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어차피 부자는 ETF가 만들어줌 2
3. 사고팔지 않아도 괜찮을까
<How Not To Invest>에도 초능력자 실험이 등장합니다. (이번에도 두 투자자에 대한 설명폰트는 그래프와 통일해 드리겠습니다.)
여기서 A는 2000년에 1만 달러를 주가지수에 처음 투자한 후 아무것도 하지 않습니다. 2000년에 1만 달러로 똑같이 시작하는 B가 이번에도 초능력을 발휘합니다. 그는 지수 전체를 사고팔면서, ‘항상’ 시장 평균수익률보다 4% 앞설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A가 8% 수익을 내는 해에 B는 12% 수익을 냅니다. A가 –2%로 손실을 낼 때에도 B는 +2% 수익으로 마감할 수 있습니다.(엄청난 능력입니다. 지인이라면 누구라도 B에게 돈을 맡기고 싶을 겁니다.)
이번에는 초능력자가 무능한 게으름뱅이를 '압도'했을까요?
그림출처 : 유튜브 채널 "미키피디아" (https://youtu.be/RK51qLz5Ob8?si=z6BSEuthujLBhwmE)
책의 저자는 결과가 잘못된 것 같아 시뮬레이션을 여러 번 반복했다고 고백합니다. A의 자산은 24년 만에 7만 6천 달러로 늘어났습니다. 그런데 초능력자 B의 1만 달러는 6만 9천 달러를 겨우 넘겼습니다. 시장 평균수익을 거둔 A를 기준으로 역산하면 B는 18만 달러를 가졌어야 합니다. 하지만 매번 이익을 실현할 때 부과된 세금이 쌓여 11만 달러나 사라졌습니다. 너무 가혹하다고요? 평균적으로 B는 31%의 세금을 냈을 뿐입니다.
여기서도 A의 승리는 우리가 맞춰야 할 초점이 아닙니다. 우여곡절 끝에 초과수익을 유지하더라도 별 거 없습니다. 초과수익은 공짜가 아닙니다. 위험이나 노력 같은 비용을 들이지 않고 평균 수익률을 선택하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습니다.
요점은, 지수 ETF 투자자의 목표가 어떻든 현실이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평균적인 성과에 만족하지 못한다고 해도 달리 뾰족한 수가 없습니다. 초과수익을 장기간 기록한 투자자는 이 행성을 통틀어도 몇 명밖에 되지 않습니다. 게다가 그 정도로 거추장스러운 부가 필요한지도 의문이 듭니다.
4. 주가가 하락해도 괜찮을까
여기까지 설명을 들으면 지인들은 이렇게 묻습니다. "그래서 언제 투자하면 돼?" 이해합니다. 사실은 저도 늘 그런 게 궁금합니다.
피터 린치의 경험에 따르면 낙폭이 10%를 넘기는 가격 조정은 2년에 한 번꼴로 옵니다. 그보다 몇 배나 되는 약세장도 가끔씩 발생하고요. 주식시장이 하락하기도 한다는 걸 부정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다만 그걸 직접 경험해야 한다는 건 완전히 다른 문제입니다. 두 번째 소식 앞에서도 마냥 쿨하기만 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손실을, 같은 폭의 이익보다 2배 넘게 아프게 느끼는 동물이 인간이잖아요.
어차피 부자는 ETF가 만들어준다고 할 만큼 미래는 확정적이지만 현실은 이렇습니다. 주가 하락을 견디는 날들은 냉혹하기만 합니다.
네, 냉혹하기만 할 뿐, 닫힌 엔딩을 바꾸지는 못합니다. 주가하락을 비웃어줄 만한 실험 하나를 더 소개하겠습니다. 1927년부터 2023년까지의 미국 주가지수 S&P500이 우리가 다룰 재료입니다. 이것만으로는 달랑 한 벌의 기다란 자료밖에 안 됩니다.
매년 1월 이 지수에 투자해서 12월에 반드시 매도하는 전략은 더 많은 정보를 줍니다. 이 ‘1년짜리’ 투자자의 성과는 97개의 데이터가 됩니다. 해마다 거둔 수익률을 막대그래프로 나타내보면 들쭉날쭉합니다. 손실로 마감하는 경우도 꽤 자주 나타나고요. 역시 주식은 위험한 게 아닐까요?
‘5년짜리’ 투자자도 만들 수 있습니다. 이 전략은 각 연도마다 1월에 지수 ETF를 매수하고 그로부터 4년째 되는 해까지 보유합니다. 만 5년을 채우는 12월에는 무조건 매도해야 합니다. 1927년 1월에 투자한 돈은 1931년 12월에 회수합니다. 1928년 1월에도 매수하고, 이 돈은 1932년 12월에 매도해야 합니다. 매년 이렇게 틀림없이 반복해서 5년 만에 거두는 최종수익률은 93개의 데이터를 남깁니다. 그 각각에서 1년 평균 수익률을 계산할 수 있습니다.
같은 방식으로 ‘10년짜리’나 ‘20년짜리’, ‘30년짜리’ 투자자의 데이터도 확보할 수 있습니다. 기간이 늘면 데이터 규모는 줄어들지만, 97년 길이의 달랑 1개짜리 결과보단 낫습니다.
여기서 신기한 일이 벌어집니다. 보유기간이 늘어남에 따라 연평균 수익률이 덜 변덕스러운 게 보이시나요? 대단한 수익률을 기록하는 경우와 손해를 보는 빈도가 점차 줄어듭니다. 20년짜리 전략에서는 손실 위험이 완전히 사라집니다. 30년짜리 자료에서는 연평균 수익률이 대부분 비슷한 키 재기를 하고 있습니다. 어느 해, 몇 월의 어떤 가격에 시작했든, 상관없다는 걸 보여줍니다.
보유기간을 늘려 가격 변동성을 무력화할 수 있습니다. 10% 성장을 30번 반복하면 17배가 넘는데요. ETF를 활용한 방어적 투자자는 안전하게 부자가 될 수 있습니다.
2025년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가 시작됐습니다. 미국 대통령은 원래도 전 세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가장 큰 직책입니다. 거기에 트럼프 개인의 특수성이 더해져 뉴스는 더욱 뜨겁습니다. 관세, 무역 갈등, 종전협상, 스캔들, 금리인하, 공습작전과 납치... 트럼프의 개인 소셜 미디어 덕분에 전 세계는 물론 주식시장에도 조용할 날이 없었습니다. 방송에 출연한 많은 금융 패널들은 매일 트럼프를 가리킵니다.
그러나 우리는 미국 대통령도 어쩌지 못하는 부자가 될 수 있습니다. 그는 부지런히 동분서주하지만 저는 거의 아무것도 하지 않을 테니까요. 어차피 부자는 ETF가 만들어 줍니다. 남들과 비슷한 속도로 걸어도 괜찮습니다. 애써볼 다른 방법도 없습니다. 살아남기만 하면 결국에는 부자가 될 것이 확실합니다.
이렇게나 자신만만한데, 두 가지 불만 앞에서는 대답이 그리 간단하지 않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저를 쩔쩔매게 했던 문제들과 함께 제가 드리는 제안도 살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