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에서 DCF를 다룰 때처럼 RIM에서도 저는 비슷하게 생각합니다. 전망을 범위로 추정한 다음, 결과였어야 할 현재 가치 자리에 시가총액을 대입합니다. 그러면 가격을 정당화하는 데 필요한 할인율이 범위로 얻어집니다. 그게 포트폴리오의 연평균 성장률 기댓값이지요.
DCF에서는 연도별 추정치에 적합한 할인율을 한번에 깔끔하게 구할 방법이 없습니다. 엑셀에 모든 값들을 넣고, 계산 결과가 시가총액과 비슷해질 때까지 할인율을 바꿔나가야 합니다. 10%를 입력했는데 현재 가치가 시장 가격보다 너무 낮으면 7%를 입력해 보겠죠. 아, 계산 결과가 시가총액을 초과하면 할인율을 지나치게 낮춘 겁니다. 다시 8%로 올려 봅니다. 여전히 초과하니까 8.6%를, 반대로 이제는 너무 낮다면 8.3%로 돌아가 보는 식입니다. 새로운 전망에 대해서 조사하려면 후훗. 이런 노가다를 처음부터 반복해야 합니다. 불편한 데다 관리도 안 됩니다.
RIM에서는 기대수익률이 표현 가능한 공식으로 얻어집니다. 투자자가 추정하는 전망의 형태도 훨씬 단순합니다. DCF에서는 1년째 FCF 얼마, 2년째는 얼마, 또 3년째 FCF 얼마, ... 영구성장률은 몇 % 하는 식입니다. 전망하는 기간이 길수록 가정을 묘사하는 데에 많은 숫자들이 동원됩니다. 반면 RIM에서는 특정 자본이익률이 몇 년 동안 유지된다고 추정합니다. 두 개의 변수만 다루면 됩니다. 기대수익률이 공식으로 표현되고 게다가 추정하는 전망도 단순하다는 건 실무적으로 큰 이점을 줍니다.
저는 RIM에서 기대수익률을 표로 나타냅니다. 가정할 수 있는 ROE와 유지기간으로 된 표에 계산된 기대수익률을 채워 넣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불확실한 미래와 기대수익률이 모두 범위로 존재한다는 사실이 시각적으로 잘 드러납니다. 전망이 수정될 때마다 할인율 맞추기 노가다(?)를 반복하는 수고도 줄어들고요. 기업과 세상을 바라보는 확률적인 감각도 주주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고마운 요소입니다.
행과 열에 ROE와 지속기간을 배치합니다. 이 범위를 통해 투자자의 전망 범위가 자연스럽게 포함됩니다. 또한 표 왼쪽 위에는 현재 PBR을 기록해 둡니다. 여기서 두 가지를 결정해야 합니다. 첫째는 자기자본의 무형자산 포함 여부입니다. 대개 무형자산의 역할이 큰 기업들은 재무상태표의 자산총계가 가볍고 자기자본도 작습니다. 따라서 ROE가 높더라도 PBR이 비싸게 느껴집니다. 대신 무형자산을 포함해 자기자본을 크게 잡으면 ROE와 PBR은 작아집니다. 자산이 무거운 기업들과 그나마 비슷한 감각으로 비교할 수 있습니다. 둘째는 k=ROE와 k=r중에서 어느 것을 선택할지도 결정해 줍니다. 경향은 비슷하지만 기대수익률을 구하는 공식에 차이가 있습니다.
i) k=ROE 일 때
ii) k=r 일 때
표의 각 칸마다 ROE와 T를 적용해 기대수익률을 계산해 주면 됩니다. 예시로 완성된 기대수익률 표는 다음과 같습니다.
k=ROE(왼쪽) 기대수익률과 k=r 기대수익률의 분포 표
어느 공식을 선택하든 비슷하게 나타나는 흐름이 있는데요. 이를 통해 장기적인 기대수익률에 관한 찰리 멍거의 말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일단, 유지기간이 짧으면 기대수익률과 ROE는 별 상관이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어느 열에서도 기대수익률은 유지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ROE에 가깝게 증가합니다. 만약 PBR을 1로 입력하면 모든 기대수익률이 ROE와 같아지는 것을 보시게 될 겁니다.
ROE와 그 지속 기간에 비해 지나친 프리미엄을 지불하면 기대수익률은 음수가 되기도 합니다. DCF에서는 기대수익률이 영구성장률보다 작아질 수 없었는데요, 이런 면에서도 RIM은 현실을 더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듯합니다. 계산에서도 PBR이 (1+ROE)의 T제곱, 혹은 1+T×ROE가 되는 순간 기대수익률은 0이 됩니다. PBR이 여기서 더 클수록 기대수익률은 마이너스, 심지어는 –1까지도 이를 수 있습니다. DCF에서 기대수익률을 다룰 때 워런 버핏이 알려준 원칙, 기억하시죠? RIM에서도 마찬가지로 확인됩니다. 지나치게 비싼 가격은 확률적으로 돈을 잃을 위험입니다.
