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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얼룩말 Oct 18. 2021

초등 학생을 위한 좋은 영화 (4) 이고르와 학의 여행

주변 사람들과 어린 시절 이야기를 하다보면, 원치 않게 전학을 가게된 경험을 가끔 듣게 됩니다. 전학을 간 뒤에도 좋은 친구들을 사귀고 적응을 잘 해 나간 사람들도 있지만, 어린이들에게 전학은 좋은 나쁘든 갑작스럽고 큰 변화를 겪게 만드는 것만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런 갑작스러운 터전의 변화가 부모의 결별로 인한 것이라면, 그리고 사는 곳의 변화가 그저 장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언어와 문화까지 다른 낯선 곳이라면 아이의 혼란은 작지 않겠지요. 



<이고르와 학의 여행>은 바로 그런 환경에 던져진 소년 '이고르'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러시아에서 학의 생태를 연구하고 있던 조류학자 아빠와 함께 살던 이고르. 하지만 부모의 이혼, 그리고 늘 학의 이동을 따라 이동하고 연구해야 하는 아빠의 직업 때문에 아빠를 떠나 엄마와 살기 위해 이스라엘로 전학을 오게 됩니다. 언어까지 다른 이스라엘에서 낯선 학교와 친구를 만나야 하는 이고르는 힘겹기만 한데요. 한편 이고르 아빠는 학의 생태를 인터넷으로 중계하면서 러시아에서 이스라엘로 이어지는 학의 이동경로를 따라가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이고르가 아빠와 함께 있었던 시절 스스로 이름을 붙여준 어린 학 '칼'이 경로에서 사라지고, 이고르는 '칼'을 찾아나서게 됩니다. 


모든 것이 낯선 환경속에 던져진 이고르처럼, 이 영화는 우리나라 어린이들에게도 많이 낯설 것 같습니다. 학들의 겨울 이동을 따라서 연구한다는 이고르 아빠의 모습도 그렇고, 러시아에서 이스라엘로, 다시 아프리카로 이동한다는 학의 생태도 흥미롭긴 하지만 생소합니다. 또 러시아어와 히브리어 등 평소에 들어보기 힘든 말로 된 영화라는 점이 낯설 거구요. 무엇보다 이 영화는 어린이들이 아마 많이 봐왔던 영화들과는 달리 '느리고 심심할지도' 모릅니다.

영화는 조금은 내성적이고 외로운 이고르의 모습을 차분히 따라가며 이고르가 처한 상황을 보여줍니다. 지나친 감정의 표현이나 큰 사건 없이 이고르의 생활을 따라 가다 보면, 어느새 이고르와 가까워진 느낌이 듭니다. 중간중간 엉뚱하게 등장하는 귀여운 그림으로 이고르의 속마음을 표현하는 부분도 재미있습니다. 말수는 적지만 엉뚱한 상상을 자주 하는 이고르에게 점점 빠져 드는 것 같은데요. 담백한 이 영화가 특별하게 다가오는 것은 평범한 소년의 이야기를 학에 비유했다는 점일 것입니다. 


학은 어린 학이 다 자랄때까지 가족이 오랫동안 함께 한다고 합니다. 아비와 어미가 어린 학을 살갑게 돌보는 학들과는 달리, 아빠와 엄마가 따로 떨어져 살 수 밖에 없는 이고르의 현실이 대비됩니다. 실제로 이 영화는 감독 예프게니 루만의 자전적 이야기라고 합니다. 감독은 러시아의 서쪽 벨라루스에서 태어나 이스라엘로 이주한 경험이 있다고 하는데요. 학은 겨울이 되기 전에 동유럽에서 아프리카로 이동하고, 이 과정에서 이스라엘 북쪽에 위치한 훌라 밸리라는 지역에서 휴식을 취한다고 합니다. 감독은 훌라 밸리에서 청소년기를 보내면서 학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합니다. 


전통적인 가족관계도 시대에 따라 많이 변하면서 부모의 이혼이나 생활의 변화를 겪는 아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여러가지 사정으로 사는 곳이나 형편의 변화를 겪는 경우도 있을 수 있지요. 영화에서는 비록 이혼은 했지만 아빠, 엄마는 이고르를 사랑하는 마음이 간절하고, 새로운 학교에서는 비록 이고르를 괴롭히는 아이들도 있지만 좋은 친구들을 만납니다. 현실에서도 어느 경우에나 아이를 든든하게 믿어주고 지켜주는 어른들의 존재, 그리고 함께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나 지지할 수 있는 선생님 등 주변의 사람들이 있다면, 영화속 이고르처럼 힘든 시기를 잘 헤쳐나갈 수 있지 않을까요? 



제작국가 : 이스라엘, 폴란드, 독일

제작연도 : 2012

감독 : 이브게니 루먼

출연 : 이타이 슈체르백, 토마슈 솝차크 

상영시간 : 90분 

장르 : 모험, 드라마                                                               


적정나이 : 초등학교 4학년~ 

#아빠와함께보는영화 #새를좋아한다면 #이혼 #전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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