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좀 엉뚱한 상상이긴 한데요. AI와 로봇에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게 된 미래에 말이죠. 중고차를 살 때, 차량에 운전기사까지 패키지로 인수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제 70대인 여러분은 인생에서 마지막이 될 차를 고르려고 합니다. 성능과 가격만 고려해서 구매를 결정하시겠습니까? 그 안에 들어있는 운전자가 알코올 중독자이거나, 레이서를 꿈꾸는 어린이라도 무시하고요?
경영과 투자의 관계도 비슷합니다. 사업을 운영하는 건 주식 속에 들어있는 사람들입니다. 그 사람들을 지휘하는 역할을 맡은 소수의 집단이 경영진입니다. 흔히 언론에 등장하는 CEO, CTO, CFO, CIO, COO 등이 포함됩니다. 사업이 자동차라면 경영진은 고용된 운전기사입니다. 자동차의 성능이 좀 못해도 베테랑 기사가 세심하게 관리하고 운전하면 즐거운 여행이 될 수 있습니다. 반대쪽 극단에는 최고급 차에 탄 승객이 사고로 죽는 시나리오도 있습니다. 이처럼 경영진의 영향력은 대단히 큽니다. 그걸 무시하고 투자하는 것은 너무 위험합니다.
무시 안하면 뭐, 별 수 있나요, 평가해야죠. 이것도 대략이나마 자신만의 틀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경영과 리더십에 대해 관심을 갖고 공부해야 합니다. 축구 경기를 보면서 저 8번 선수가 좋은 미드필더인지 알 수 있으려면 그 포지션에 필요한 역할과 능력을 알고 있어야 하듯이 말입니다.
통념과는 달리, 경영진이 똑똑하고 유능한 것만으로는 설명이 되질 않습니다. 관련해서 아마 가장 유명한 연구는 짐 콜린스의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일 텐데요. 그의 팀은 1965~1995년 사이 ‘포츈 500’에 이름을 올린 1,435개 기업을 5년 동안 조사했습니다. 책은 “모든 좋은 것은 위대한 것의 적이다”는 문장으로 시작합니다. 소수의 위대한 기업들은 좋은 수준에 머무르려는 안일함을 어떻게 스스로 죽이고 도약할 수 있었을까요? 짐 콜린스도 답을 몰랐지만, 데이터 더미 속에서 뭔가 건져냈습니다.
10년 이상 평범했던 기업을 다음 15년에는 몰라보게 만든 시스템이 드러났습니다. 대조군과 달랐던 경영자들에게는 공통된 다섯 가지 자질이 있습니다. 그들은 가장 수줍고 겸손하면서도 책임감과 헌신은 뜨거웠습니다. 또, 자신처럼 열정적인 동료들을 일단 모아놓고 그 앞에 서서 “자, 이제 뭘 하죠?”라고 묻는 식입니다. 성공을 낙관하면서도 냉혹한 현실을 직시하는 태도(스톡데일 패러독스) 역시 공통점입니다. 이 괴짜들은 여우처럼 많은 꾀를 내고 조금씩 기웃대지 않았습니다. 누가 뭐라든 자신만의 전략을 밀어붙이는 고슴도치 같았습니다. 끝으로, 거대한 성공의 바퀴가 조금씩 돌아가자 같은 방향으로 그것에 더욱 가속을 붙였습니다.
경영학계에서 가장 과학적이고 방대한 데이터에 기반한 것으로 꼽히는 이 연구가 못미더울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터크 경영대학원 시드니 핑켈스타인의 연구팀이 내놓은 정확히 반대의 연구를 볼까요? 이들은 역사상 가장 막대한 부를 증발시킨 51건의 실패 사례를 살폈습니다. 핑켈스타인 팀이 내린 결론은 짐 콜린스와 거의 완전히 반대입니다. 위대했던 기업들은 신사업, 인수합병을 무리하게 추진하거나, 패러다임과 조직 내부의 신호를 무시하며 무너졌습니다. 경영자들은 너무 똑독했지만 그게 문제였습니다. 고집스러운 자아를 회사와 동일시하고, 이미지 메이킹과 개인기에 몰두하며, 과거의 향수에 집착하거나, 현실적인 장애물과 쓴소리들을 무시했습니다. 똑독한 것과 현명한 것은 분명히 다른 능력입니다.
