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공기 필요해..
어렸을 때는 하늘에 구름이 있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하늘=구름이라고 생각될 정도였다.
하지만 요즘 아침에 일어나면 구름은 아예 보이지 않는다. 마치 쾌쾌한 공기만 들어있는 박스 안에 갇혀있는 기분이다. 그래서 요즘은 아침에 일어나 구름이 있는지, 없는지를 확인하고 그 여부에 따라 기분이 오락가락한다.
지금은 4월 말이고, 대학교에서는 중간고사 시즌이다. 휴학을 한 나는, 얼마나 중간고사 시즌에 당당하게 밖에 나돌아 다니고 싶었는지 모른다. 나의 버킷 리스트 중 하나였달까.. 남들은 전부 공부를 하고 있을 때 나 혼자 신나게 노는 것!!! 하지만꼬죄죄한 냄새가 나는 내 방에 앉아 있는 것이 건강에 훨씬 좋은 꼴이라니. 너무 분하다. 적어도 내가 휴학할 때는 이 시즌에 그 어느 때보다 좋은 날씨여야 되는 거 아니냐고!
어느 날은 기분이 너무 안 좋았다. 이대로 계속 집에 가만히 있다간 큰일이 날 것 같아서 또다시 무작정 밖으로 뛰어나왔다. 나는 기분이 안 좋으면 ‘물’을 봐야 하는 습성이 있어서, 한강까지 뚜벅뚜벅 걸어갔다. 그 날은 하늘이 아주 맑은 것처럼 보였지만 바람이 거세게 부는, 즉 초미세먼지가 가득한 날이었다. 한강까지 걸어가는 길에 기관지에 무언가 걸려있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한강까지 갔으니 무엇을 해야 해, 바로 자전거를 타야지! 그래서 나는 그 판국에 자전거를 탔다. (이럴 때 보면 나는 참 겁 없는 철부지다. )
하지만 하늘에 구름이 보였기 때문에, 그리고 물을 끼고 자전거를 탔기 때문에, 행복했다.
얼마 전에 발리로 여행을 다녀왔다. 발리는 우리나라보다 훨씬 더 발전이 안되어있는 나라였고, 사람들이 길가에 늘어서 있는 사원을 지키고자 하기 때문에, 자연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길은 울퉁불퉁하고, 나무가 난 대로 길이 나있다. 확실히 우리나라보다 공기가 정말 좋았다. 엄마는 한국에 있을 때는 눈이 침침하고 안 좋았는데, 발리에 오니까 눈이 피곤한지도 모르겠다고 하셨다. 여행을 끝내고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느꼈다. ‘아, 우리나라 공기가 정말 안 좋구나..’ 그래서 지인들한테 한국 공기 참 안 좋다.라고 이야기했더니, 지인들의 반응 “이게 좋아 진거야..”
느낀다. 공기는 참 중요한 것이다. 이 지경까지 만든 사람들도 느끼겠지.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나의 정말 소박한 바람은 매일 아침 구름이 보이는 곳에서 일어나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더 이상 이 소망은 소박한 것이 아니게 되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