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고불고의 아침, 그리고 은인 같은 선생님
어젯밤,
아이들 저녁을 겨우 먹이고
흩어진 밥풀과 국물 자국을 닦아내며
허리를 펴보지도 못한 채 뒷정리를 마쳤습니다.
욕실에선 또다시 두 아이와의 물놀이 전쟁이 펼쳐지고,
몸을 닦이고, 머리를 말리고,
세탁기에 돌려둔 옷들을 널고 나니
시계는 어느새 아이들의 잠자리 시간이 가까워져 있었어요.
조용히 거실로 나와 물 한 잔을 들고,
이제야 하루가 끝나간다고 생각한 그때
발끝에 뭔가 툭 걸렸습니다.
장난감들이 온 바닥을 뒤덮고 있는 모습에
그만 짜증이 밀려왔어요.
숨 한번 고르고
정리함에 하나둘 넣기 시작했는데,
그 옆에서 서린이가 와서 다시 쏟아버리고
겨우 다시 정리하면
이번엔 예린이가 와서 또다시 우르르…
아이들이 놀랄까 봐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꾹꾹 눌러 담듯
“예린아, 서린아… 이제 장난감 정리할 시간이야”
목소리를 낮추었지만
그 말속엔 지친 하루의 끝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나 봐요.
그 순간,
서린이가 조용히 엄마를 바라보았어요.
엄마의 굳은 표정, 찌푸린 이마,
평소와 조금 다른 목소리를
작은 아이가 고스란히 읽어낸 걸까요.
말없이 다가온 서린이는
엄마 옆에 앉아
작은 손으로 장난감을 하나씩 정리함에 넣기 시작했어요.
그 모습을 보는 순간,
말도 안 되게 울컥 눈물이 났습니다.
‘얘가… 왜 이렇게 컸지?’
‘엄마 마음을 이렇게 다 아는 걸까…’
지친 하루 끝에
그 작은 손이
엄마의 마음까지 꼭 안아준 것 같았어요
그날 밤,
누군가 내 손을 꼭 잡아준 것처럼
조용히 위로받는 느낌이 들었어요.
요즘 린둥이들의 밤은 길어요.
해가 지고 별이 뜨고, 엄마는 몇 번이나 “잘 시간이야”를 되뇌지만
장난감 하나, 물 한 모금, 이불 텐트 놀이…
끝도 없는 이들의 하루는 밤 12시가 다 되어서야 겨우 마무리됩니다.
그렇게 잠든 아이들을 바라보며
엄마는 오늘도 다짐해요.
‘내일은 조금 더 부드럽게, 조금 더 여유롭게…’
하지만 이른 아침은
그런 다짐을 무색하게 만들 만큼 분주하고 복잡합니다.
출근 준비를 마치고 조용히 나설 타이밍을 노려
아빠에게 아이들 등원 맡기고
살금살금 발끝으로 움직여 보지만,
“엄마아아아아!!!”
어찌 알고 일어나는 건지,
꼭 그때가 되면 눈을 번쩍 뜨고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들.
두 아이가 동시에 달려와 울며불며 매달리면
엄마의 마음은 바닥까지 무너져 내리죠.
아빠 품엔 안기지도 않겠다고 고개를 젓고
두 아이 모두 엄마 품만 찾아 울며 버티니,
결국 엄마는 린둥이들을 양팔에 안고
허둥지둥 출근길에 나섭니다.
뒷좌석에서 서로 “엄마 안아줘~” 하며 울고 있는 아이들을 달래며
차 안의 공기도, 엄마의 마음도 눅눅하게 젖어갑니다.
‘오늘도 등원 전부터 한 바탕했구나…’
깊은 한숨과 함께, 어느새 도착한 어린이집.
그런데요,
그렇게 울고불고하던 아이들이
문이 열리자마자, 마치 다른 세상에 온 것처럼 변해요.
“선생님~~!”
반갑게 달려가 인사하고,
뒤도 안 돌아보고 환하게 웃으며 교실 안으로 들어가 버립니다.
그 순간, 엄마는 살짝 멍해집니다.
‘울고 있던 아이들은 어디 갔지…?’
‘나만 힘들었나…?’
우리 린둥이들은 다른 아이들보다 조금 일찍 등원해요.
출근 시간에 맞춰야 하기에,
다른 친구들이 아직 잠든 시간에 어린이집으로 향하죠.
그런 아침,
담임 선생님이 계신 날이면
서린이의 표정부터 달라져요.
늘 아침마다 버티고 울던 아이가
그날만큼은 방긋 웃으며 선생님 품에 안깁니다.
그리고 그 품 안에서,
조용히 한숨 더 자고
친구들이 하나둘 도착하면
언제 울었냐는 듯 신나게 놀기 시작한다고 해요.
그 모습을 상상하며
엄마는 출근길 차창에 비친 흐린 눈빛을 살며시 닦아냅니다.
아이를 믿는 것,
그 아이를 안아주는 선생님이 있다는 것,
그래서 오늘 하루도 또 시작할 수 있다는 것.
그 모든 게,
지금 이 시간을 버티는 이유가 되어요.
요즘같이 바쁘고 정신없는 날들 속에서
아이들이 믿고 안길 수 있는 어른이 곁에 있다는 건
엄마에게 참 고맙고도 눈물 나는 일이에요.
우리 아이들의 선생님은
엄마에게도 은인 같은 존재가 되어주고 계시지요.
가끔은 아이들보다
엄마가 더 울고 싶을 때도 있어요.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요.
그럴 땐 오늘 아침을 기억하려 해요.
두 아이가 웃으며 손을 흔들던 그 순간,
비록 전쟁 같은 아침이었지만
결국 엄마는 해냈고
아이들은 또 자라났다고요.
그리고,
지금 이 글을 읽는 어느 워킹맘에게
오늘 아침에도 울고불고하며 시작한 하루였나요?
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
쌍둥이를 키우는 건, 그 자체로 이미 하루하루가 모험이자 성취입니다.
때로는
아이들보다 먼저 울고 싶은 마음을 꾹 눌러가며
웃으며 손 흔들어주는 당신이,
이 세상에서 제일 멋진 엄마입니다.
오늘도 무사히 아이를 안아준 당신.
정말 잘하고 계세요.
그리고, 너무 고생 많으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