http://www.ilemonde.com/news/articleView.html?idxno=10219
문제는 경영진이 사람이라는 점입니다. 사람을 어떻게 평가하지요? 제가 좋아하는 영화 〈그린북〉은 흑인 고용주와 백인 운전기사의 우정을 다루는데요. 영화 초반, 공연투어에 기사로 지원한 후보자들을 돈 셜리가 면접 보는 장면이 나옵니다. 토니도 그 중 하나이고요. 영화 주인공들은 운이 좋았지만 현실은 아름답지 않습니다. 사람은 거짓말하고, 또 변합니다. 우리는 경영자를 만나서 평가할 수 없습니다. 그들이 우리를 만나 주지도 않을 뿐더러, 한두 번 만난다고 ‘사람을’ 알 수 있는 것도 아니죠.
괜찮습니다. 워런 버핏도 경영자를 좀처럼 대면해서 만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마음을 움직이는 재주로 꼭대기에 오른 사람의 이야기는 오히려 소음이 되기도 합니다. 버핏은 과거의 사업보고서를 통해 경영진이 보여주는 의사결졍의 질을 판단합니다. 버핏이라면 그럴 만 합니다. 그 자신이 투자자이기도 하면서 버크셔 해서웨이라는 지주회사의 경영자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버핏은 ‘헨리 싱글턴 마을’ 출신입니다. 텔레다인의 전설 헨리 싱글턴, 톰 머피, 캐서린 그레이엄 등등의 경영자 그룹을 가리키는 별명입니다. 윌리엄 쏜다이크가 《현금의 재발견》에 모아둔 이 8명은 공통적으로 투자자처럼 행동하는 경영자들이었습니다. 심지어 그들은 철저히 ‘주주들에게 최선인가’를 기준으로 능력을 발휘했는데요. 원저의 제목대로 아웃사이더였던 경영자들은 당연히 해야 할 일들을 하는 데에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았습니다. 비대한 조직은 도려내고, 권한은 현장 실무자에게 넘겨줍니다. 내 회사가 저렴하면 자사주를, 다른 훌륭한 사업이 헐값에 나오면 그걸 사들입니다. 하지만 원하는 기회가 아니면 현금을 쥐고 몇 년씩도 기다립니다. 그리고 소음을 내뱉는 환경을 차단했습니다. 이들은 현금, 인력, 권한을 최적의 자리에 배치해 자본효율성을 극대화했습니다. 주주들은 어마어마한 수익을 거뒀죠.
비슷하지 않나요? 이건 다 주식투자자가 해야 할 일들입니다. 훌륭한 경영자는 합리적으로 행동하는 투자자와 같습니다. 버핏은 위대한 투자자로 존경받지만 그가 동시에 위대한 경영자라는 점은 쉽게 간과됩니다. 우리도 그렇습니다. 투자자들은 각자 운영하는 포트폴리오의 경영자이기도 합니다. 감히 생각건대, 투자와 경영은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좋은 경영자가 누구인지 알고 싶나요? 그가 투자자로서 괜찮은 사람인지 생각해 보세요. 그러다 보면 이 질문도 피해갈 수 없게 됩니다. 당신은 좋은 투자자인가요? 저도 ‘투자자처럼 행동하는 경영자’ 같은 투자자가 되려고 애쓰는 중입니다.
겸손하려고 노력하고, 제가 가진 좁은 능력과 사업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신호는 현실 그대로 받아들이되 소음은 무시해야 합니다. 그 중 가장 어려운 일은 기다리는 겁니다. 성장은 기업에 맡긴 채 아무 것도 안하기란 어렵죠. 현금을 쥐고 기회를 기다리는 건 그보다 훨씬 더 어려운 것 같습니다. 음, 말씀드리다 보니, 투자의 문제가 전부 제 자신에게 관한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네, 그렇습니다. 문제는 저였습니다. 아까는 경영진이 사람이라서 못 믿겠다고요? 그건 그리 대단한 큰일도 아닙니다. 투자에 있어서 사실상 최악의 리스크, ‘투자자가 인간’이라는 위험에 대해 다음 글에서 살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