는데요. ‘하면 된다’가 사실이라면, 결과적으로 안됐다는 건 안했다는 것, 역시 사실이 되어버립니다. 세상의 모오오오오든 불합격생, 성공을 놓친 도전자들을 일거에 게으름뱅이로 떨어뜨리고 맙니다. 그거 아니잖아요. 열심히 했고 누구보다 간절했는데도 ‘아직까지는’ 결과가 빛나지 않았을 뿐이잖아요. 반박할 수 없는 옳은 주장은 그 반대라야 합니다. 합격생들을 조사해 보니까, 열심히 공부한 경우가 많더라. 앞뒤를 뒤집고, 조심스럽고 겸손해야 합니다. 그러면 괜찮은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열심히 공부하는 건 기본이다, 그러지 않으면 합격하기가 더 어렵다, 라고요.
단체 줄넘기에 적용해 봅시다. 줄이 다가올 때 점프를 하면, 100 번이나 2000 번, 오만 번, 10만 번도 성공할 수 있나요? 말이 안 됩니다. 매번 점프를 해내는 건 기본이죠. 한 번을 넘지 못하면 두 번째는 없습니다. 모든 플레이어가 기본을 해내려는 의도를 실행해야 합니다. 일단 다가오는 줄을 점프해서 넘기고 봐야 합니다. ‘현재’에 집중해서요. 그러다보면 어느새 10번이 50번이 되고, 운까지 따르면 100번도 되는 것이죠.
투자도 마찬가지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큰돈을 버는 데 성공한 투자자들을 조사해 봤더니, 장기투자한 경우가 많더라. 이 진술이 더 진리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이 조건문의 대우명제가 더 나은 교훈을 주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일단 장기투자는 하고 봐야 합니다. 그게 기본입니다. 그러지 않으면 큰돈을 버는 것은 어렵습니다. 그 뿐입니다. 제가 복잡한 수식을 장황하게라도 이해시켜 드리려던 이유입니다. 저는 프롤로그에서 주식투자를 보드게임에 비유했는데요. 스톡데일 게임이라고, 멋대로 이름도 붙여가면서요. 장기투자는 이 게임의 기초적인 플레이 방식입니다. 왜냐하면 게임의 재료인 주식이 바로 그런 플레이에 최적화되어 있으니까요. 누구도 그렇게 해야만 한다고 강제하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게임을 이해한 플레이어들은 다들 그렇게 합니다. 장기투자라는 의도를 갖지 않고서는 좋은 플레이를 하는 게 거의 불가능합니다.
장기투자가 성공을 그냥 약속해주면 좋을 텐데요. 물론 좋을 겁니다. 하지만 인간은 의외로 인과관계와 상관관계를 구분할 줄 모릅니다. 현실 세계에는 기계처럼 깔끔한 관계가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세상은 복잡하고, 우리는 뭐든지 가져와 둔갑시켜서라도 원인이나 충분조건을 쉽게 갖고 싶을 뿐입니다. 게다가 거의 모든 게임에서 운과 실력은 각자의 방식으로 결과에 영향을 끼칩니다. 그래서 주식투자자들만 유난히 확률적 사고방식을 강조하는 건 저로서는 이상한 일입니다.
주식투자라는 분야가 별나서가 아닙니다. 다른 분야에서 운의 영향을 무시한다는 점이 잘못됐다고 느껴진다는 뜻입니다. 투자행동을 연구하는 마이클 모부신의 연구팀에 따르면 투자는 분명히 운의 영향을 많이 받는 활동입니다. 달리기나 수영, 테니스, 체스처럼 실력이 중요한 분야에서는 훈련과 체계적인 피드백이 있으면 결과가 나아질 수 있습니다. 주식투자에 즉각적이고 체계적인 피드백은 없다고, 프롤로그에서 말씀드렸는데요. 사업이나 경영, 투자처럼 운이 실력을 압도하는 영역에서도 과정은 좋아야 합니다. 많은 결과가 쌓여서 행운과 불운이 서로를 희석하면 올바른 과정이 결국 실력으로 남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투자에서는 그 과정이, 주식의 가치구조에 기반한 장기적인 관점의 의사결정이라는 것이 저의 주장입니다.
제가 정말로 찾고 싶은 믿을 만한 진술은 다릅니다. 실패한 사례들을 연구했더니, 어떤 어떤 공통된 특징들이 반드시 보이더라, 는 사실을 저는 배우고 싶습니다. 그럴 수만 있다면 우리가 원하는 가르침을 건질 수 있습니다. 그 특징들의 반대로만 하면 성공에 가까워질 테니까요. 그래서 부지런히 공부하고는 있지만 아직까지는 견마지로일 뿐입니다. 노력이 좋은 결과를 약속하는 건 아니라서요. 다만 저보다 훨씬 지혜로운 분들이 말해주는 개별적인 메시지들도 있습니다. 그 대부분이 기술적인 것이기보다는 심리와 행동에 관한 통찰입니다. 수식이나 번역하던 제가 소개한다면 놀라실 수도 있지만, 4부에서 다루려고 합니다. 장기투자와 그 결과 사이의 관계를 논리적으로 정리하는 작업으로서 말이죠.
그 전에, 장기투자를 의도나 과정으로 실행하는 데에 필요한 준비물이 있습니다. 오래 두고 먹을 식품이라면 더 신선하고 유통기한도 길어야 한다는 생각은 명백히 논리적입니다. 이는 장기투자할 주식에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RIM에서 자본이익률이 특정 수준으로 유지되는 기간을 가정했던 걸 기억하실 텐데요. 그 숫자가 나타내듯 사업에도 유통기한이 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그 뿌리가 되는 경쟁 우위에 대해 먼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