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RIM에서도 정답은 없다

by 전병조

새롭게 배운 잔여이익모델 역시 주식의 현재 가치를 평가하는 방식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DDM이나 DCF와 비교해도 달라지지 말아야 하는 특성들이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가치는 범위로 존재합니다. 미래가 불확실해서든 투자자의 견해와 상황이 달라서든 상관없습니다. RIM에서는 특히 자기자본이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데요. 그것이 내포하고 있는 본질적인 불확실성도 이해해야 합니다.


자본은 정확하게 측정될 수 없습니다. 적립된 자본을 꼼꼼히 기록한 장부가 있다고 해도요. 모일 때는 현금이었던 자본은, 곧 사업에 필요한 형태로 모습을 바꿉니다. 현금이 아니게 된 순간부터 그 가치는 계속 변합니다. 그러므로 단순히 기록된 적립금은 ‘경제적 실질’을 나타내지 못합니다. 자본은 자산 평가에서 부채를 빼는 방식으로만 추정할 수 있습니다. 재고, 외상, 토지나 건물, 시설장비, 계약 등은 그나마 시시각각 변하는 가치를 추적할 수라도 있습니다. 매각 과정에서 손해를 입더라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반면 무형자산의 가치는 객관적인 평가가 불가능합니다. 《자본없는 자본주의》에서 조너선 헤스컬이 지적했듯이, 무형자본을 구축하는 데에 투입된 비용은 회수할 수가 없습니다. 예를 들어 사진을 취미로 배우다가 그만둔다고 해볼까요? 카메라와 렌즈는 중고로 팔면 현금화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강의비, 출사에 든 교통비, 포기했던 밤잠들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현대적인 회계로도 우리는 무형자산을 다루는 문법을 가지고 있지 못합니다. 그렇다고 투자자마저 자산평가를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브랜드, 특허, 노하우, 고객 기반, 조직 문화 등등. 무형자산이 중요한 회사라면, 그걸 똑같이 구현하는 데에 들이는 비용을 대충이라도 추정해야 합니다. 모니시 파브라이가 말하는 대체자산이라는 개념입니다. 맞아요, 몹시 주관적이죠. 하지만 죄책감을 쥐고 있을 필요는 없습니다. 어차피 가치는 정확히 알 수 없고, 채점당할 근거도 없으니까요. 공식을 실무에 틀림없이 써먹는 것보다 더, 거기에 담긴 인식과 세계관을 이해하는 게 커다란 소득입니다.


또한 이 두루뭉술한 가치는, RIM에서도 여러 항들의 덧셈으로 표현되는데요. 성격상으로는 두 종류뿐입니다. 어느 시기에 지급될 배당이거나, 아니면 잔여재산의 할인된 크기죠. 우리는 주식을 다룰 때, 변함없이 이 두 종류의 슬롯에 알맞은 분수를 꽂아 넣었습니다.


네, 분수입니다, 분자와 분모로 이루어진. 각 항의 분자는 투자자의 전망 범위를 나타냅니다. 분모는 할인율의 시간 거듭제곱이고요. 그러니까 어느 모델에서 사고하든, 전망이(분자) 유지되면 같은 일이 일어납니다. 흐른 시간만큼 분모의 거듭제곱이 줄어들면서, 현재 가치가 할인율만큼 성장하는 것이죠. 그러니까 RIM에서도 할인율은 투자자가 요구하는 기대수익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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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는 원하는 만큼 기대수익률을 설정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평가하는 사람에 따라서 현재 가치는 달라질 수 있게 됩니다. 결국 기대수익률도 가치를 범위로 규정하고 인식해야 하는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이 밖에도 실적을 예측했던 기간(T년) 이후에 대한 공통된 가정이나, 유보이익이 더 많이 할인되는 RIM이 DCF에 비해 더 보수적이라는 이야기들을 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제가 굳이 RIM을 소개한 이유는 결국 할인율 때문입니다. DCF에서는 기대수익률이 너무 크면 살 만한 주식을 찾을 수 없다는 말로 대충 뭉개고 넘어갔습니다. RIM에서는 기대수익률의 크기에 씌워지는 제한이 무엇인지 깔끔하게 증명됩니다. 그 후에 RIM이 드러나게 요구하는 또 한 가지, 자본수익률과 경영자에 관한 화두로 4부를 시작할 예정입니다.

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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