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trice / 영화 일포스티노 O.S.T 중
'베아트리체 (Beatrice)'는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영화 '일포스티노 (Il Postino)'의 러브테마로, 우편배달부 마리오 (Mario)가 선술집에서 무심하게 테이블 풋볼을 하고 있는 베아트리체를 우연히 만나 첫눈에 반하는 장면에서 흐르는 곡입니다. 베아트리체를 향한 마리오의 설레임과 망설임이 아르헨티나 탱고의 애잔함과 이탈리아 칸초네의 서정미로 표현되었습니다.
음악을 맡은 루이스 바칼로프 (Luis Bacalov)는 아르헨티나 태생의 영화음악가로 엔니오 모리꼬네 (Ennio Morricone)의 어시스턴트로 일하며 영화음악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였고 이후 스파게티 웨스턴, 드라마, 클래식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엔니오 모리꼬네로 대표되는 이탈리아 영화음악의 황금기를 함께 하였습니다. 이 영화로 아카데미 음악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지만, 곧바로 메인 주제가가 표절 시비에 휘말리며 법적 분쟁에 직면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엔니오 모리꼬네를 비롯하여 이탈리아의 동료 음악가들이 바칼로프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나섰지만 법원은 멜로디의 유사성이 있다고 판결하였습니다. 결국 2013년 금전적 합의에 도달하며 "Nelle mie notti"의 선율을 스코어에 차용했음을 인정하게 됩니다.
'베아트리체' 전체를 관통하는 아름다움에 덧대어진 애잔한 정서는 베아트리체와 그녀로 대변되는 '시'와 '세계'를 향한 마리오의 안타까운 동경이 담겨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것은 단순한 사랑을 넘어 아름다움이라는 가치를 처음으로 마주하게 된 한 인간이 대면하는 경이로움과 두려움을 품고 있습니다.
메인 멜로디 위로 첼레스타 (Celesta)가 그려내는 아련한 더블링 (Doubling)은 마리오가 감히 넘볼 수 없는 베아트리체의 닿을 수 없는 신성함을, 아코디언의 선율과 하프시코드가 만들어내는 대위적 긴장은 베아트리체를 향한 마리오의 설레임과 망설임, 그리고 애절하지만 황홀한 긴장감마저 느끼게 합니다.
허름한 선술집에서 화난 듯 무심하게 게임에 열중하다 입술 사이로 하얀 공을 물어 건네주는 베아트리체의 세속적인 관능미는 마리오의 눈빛 속에 경외감과 신성함으로 변환되고 그가 건네받은 작은 공은 마리오가 미처 알지 못하던 또 다른 세계의 시작을 말해줍니다.
마리오가 그토록 갈망했던 진실처럼, 진정한 아름다움은 언제나 손끝보다 조금 더 멀리 있고, 그 닿을 수 없는 거리만큼 우리는 더욱 간절해집니다.
이 글은 음악 큐레이션 프로젝트 '지브라 베타'의 큐레이터 데스크에 소개된 글입니다.
지브라 베타는 매주 1-2회 음악을 큐레이션 하고 이야기를 전하는 프로젝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