일단 표를 완성하고 나면 기대수익률은 더이상 현실적인 변수가 아닙니다. 실무적으로 관심사는 매년 경영진이 결과로 보여주는 ROE에 쏠립니다. 김셀러 씨가 1억 원을 사업에 투입해 2천만 원을 벌던 것을 기억하실까요? ROE는 자본이익률의 한 종류입니다. 분모와 분자를 정의하기에 따라 ROIC, ROCE, ROA, GP/A 등으로 바뀌기도 합니다. 중요한 건 이름이 아닙니다. 그 값이 치솟는다고 부자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주주의 과제는, 그러한 자본효율의 근간이 무엇인지를 묻는 겁니다. 그래야 그것이 오래 유지될지를 가늠해볼 수 있습니다.
자본이익률을 높이는 건 결코 쉽지 않습니다. 굴린 자산에서 더 큰 매출액을 뽑아내는 것부터입니다. 그러려면 쓸데없이 노는 자산이 적어야 하고, 가격을 높이거나 수요를 확장해야 하는데요. 그러나 직원들은 걸핏하면 불평하거나 동기부여를 잃어버립니다. 현장에서는 온갖 문제가 발생하기에 생산 공정도 빠르게 효율을 찾기 어렵습니다. 재고 관리는 전쟁터인데 공급사의 납기는 내 맘 같지 않지요. 가격을 올리긴 쉬운가요? 소비자들 눈치에, 경쟁사 눈치에, 정부까지 언론플레이를 해댑니다. 가격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는 건 어마어마한 자신감이 있다는 뜻입니다. 수요 창출은 또 어떤가요. 마케팅은 절대 공짜가 아닙니다. 성과가 보장되지도 않습니다. 새로운 유통망을 확보하는 것도 난관 투성이고요. 넓은 바다일수록 암초도 많은 법입니다.
매출이 발생해도 허들은 여전히 많습니다. 연구개발, 구매, 제조, 영업, 유통에 이르기까지 발생하는 모든 비용들을 제어해야 합니다. 개발은 늘 지연되고, 사고, 파업, 전쟁, 전염병도 자리를 바꿔가며 회사를 괴롭히지요. 부품, 재료, 서비스 공급사들은 갖은 핑계로 가격 인상을 요구합니다. 직원들도 임금 인상을 원하고요. 반면 고객들은 틈만 나면 경쟁사와 비교하며 할인을 정당화합니다.
남긴 이익률이 어찌어찌 훌륭해도 그걸 유지하는 건 새로운 차원의 또 다른 게임입니다. 풍족한 이익이 자산에 쌓이는 만큼 분모는 뚱뚱해집니다. 그런다고 분자도 알아서 딱딱 늘어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반대입니다. 회사가 돈을 쓸어 담는다는 소문이 돌아보세요. 당장 여러분도 연봉 인상, 두둑한 성과급, 윤택한 사내복지 바라실 거잖아요? 냄새 맡은 공급사들은 어떻고요. 고객들은 이를 갈며 경쟁사로 옮겨 갑니다. 정치권은 새로운 규제로 압박을 가해옵니다. 사기적인 신제품이 개발되거나 거래처가 새로 뚫리거나 가격인상이 허락되거나 시장점유율이 쭉쭉 오르는 기적은 일상적으로 찾아오지 않습니다. 정말 드물게 모든 것들이 불안하리만치 잘 풀리는 경우도 있기는 합니다. 그럴 땐 새로운 경쟁자들이 우후죽순 달려들기 시작합니다. 으악!
그러고 보니, 우리가 주식에 투자해서 얻는 수익률도 ROE와 똑같습니다. 연평균 10% 정도로 성적을 유지하던 투자자가 수익률을 장기간 15%로 높여 유지하려면 거의 근본적인 실력 업그레이드가 필요합니다. 그 안에 들어있는 각각의 주식, 회사의 성장도 다르지 않습니다. 《운과 실력의 성공 방정식》에서 마이클 모부신은 운에 상당히 의존하는 분야들에서 결과가 평균회귀를 따른다고 지적했습니다. 개별 기업의 ROE는 저마다 크고 작은 호황과 불황을 오갑니다. 거기에 유의미하게 저항하는 건 극히 일부의 실력자들입니다.
이 복잡한 이야기를 간단히 압축해서, ‘경영을 잘 한다’고 합니다. 누가요? 그야 경영진이죠. 이 화두는 4부에서 논의할 기회가 있습니다. 지금은 기대수익률 이야기를 마무리하러 가는 것이 순서입니다.
표를 다시 확인해 봅시다. 24%나 되는 ROE를 무려 20년 동안 지켜내도 기대수익률이 20%입니다. 그것도 PBR 2배라는 기회에 매수했을 때에나 가능합니다. 이 표 안에는 1년 만에 50%나 100%를 버는 시나리오가 없습니다. 어째서일까요? ROE가 높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혹은 PBR이 생각만큼 낮지 않거나요. 물론 둘 다일수도 있습니다. ROE를 높이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고, 50%까지 만드는 건 거의 불가능합니다. 미스터 마켓이 아무리 울적해도 그런 주식이 1에 가까운 PBR로 팔리는 일은 없습니다.
기대수익률에는 유리천장이 있습니다. 그 주장의 증명을 이번에는 사례를 통해 확인했습니다. 여기에 담긴 함의를 주제로 2부와 3부를 정리하면서, 주식이라는 자산의 특성을 곱씹어 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