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어른이 되지 못한 시간들

1979 / The Smashing Pumkins

by 지브라 베타


1979 / The Smashing Pumkins 뮤직비디오


‘1979’는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경계선 위에 선 소년기의 노스탤지어입니다. 1979년은 팀의 리더 빌리 코건 (Billy Corgan)이 실제로 열두 살이 되었던 해로, VH1 Storytellers (MTV 계열의 음악 채널 프로그램)에서 이 곡을 두고 '아직 완전히 거기 도달하진 않았지만, 뭔가가 일어나길 기다리는 느낌'("it emotionally connotes a feeling of waiting for something to happen, and not being quite there yet, but it's just around the corner")이었다고 회상한 바 있습니다.

반복되는 기타 루프는 경쾌하지만 어딘가 불안정하고, 목적지 없이 거리를 배회하는 십 대들의 모습을 투영합니다. “We don't even care... where our bones will rest”로 이어지는 후렴구는 청소년 특유의 근거 없는 자신감과 세상에 관한 무관심한 태도, 그리고 설명하기 어려운 불안한 허무가 뒤엉킨 위태로운 자유와 그 안에 숨어있는 권태와 우울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헤비한 기타와 폭발적인 다이내믹으로 대표되는 스매싱 펌킨스의 기존 스타일과는 달리 '1979'는 프로그래밍된 루프 위에 연주를 덧 입히는 방식으로 믹스되었습니다. 빌리 코건의 목소리는 샘플로 가공되어 사용되었고 기타 리프는 루프를 기반으로 전개됩니다. 여기에 드럼 머신의 비트 위로 드러머 지미 챔벌린 (JimmyChamberlin)의 실제 연주를 레이어링 하였습니다. 이는 록밴드의 전통적 접근을 확장하는 시도였으며, 이후 본격화되는 사운드 실험의 전조였습니다.

Mellon Collie and the Infinite Sadness 앨범 커버


앨범 타이틀인 Mellon Collie and the Infinite Sadness는 우울을 의미하는 ‘Melancholy’를 발음이 유사한 조어로 변주해 중의적인 의미로 담아내었습니다. '멜론(Mellon)'과 '콜리(Collie)'라는 다소 엉뚱한 단어 조합을 통해 '우울'이라는 무거운 추상적 감정을 마치 동화나 연극 속에 등장하는 가상의 캐릭터처럼 형상화하였습니다. 이러한 장치는 앨범 커버 속 별 위에 앉은 여인의 이미지와 맞물려 슬픔조차 하나의 거대한 판타지나 서사로 승화시키려는 의도를 보여주며, 십 대 시절의 복잡하고 모순된 감정들을 더욱 입체적으로 그려냅니다.


음악만큼이나 인상적인 '1979'의 뮤직비디오는 십 대들의 평범하고도 위태로운 일상을 가감 없이 따라갑니다. 목적지 없이 차를 몰고 파티를 전전하는 교외 지역 청소년들의 권태로운 하루를 다큐멘터리 기법으로 구현하였으며, 자동차 뒷좌석에 앉아 무심한 듯 미소를 지으며 노래하는 빌리 코건의 모습은 관찰자이자 당사자로서, 그 시절의 노스탤지어를 관통하는 곡의 정서를 시각적으로 완성합니다.

앨범 제작 당시 프로듀서 플러드(Mark Ellis, a.k.a. Flood)는 '1979'가 '완성도가 부족하다'("not good enough")며 앨범에서 제외하려 하였으나 빌리 코건은 그날 밤 코드와 멜로디의 아이디어만 있던 곡을 4시간 만에 완성하였고, 다음 날 바로 녹음에 들어갔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곡은 빌보드 Mainstream Rock & Modern Rock 차트를 동시에 1위로 석권하며 The Smashing Pumpkins 역사상 가장 큰 싱글 히트가 되었습니다.



이 글은 음악 큐레이션 프로젝트 '지브라 베타'의 큐레이터 데스크에 소개된 글입니다.

지브라 베타는 매주 1-2회 음악을 큐레이션 하고 이야기를 전하는 프로젝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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