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외쿡인노동자 Apr 05. 2016

5센트

가끔씩 찾아오는

1. 다른 도시에 있었다가, 며칠전부터는 뉴욕에 와있습니다. 엊그제 뉴욕에 왔고, 내일 모레 샌프란시스코로 갑니다. 샌프란시스코에서는 휴가를 하루 내고 리즈해놨던 자동차를 리턴하고, 간 김에 이틀 정도 사무실에 출근을 하고, 주말에는 씨애틀로 넘어 갈 예정입니다.


2. 동부에 머물 때에도 몸이 서부 시차로 살다보니, 아주 늦게 자고, 아주 늦게 일어난다. 일어나서 stand-up 을 마치고 나면 1시간 뒤에 서부의 점심 시간인데, 동부에서는 오후 3시임에도 불구하고 나도 그때 첫끼니로 점심을 사먹는다. 배달시킬 때도, 사와서 먹을 때도 많은데 아직도 자꾸 헷갈려서 여기는 오후 3시라서 점심 때가 아니라 어느 식당도 붐빌 때가 아닌데, 자꾸 동부 시간으로 2시 30분에 "점심시간에 사람 많아지기 전에 미리 주문해야지" 하고, 주문하다가 점심 메뉴가 안된다고 해서 "읭?" 하고 나중에 깨닫는다. 아, 여기는 3시다 오후 3시.


3. 오늘도 같은 실수를 반복해서 시키려던 메뉴가 lunch only 였던 것을 깨닫고, 옆에 있는 편의점에 간단히 먹을 것을 사러갔다. 한국의 육개장 사발면은 정말이지 뉴욕 어디에나 있어서, 편의점에서 물과 함께 사발면을 하나 비상식량으로 사고, 마침 deli 가 딸려있는 편의점이라 chicken over rice 를 하나 주문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이거시 치킨오버라이스입니다 여러분

4. 지금 머물고 있는 곳이 차이나타운 근처인데, 바로 앞에 학교가 있는지 아이들이 하교길에 잠깐 먹을 것을 사러 들어왔다. 자그마한 소란, 한 아이가 25 센트짜리 쿼터 동전 3개를 내밀면서, "딸기 도넛 하나주세요." 라고 한다. 미국 온 뒤로 이런 광경을 거의 본 적이 없었다는 것을 새삼 깨닫고, 아이들끼리 투닥거리는 소리, 꼬물 꼬물 1달러 짜리 지폐 하나씩 꺼내서 혹은 동전 몇개 모아서 하나씩 간식을 사먹는 아이들. 그 와중에 한 아이가 과자 하나를 계산대에 올려놓고, 1달러 지폐 한장과 동전 몇개를 모아서 낸다. 그리고 아저씨 눈치를 살피고 있는데, 아저씨가 동전을 세더니 아이를 쳐다보고,

아저씨: 5센트가 비는데.
아이: ... (과자먹고 싶어요 눈빛)
아저씨: (짐짓 엄한 표정으로) tomorrow?
아이: (끄덕끄덕, 신난 표정으로 과자를 들고 나간다.)

오랜만에 보는 초등학교 앞 동네 문방구 그림. 사람 사는 느낌, 오랜만에 좋다.


4. 지난 한달이 넘게 계속 에어비엔비로 돌아다니고 있는데, 적응의 동물이라 그런가, 이제 갈수록 숙소를 "내 집" 이라고 여기게 되는 시간이 점점 짧아진다. 오늘 저거 사서 들어오는데 꼴랑 이틀 머물렀고, 앞으로 이틀 더 머물 숙소로 들어오면서 속으로 "오예 집!" 했다. 몇 번 봤다고 이 집이 이렇게 반가운건지. ;)



* 이 포스팅은 브런치 와 미디엄에 동시에 쓰고 있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